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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너무 싫어요' 라는 글, 기억하시나요

^^ 조회수 : 2,329
작성일 : 2011-02-28 11:52:31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11월, '아이가 너무 싫어요' 라는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그 글을 작성한 후, 악플과 걱정어린 덧글들을 모두 읽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지칠 정도로 울었습니다

'너는 밥 먹으면서 아이 굶기는거냐'

'미쳤냐'

'아이가 불쌍하다 정신 차려라'

'걱정스럽다 도움이 되어드리겠다' 라며 메일 주소 적어주셨던 분들도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우울증을 경험하셨던 분의 덧글에 용기를 얻어 신경정신과를 방문, 진료를 받았습니다

심한 우울증 소견으로 바로 약을 처방 받아 지금 치료 중입니다

아이는 어린이집에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고요,


지금은 증세가 많이 없어지고 굉장히 좋아졌어요

아이가 정말 싫어서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사랑스럽고

왜 진작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에 아이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이제 빵은 집에서 간식삼아 구워주고 있구요,

아이에게 언제나 따뜻한 밥과 관심, 사랑을 많이 주고 있습니다

딸아이는 이제 아빠보다 저를 더 좋아합니다 ^^

잘 때도 '엄마, 엄마' 하면서 저에게 꼭 안겨서 잠이 듭니다.

남편도 많이 달라지고 웃음도 생긴 저에게 좋다고 얘기해줍니다

아이 내복도 만들어주고, 집에 커튼도 만들어서 새로 달고....

정말 활기차고 즐거운 기분입니다. 의욕이 넘치는 지금은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저는 우울증 증세라고 생각하지 않고 산후 우울증이니 금세 낫겠지,

원래 내 성격이 이런 것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냈습니다

의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약을 먹자마자 그런 성향이나 생각이 없어졌다면, 그것은 다 우울증 증상이고 환자의 성격이 원래 그러한 것은 아닌 것이다....



제 증상을 말해보자면...


굉장히 무기력합니다

그리고 판단력이 굉장히 흐려집니다

정말 1년 내내 저는 쓰레기 버리러 밖에 나간 것 외에는 한 것이 없었어요

그리고 감정의 기복이 굉장히 심하고, 뾰족한 칼을 보면 누군가를 찌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뜨거운 물을 보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부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화가 나면 스스로 가라앉히지 못하고 난폭해져서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자해를 합니다

저같은 경우, 자해를 해서 몸이 멍투성이였던 날이 더 많습니다

아이가 1분이라도 울면 저는 화가 나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제 자신을 마구 때려 화를 가라앉히곤 했어요


그리고 '너는 밥을 챙겨먹을 것 아니냐, 너는 먹으면서 아이는 왜 굶기니' 라는 내용의 덧글을 기억하고 있는데요


무기력함에 하루에 물 한잔도 먹지 않은 날이 많습니다. 밥도 물론 안먹었지요..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그리고 집 어딘가에 괴물이 기어다니고 있다거나... 커다란 벌레가 저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고

강박증이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만지면 꼭 손을 씻어야 했고, 돈을 만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베란다 문을 열고 뛰어내려야겠다는 생각에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겨우 마음을 돌려서 문을 닫고 돌아서곤 했어요



우울증이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굉장히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그렇게 싫으면 아이를 낳지 말지 왜 낳아서 아이를 고생시키느냐' 라는 말씀 해주신 분도 계셨는데요,

저도 저에게 이런 증상이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아무리 싫어해도 내 자식은 예뻐할 수 밖에 없다. 라는 주변의 의견들이 굉장히 많았구요.

제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저도 2세 계획은 갖지 않았을 겁니다.

정해놓고 찾아오는 병이 아니잖아요, 누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랍니다...





그 때 저에게 따끔한 말과 걱정어린 말을 해주신 82쿡 분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IP : 125.187.xxx.138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2.28 11:55 AM (112.159.xxx.178)

    와.. 좋아지셨다니 정말로 다행이네요.
    앞으로 쭈욱 이렇게 행복하게 사시길 바래요^^

  • 2. ,,
    '11.2.28 11:57 AM (216.40.xxx.121)

    모성애라는것도 이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님이 지나친 책임감- 산후우울증이 심하게 오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아이에 대해 잘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경우가 많다더군요.- 때문에 산후우울증이 더 컸나봅니다.

    이제 치료도 받고 좋아졌다니 다행이구요. 꾸준히 치료 받으시고, 반드시 미친 사람들만이 정신과치료를 받는게 아니거든요. 잘 되시길 바랍니다.

