이혼과 외도, 출생의 비밀, 얽히고 설킨 인간 관계,불치병들이 막장 드라마에 주 메뉴라면 우리 가정사는 참으로 막장드라마의 소재를 고루 갖추었다. 막장도 그런 막장이 없다. 남사 스러워 얘기하기도 민망하지만 얘기하다보니 의외로 막장 드라마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많더군. 그래서 그냥 그런가부다 하고 살기로 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신없이 살아 왔고, 그 와중에도 늘 감사한 것은 아이를 키우며 내가 철들어 간 다는 것이다. 전에는 아이는 엄마하기 나름이라 큰 소리쳤지만 이젠 그 말도 아프게 들린다. 힘에 부칠 만큼 최선을 다해도 자식 문제는 내 맘대로 안 되더라.
내가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라 애들이 날 키웠다. 안 보이던 걸 보이게 하고 참을 수 없는 걸 참게도 해 주었다. 그래도 내가 보아왔던 40대의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어른스러웠는 데 아직도 난 철이 없다. 그 때 난 엄마는 먹고 싶은 것도 예쁘고 싶은 맘도,사랑하고 설레고 하는 맘도 없는 줄 알았다.
그래도 나름 혼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남자와 암을 조심 하자는 원칙으로 살면서 나를 관리하는 훈련 방법을 익혀왔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운동을 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고 짬 날 때 마다 꽃꽂이,방통대 모임,뜨게질,그림 전시회,영화보기 등으로 바쁘게 지내니 허벅지 꼬집을 시간없이 장판 냄새만 맡으면 골아 떨어지는 생활을 해왔다.
집에는 TV가 없어 못 보는 연속극을 헬쓰장에서 런닝 머신 위에서 보다보니 각종 드라마에 중독 되어 그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불이 나케 달린다. 어느날은 우리 애가 “엄마 요즘 드라마엔 이혼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더라”하길래
“그래 엄마가 주인공이 쟎아. 드라마에선 이혼하면 전부다 실장님,사장님,회장님이 기다리는 데 실제론 없더라.”했다.
웬만한 드라마에선 전 남편과 잘 합치는 게 대세이더니 어느 날 부턴 재벌집 아들들이 집안에서 정해논 약혼녀를 마다하고 애 딸린 이혼녀,대부분은 밥하고 청소 밖에 할 줄 모르는
아줌마를 택한다.
보편적으로 전 남편은 아주 나빠야하는 데 요즘 아침드라마 ‘장미의 전쟁’에선 나쁜 놈도 아니게 그려놨다. 보는 아줌마들 갈등하라고 아주 작정을 했더군. 잘 생기고 매력적인 회장님, 의리있고 능력있는 잠깐 한 눈 판 전 남편, 양쪽집 아이들로 갈등하는 착하고 예쁜 이혼녀 아줌마.
그냥 전 남편은 식은 숭늉마냥 싱겁고,나 같은 경우엔 속이 훤히 보이니 이런 사람을 사랑했던 내가 싫어지니 무슨 설렘이 있을까? 아침 드라마를 보며 그만하고 빨리 회장이랑 아줌마랑 결혼시켜 주지 하며 혼자 열 받는 나.
완전 B-사감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하고 혼자 오래 산 부작용 인가보다 한다.막장 드라마를 보는 많은 아줌마들이 꿈꾸는 그런 회장님은 난 한 번도 본적도 없고 괜히 꿈꾸다 내 혼자 무안해 진다.
결혼 날짜 잡던데 무사히 결혼 시켜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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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줌마 결혼 시켜주지~~
다녕 조회수 : 478
작성일 : 2011-04-28 23:03:12
IP : 121.183.xxx.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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