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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새언니가 제 새언니라서 참 좋네요..미안하기도 하고..

나도며느리 조회수 : 1,255
작성일 : 2011-03-08 14:28:11

근간에 제게 참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며칠 째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그저 제 속만 썩이면서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술을 마신것도 아닌데 간만에 마신 커피 덕분인지 괜히 기분이 묘해지면서 갑자기 저희 새언니 생각이 나네요.


새언니가 저희 오빠와 결혼한지도 벌써 10년이 흘렀어요.
오빠가 의대생, 언니가 간호대생일 때 독서동아리에서 만나 연애결혼을 했지요.
저희 부모님이 아주 심하게 반대한 결혼이었어요. 그때 제 나이 갓 스무살 넘었을 때라
확실히 어떤 이유에서 부모님이 반대하셨는지 가늠은 잘 못하겠지만 제 기억에,
언니가 두살 연상이고,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고, 인상이 어둡고, 그런 이유는 기억이 나네요.
저희 부모님이 혼수를 많이 바라거나 짱짱한 집안 며느리를 원하신건 아니었다는건 확실해요.
당시에 제가 기억하기에도 새언니 인상이 참 어둡고 우울한 그런 인상이어서 그 부분만 이해하고 있었지요.
오빠가 공보의로 근무하면서 집에서 나가 따로 살았고, 그러다 첫 조카를 언니가 임신했고 낳았고..
임신을 했다고 아이를 낳았다고 결혼을 허락할 저희 부모님도 아니었기에,
저희 오빠나름대로의 결단으로 친구들만 모아놓고 조촐하게 자기들끼리 결혼식을 올리고 그렇게 살았어요.
그 결혼 전에도 후에도 오빠가 굳은 마음으로 저희 부모님께 홀대를 받을 땐 받더라도 연을 끊을 수는 없다고,
새언니랑 갓난쟁이 조카 데리고 한달에 한번씩은 꼭 집에 들러서 그야말로 문전박대를 받으면서 그렇게 다녔지요.
그러다 둘째가 생겼고, 저희 아빠가 공직에서 퇴직하실 시기가 되었고, 오빠네가 살던 살림집이 저희집에서
그닥 먼곳이 아니라 슬슬 친정 부모님 아시는 분들 사이에서 이런 저런 뒷이야기가 오가는 듯 하고..
결국엔 양가 친지들이 참석하는,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정상적인, 그런 결혼식을 다시 올렸어요.


그 후라고 해서 저희 부모님이, 특히 아빠가 며느리를, 당신 손주들을 자식으로 받아들여 인정하신 것도 아니고
여전히 차가운 기운으로 냉랭한 마음으로 대하셨지만 오빠와 새언니는 꾸준히 문안인사 여쭙고 그렇게 살았지요.
그렇게 10여년이 흘러가는 동안, 아이들도 많이 컸고, 부모님도 늙으셨고, 아주 조그맣게 물이 종이에 스며들듯
새언니는 그냥 우리 며느리, 우리 새언니, 그렇게 됐어요. 지금은 엄마랑 새언니 사이는 아주 좋지요.
친정아빠께서 조카들 먼저 챙기고 사진찍어 두고 티비 위에 액자 올려 종종 보시면서 애들 얘기도 하시구요.


저랑 새언니는 8살 차이에요. 처음 부모님이 만남 자체를 반대하던 그 시절 저보다 8살 많은 새언니는
참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 그런 사람이기만 했지요. 어린 마음에 저는 부모님이 못마땅해 하시니
저라고 오빠 편들면서 뒤로 새언니 만나면서 그렇게 지내지는 못했어요. 저도 부모님처럼 새언니가 찾아오면
인사는 커녕 눈도 안마주치고 조카들 태어났을 때도 딱히 내 조카다, 예쁘다 생각도 한번 못한 새 애들이 다 컸어요.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렇게 어렸을까, 언니오빠에게만은 몰라도 갓난쟁이 조카들 한번이라도 더 안아줄걸..후회해요.
아이들 고물고물 자라는 동안에 엄마가 오빠네 들릴 일 있으면 저를 꼭 대동하고 방문하셨는데
그때도 애들 선물이라고 제가 뭘 먼저 챙겨주거나 애들한테 살가운 고모 역할도 못 해 줬어요.
솔직히 오빠 결혼하고 4,5년 정도까지도 우리 부모님 속상하게 하고 한 결혼 얼마나 잘 사는지 보자..하는 마음도 있었지요.


그 후로 저도 결혼을 해서 며느리가 되었고 남편이 생겼고 아이 엄마가 됐어요.
새언니는 처음 저를  봤을 때 부터 한결같이 아가씨, 고모, 이렇게 저를 불러주면서 잘 대해줘요.
제가 결혼하고 집들이 하는데 새언니가 갈비랑 탕이랑 해다 주길래 제가 꼭 친정에서 얻어먹는거 같네..했더니
새언니가 정색하면서, 고모, 제가 친정식구지 그럼 누구에요 하면서 웃어주던 그 얼굴 잊지 못해요.


그 숱한 세월 겪으면서 모진 대우 받으면서 새언니도 마음 많이 상했을텐데, 어찌 그 세월을 지나왔을까요.
요즘 제가 너무 힘들어 새언니를 생각하다가 언니는 오빠랑 너무 사랑하니 이런 힘든일은 없겠지..싶다가도
어디 사람 사는게 그럴까, 새언니도 힘든 일 많았을텐데, 내색을 안하고 내가 먼저 묻지를 않은것이지..그런 마음이 드네요.
결혼의 과정도 힘들었고, 시부모님과의 관계도 어려웠고, 오빠랑 아무리 사랑으로 산다해도
10년 넘게 산 부부사이가 늘 하하호호 좋기만 했을리도 없을테구요.