  • 3. 세잎클로버
    '11.2.28 11:59 AM (124.53.xxx.11)

    전 그글은 못봤지만 무심코쓴 댓글이 상처가 될수도 위로가될수도 있군요.
    어쨌든 좋아지신거같아 정말 다행이구요 글읽어보니 행복해보입니다.
    아이도 님도...^^

    자신의 의지대로 안되면 전문의치료도 좋은방법이군요.
    다른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 4. 꽃과 돌
    '11.2.28 12:16 PM (116.125.xxx.197)

    기억납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질타도 하셨지만 그속에 다들 걱정을 한가득 품고 계셨던 겄도요 제가 어디 사시는지 알려달라고 가까운 곳이면 제가 아이 봐드릴테니 바깥 바람 쐬라고 했던것도 기억나네요


    ㅠ_ㅠ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가 산후우울증이나 이런저런 상처로 인해 생긴 우울증을 너무 쉽게 지나쳐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용기내서 병원에 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를 위해서도 원글님을 위해서도 정말 잘 하셨어요

    이번 꽃샘추위 지나고 나면 꽃도 피고 봄햇살도 가득 넘칠테니 아이와 함께 꽃길 걸으며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앞으로는 몸도 마음도 더이상 아프지 마세요

    아이가 원글님을 따르고 파고든다니 .....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 5. ..
    '11.2.28 12:17 PM (110.14.xxx.164)

    저도 우울증으로 약 먹었지만
    그 정도까지 그냥 계셨다니 놀랍네요 님 정도면 중증이니 좋아졌다고 약 금방 멈추지 마시고 잘 치료받으세요
    그리고 치료하면서 나가서 운동하고 뭐라도 배우면서 사람들 만나시고요

  • 6. 베이
    '11.2.28 12:17 PM (180.68.xxx.86)

    예전글 기억나요.
    지금 다시 찾아 읽고 또 한번 울고 왔어요.
    원글님, 무슨말씀을 드려야 할까요.
    댓글로 친동생이나 친언니에게 건네듯이 따끔한 질책과 더불어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신 82님들,
    그 말씀들을 가슴으로 사무쳐 듣고 이렇게 용기를 내신 원글님,
    모두가 존경스럽습니다.
    원글님, 아이와 더불어 매일매일 조금씩 더 행복해지세요.

  • 7. 정말
    '11.2.28 12:40 PM (211.44.xxx.91)

    잘되었네요 월요일 아침 흐뭇한 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 8. ^^
    '11.2.28 12:59 PM (113.30.xxx.159)

    반갑고 흐뭇한 소식.. 감사합니다...
    저도 제 애지만 키우면서 '나는 애 키우는 체질은 아니다'라고 느껴요.
    모든 사람에게 모성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낳은 아이이니 책임감을 갖고 키우는 거죠. 애 키우는 게 너무 행복하고.. 그런 것은 매체에서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님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몸에 활력이 있으면 애 돌보는 것도 덜 힘들 거에요. 그리고 그 아이가 또 님이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나중에 되어줄 거 같아요. 같이 성장한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해 나가세요...!! 우리 힘내요!

  • 9. 짝짝~
    '11.2.28 1:29 PM (183.99.xxx.254)

    정말 잘하셨다고 칭찬해 드릴께요^^
    용기내기 쉽지않으셨을텐데,,,

    앞으로도 아이랑 행복하게 지내는 이야기들 들려 주세요^^

  • 10. 박수보내요
    '11.2.28 1:34 PM (203.234.xxx.13)

    와, 잘 됐네요. 작년에 쓰셨단 글은 읽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82쿡에 우울증 걸린 엄마들 이야기가 많이 올라와서요.
    제 가족 친지 중에도 경험자들이 있는 터라 안타까워요...) 정말 다행이에요.
    원글님 용기 있는 분입니다. 우울증 걸린 사람이 혼자 병원 찾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용기에 박수 보내드리고 싶어요.

    전 상담 치료 못지 않게 약물 치료도 아주 중요하다는 걸 주변 경험으로 알고 있어요.
    아이에게 잘 해주시는 것도 좋지만 원글님 자신을 위한 멋진 일을 많이 하세요.
    멋도 내시고 영화도 보러 나가시고 카페에서 친구들 만나 이야기도 하시고요.
    남편에게 우울증 극복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니 시간을 내달라고 하세요.
    아내 우울증 치료에는 남편의 이해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상태에 기복이 있을 수 있으니 지금 의사 선생님과 정기적으로 계속 상태 체크하시고
    혹시 아직 약을 드신다면 증상 호전됐다고 갑자기 약 안 먹거나 하지 마시길 부탁드려요.
    신경과 약은 서서히 양을 줄여야지 갑자기 끊으면 증상이 재발해서
    다시 약 먹어야 해요. 그러면 그때는 약 먹는 기간이 이전보다 더 길어집니다.

    지금 드신 약이 원글님에게 맞는 약인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약이 안 맞아서 고생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힘 내세요.

  • 11. 11
    '11.2.28 2:15 PM (123.111.xxx.205)

    원글 기억나요
    우울증 걸렸다해도 심하다 생각했는데
    좋아지셨다니 다행이네요
    계속 관리 잘하시고 행복한 가정만드세요

  • 12. 참 다행입니다.
    '11.2.28 3:26 PM (115.178.xxx.253)

    행복해지셨다니 원글님, 아이, 그리고 남편분을 위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늘 가정과 원글님에게 행복이 같이 하시길 바랍니다.

  • 13. ^^
    '11.2.28 4:21 PM (116.39.xxx.139)

    넘넘 다행입니다~~
    스스로에게도 아이에게도 너그럽게 대하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용기에 박수쳐드립니다. 정말 잘 하셨어요.

  • 14. 대단하십니다
    '11.2.28 6:56 PM (124.61.xxx.78)

    악플도 달렸다면... 억하심정에 곡해하고 조언을 못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참 잘 극복하셨네요.
    원글님의 용기와 지혜에 감탄합니다. 이제 더더욱 행복한 날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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