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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여자로서의 자기 만족감이 별로 없는데 딸을 가졌어요...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힘도 약하고, 밤도 무서워해야하고, 생리때문에 어디 가는것도 불편하고....출산..육아...
항상 내가 딸이라서 우리 부모님이 다른 이들에게 듣는 걱정..
(제가 외동이라 항상 사람들이 남동생 타령을 하더군요.)
딸이라는 이유로 부족한 거 없는 우리 부모님의 약점이 되는 내가 너무 싫었어요.
우리 부모님이 나로 만족하고 나를 아껴줄 수록 더 미안하기도 했구요.
항상 제가 여자라서 좋았던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남자는 군대와 자기 처자식 부양해야한다고 하지만 앞으로 맞벌이/독신보편화와 모병제로 바뀐다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지금은 큰 부담인거 인정합니다. 이걸로 싸우고 싶지 않아요. 제 개인적 생각일 뿐.)
하지만 생리와 임신 선천적으로 약한 근육- 강한 존재들이 마음만 먹으면 도태될 수 있는 약한 존재라는
여자의 생물학적 한계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남자의 군대가 생리, 출산과 같다 그런 얼토당토않은 주장은 안합니다. 저도...
하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내게 생리가 임신과 출산을 생각지도 않은 나이부터 강제로 찾아온게 너무 싫었어요.
내 의지로 늦출수도 없는게 성적인 욕망도 없는 나이부터 내게 합의없이 갑자기 찾아왔고
모든 사람들이 엄마가 될 준비가 됐어 축하해~ 운운하는게 구역질이 난 것 같았어요.
나는 엄마가 될 생각도 없는 10대일 뿐인데, 사람들은 이성교제는 죽어라 반대하면서 생리를 기뻐해야한다고
강요하는거 자체가 웃기고 짜증나고 그랬어요.
남자는 2차성징을 통해 강인해지는데 여자는 2차성징을 통해 그때까지는 또래 남자와 별 차이 없다가
점점 약해지는게 표가 나서 저한테는 여자로 변해간다는 자체가 나약해지는것과 동일한 것 같아요.
뭐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
제 정체성이 남자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 한 적도 있지만- 연애할 때가 되니 남자가 여자보다 좋더군요 ㅋ
(제 남편은 순하고 여성적이고 이것저것 챙기기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반대로 만났어요.)
지금 임신해서 이것저것 병도 많지만 의외로 생리가 없어지니 진짜...너무 편해요.
어디 갈때 불규칙한 생리때문에 계산해가면서 신경 안써도 되고....
냄새도, 아리다못해 식은땀나는 그 통증도, 불쾌한 기분, 호르몬 변화로 비이성적으로 변하는 내 자신도 없어져서
아 이게 정말 진짜 자유로운 인간이구나 싶어요.
(객관적으로 병적인 통증범주도 아니고 참을만한데 그 존재가 싫었어요. 제가 정말 병적으로 매번 생리통을 겪는다면 저는 정말 자살했을지도....)
뭐 출산할때 일시불+어마어마한 이자로 그 고통을 한꺼번에 받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아들을 낳길 너무 바랐어요. 나같이 그런 생각을 안하고 멋있고 씩씩하게 자라주길 바라서요.
그리고 아들을 낳으면 정말 강인하고 멋진 남자로 기르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딸이네요. 남편한테 그렇게 아들낳는 비방에 따라줄 것을 요구했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더니...
뭐 제가 아들을 제삿상 받아먹고 며느리를 착취하려고 얻고싶어하는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사후세계 믿지도 않는걸요.
그런데 딸이라니까 아.....딸이 싫다기보다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될까봐 겁이 납니다.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약함, 생리, 출산을 겪게 될 것.그걸 이 아이가 받아들이고 견디고 기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세심하지 못하고 무심하고 거친 성격인 내가 딸아이의 섬세한 정서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딸아이의 공주놀이에, 머리장식에, 소꿉놀이에...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어릴때부터 그런 놀이였는데....핑크색만 보면 경기했는데...내 자체가...
그런걸 하고싶어하면 내가 같이 해 줄 수 있을까?
그냥 딸아이에게 파워레인저, 칼싸움, 달리기, 씨름 몸놀이만 해서 키우면 안될텐데....
(시조카 남자애들하고는 이런 놀이 너무 잘 합니다...제가;;;)
왜 섬세하고 얌전한 성격인 우리 형님은 아들을 둘이나 낳아서 허덕거리시고 아직도 딸타령이고
왜 나같이 천하의 드센 여자는 딸을 가진건가.....이게 하늘의 뜻인지 장난인지....
아기한테 너무 미안하고, 협조 안해준 남편이 약간 밉고....그렇습니다.
지금이라도 제 성적인 자아상?을 바꿔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남자같은 성격인데 딸을 이쁘게 잘 키우는 분들 계신지요...?
그리고 자신이 여자인게 진심으로 행복하신 분들은 어떤 점에 감사하시는지요?