오빠가 종합병원 과장으로 있어 아마 수입도 꽤 될텐데도, 새언니 보면 뭐하나 허투루 쓰는 법이 없어요.
아이들 교육도 언니 손으로 거의 다 돌봐주고 있고 저희 부모님께도 한결같이 챙기는 모습이 똑같아요.
제가 만약 새언니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지낼 수 있었을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제 스스로의 답은 나는 못 견뎠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못 살 것이다.. 그렇네요.


지금도 아마 새언니는 이제 막 학교에서 돌아올 조카애들 간식 준비를 하거나 청소를 마무리 하거나 그럴거에요.
늘 그렇듯이 바지런하고 깔끔하게 일을 마치고 하교하고 오는 아이들을 함박 웃음으로 반겨줄거에요.
새언니가 예전에 받았을 많은 상처, 아마 언니는 평생 잊지는 않고 품고 살아갈거라고도 생각해요.
하지만 언니는 현명하게 잘 대처했고, 지금도 깊이 생각하며 하루하루 너무 잘 사는거 같아요.
저는 제가 힘드니 애들 돌보는 것도 마음먹은 대로 안되고 짜증도 나고 제 하루를 너무 함부로 보내고 있어요.
사람 사는거 마음 먹기 나름이다.. 생각하고 마음을 다 잡아보려고 해도
무슨 아집인지 될대로 되라는 심정뿐인데, 문득 저희 새언니가 생각나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IP : 121.147.xxx.6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편견과현실.
    '11.3.8 2:36 PM (180.224.xxx.133)

    홀어머니. 연상. 어두운 인상에...모르긴 몰라도 가난이란 단어도 붙어야겠죠?
    맞아요. 글로 써 놓으면 저라도 내 아들이 의사같은 사짜 아들이 아니어도 싫을 것 같아요.
    그냥 막연한 편견이죠.
    그런데..현실에서 보면,
    뒤에서는, 속으로는 못되고 못된 욕을 하고, 칼을 가는지 모르겠지만...
    되레 이런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란 형편이나 사정이나 조건의 아가씨들이..'긍정적인 열등감' 탓인지
    굉장히 시댁에 잘하고, 책 잡히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사는 경우를 더더더 많이 봐 왔어요.
    (전통적으로 시댁에서 원하는 며느리 상으로요.)
    세상 일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있는 집, 배운 집 사람이 밝고 구김살 없다는 말도 맞고.
    없는 집, 못 배운 집 사람들이 더 앙깔지단 말도 맞지만,
    우습게도 이 두 편견을 날릴만한...있는 집, 배운 집 쓰레기 같은 종자들도 많고, 많고~~
    없는 집, 못 배운 집 사람이도 사람 눈물나게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도 많고~~많고~~~

    사람...의 인성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깊은 눈이나 가졌으면 하는 욕심입니다. ^^

  • 2. 동감..
    '11.3.8 2:54 PM (175.113.xxx.34)

    여자는 애 낳아봐야 친정엄마 심정 이해하고 결혼해서 살아봐야 올케언니 심정이해하는거
    같네요.. 지금이라도 새언니한테 잘해주고 챙겨주세요.. 여지껏 서운했던 마음 덮을수 있게요..

  • 3. ㅡㅡa
    '11.3.8 3:03 PM (210.94.xxx.89)

    아 뭔가 뭉클하다..;;
    쩝.. 동화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들고..
    원글님도 이제라도 못해준게 미안하시다니 다행이고..
    그냥 ..원글님도 힘내세요

  • 4. 지금이라도
    '11.3.8 3:29 PM (112.172.xxx.233)

    새언니 마음 알아주고 고마워해주는 원글님도 너무 착해요^^ 그마음 새언니도 느낄꺼예요
    앞으로는 행복하실일만 남으셨네~~

  • 5. s
    '11.3.8 3:30 PM (175.124.xxx.193)

    글을 술술 읽어지게 잘 쓰셔서 눈물 납니다. 님도 지금 고민 다 털고 얼른 일어서세요.

  • 6. ㅡㅡ
    '11.3.8 3:38 PM (121.182.xxx.174)

    님 친정부모님 마음도 이해되고, 님 마음도 이해되고,
    그리고 오빠랑 올케는 정말 반듯한 사고의 사람들 같고,
    다들 힘든 시간 보내셨네요.

  • 7. ....
    '11.3.8 4:12 PM (14.52.xxx.167)

    님도 이해가 되고, 님의 어머니도 이해가 되고, 올케언니도 이해가 됩니다.
    저도 시누 입장이고 저희집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결혼하기 전에 허락이야 떨어졌지만 아무튼..... 부모님이 내내 속상해 하셨어요. 오빠가 워낙 잘나가는 의사가 되어놔서..
    올케언니가 오빠보다 나이도 많고, 워낙에 머리꼭대기에 앉아있어서 오빠를 자기 마음대로 하지만 ^^
    (여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요. 언니보다 오빠가 더 좋아하기도 하구요 ㅎㅎㅎㅎㅎㅎ)
    누구에게 결코 못되게 굴거나 경우없게 하지 않거든요. 그러니 욕 먹을 일 없지요. 강하고 현명하고 얼굴도 예쁘고 날씬해요. ^^
    오빠랑 올케언니랑 부모님께 잘 하고, 서로서로 잘 지냅니다.
    저야 그저 부모님께 고맙고 올케언니에게 고맙고 오빠에게도 고맙습니다.

    원글님네도 앞으로는 모두모두 행복하시기만을 진심으로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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