1. 아이고
'11.4.19 11:37 AM (218.37.xxx.67)큰애가 중학생 딸아인데요
학교엄마들 모임나가면 남학생엄마들 하소연 듣다오느라 진이 다 빠집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말썽피우고 교사들 힘들게 하는애들 남자애들이 훨씬 많구요
터울많이 나는 둘째가 남자아인데 좀더 커서 힘들게하면 어쩔까 정말 두려워요2. ddd
'11.4.19 11:38 AM (112.186.xxx.113)저도 딸,아들 다 키우는데요. 전 남자같은 성격은 아니고 굳이 따진다면 여성스러운?
그런데 전 제 성격이 불만인데요.ㅎㅎ
울 딸래미 여성스럽구요, 누나가 있어 그런가 아들래미도 조금은 여성스러워요.
전 님 생각과 반대로 우리 딸을 활발하고 운동도 잘하고 조금은? 남자답게 키우고 싶네요.
요즘에 딸 키우려면 자기 몸 지킬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어 태권도나 합기도 같은거
가르치고 싶은데 딸래미가 싫다고 해서 불만이네요.
앞으로 여자로서 살아가려면 여자도 좀 드세져야 한다고 생각해요.3. 멋진녀성
'11.4.19 11:43 AM (121.176.xxx.118)미국 유럽 러시아 여자들 엄청 드세답니다 ^^;
이쁘긴 이쁜데 힘들도 장사.
동양남자들이 당해내질 못한대요.
어려서부터 남녀평등 교육을 받고 자라서 그런듯 싶어요.
물론 서양인들 자체가 근육이 발달되는 체질이라 그런것도 있지만요
제가 보기엔 이건 정신교육을 그리 받아서 그런것 같습니다.
딸이면 그냥 씩씩하게 키우셔요!4. 저희 엄마가
'11.4.19 11:52 AM (58.127.xxx.198)그러셨대요.
특히나 시집가서 고생하면서 더욱 여자인게 싫었대요.
그래서 아들을 셋 나으려고 했으나 제가 중간에 나왔지요.
그래서, 어렸을때부터 엄마에게 모진소리 듣고 자랐습니다.
오빠때와 다르게 딸이라 배가 더 윗쪽으로 불러 "딸 낳아서 남 망신살줄 알았다나.."
낳고도 딸이라는 말을 듣고 보고 싶지도 않아
보지도 않고 발로 윗목으로 밀어놨다고도 하시고...
참 말 안해도 좋은 얘기들을(말 안하면 제가 어떻게 알겠냐고요?)
그렇게 구구절절히 제 맘에 비수를 꽂으며 얘기하며 사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잘난 아들들에게 외면받는 신세가 되셨고..
저에게 붙어 살려 하시는데.. 저 정말 싫어요.
원글님, 어차피 딸이라는 데 어쩌겠어요?
남보다 더 잘 키우고 내가 느꼈던 것들 느끼지 않게
여자로 태어난걸 기뻐하며 살게 해주어야겠다고 굳게 맘먹고 키우세요.
저는 여자인게 좋을때도 많았어요.
생리통이 유난히 심해서 중학교때는 정말 여자로 태어난게 한스러웠으나
많이 노력해서 그것도 좀 나아지니
생리도 나쁜피를 내보내서 그땜에 더 건강하다쟎아요.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죠.
무엇보다 일단 남자보다 감성이 풍부해서
세상을 그만큼 더 느끼며 (남자도 그럴수 있겠지만)
더 표현하며 사는게 좋아요.5. 원글님
'11.4.19 12:56 PM (115.136.xxx.193)저도 어제 초음파로 딸인것 확인하고 낙담중입니다. 한 번도 딸의 엄마가 되는 걸 상상해 본적도 없어요 ㅠㅠ 말도 안되지만 태몽도 아들꿈이었고... 전 성격적으로 여성성이 굉장히 부족한 편이라 그런 점에 대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핀잔들으며 자랐어요. 칠칠맞고 야무지지 못하다든가 남자처럼 무디다던가 그런거요. 딸이 태어나면 엄마를 거울처럼 보고 자랄텐데 그런 점이 너
무 걱정이에요...성별 선택해서 나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ㅠㅠ 속상해서 병원 다녀온 뒤부터 암것도 못하고 누워있네요6. 통통곰
'11.4.19 12:59 PM (112.223.xxx.51)원글님 마음은 이해해요.
전 여자라서 행복하고 좋다, 이런 건 잘 모르겠는데 여자라서 참 다행이다 싶은 게 있어요.
약간의 컴플렉스, 성공에 대한 욕심, 괜찮은 두뇌, 그 외 여러 성격을 생각해보면
제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엄청나게 출세 지향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인간으로 자랐을 거 같아요.
제 성별이 제동을 걸어준 거죠. 아킬레스를 갖고 있으니 그나마 사람답게 자랐달까.
두 아이 모두 딸인데 만족해요.
제 아이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타고난 대로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 딸 아이와 인형놀이도 해주지만 몸놀이도 엄청나게 합니다.
일반 엄마들이 안하는 정도까지 하는 거 같습니다.
(조카들 어릴 적에도 몸놀이 전담반이었음)
여자애들도 몸놀이 해주면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