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사주팔자 이야기 1

| 조회수 : 7,078 | 추천수 : 103
작성일 : 2003-07-14 17:19:15
어렸을 때의 경험, 특히나 충격적인 경험, 이거 성장과정에서 두고두고 영향을 미치죠.

저 어렸을때, 아니 초등학교 한 3,4학년 때였던 것 같네요.
저희 외할머니의 손아랫동서, 저희는 작은 할머니라고 불렀는데, 작은 할머니가 중풍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갔어요.
일점혈육도 못남기셔서 저희 어머니랑 큰외삼촌이 상주 노릇을 했는데 삼일장을 치르고나서 집에서 씻김굿 같은 걸 했어요. 아마도 혈육이 없어서 그랬던 듯...

하여간 작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그 방에서 씻김굿을 했는데...
무당과 새끼무당이 굿을 시작하기 전에 할머니가 뭐가 됐는 지 알 수 있게 해준다며 밀가루를 고운체에 친 다음 쟁반에 담아 음식이 잔뜩 차려진 상 아래 밀어넣는 거예요.
어린 마음에도 '필경 저건 사기야, 우리 정신을 쏙 빼놓은 후 무슨 장난을 할 거야, 어른들은 정신이 없을테니 내가 저걸 지켜야 해'하며 그 상아래만 노려보고 있었어요.
무당이 춤을 추든 뭘 두드리든....

몇시간에 걸친 굿이 드디어 끝났을 때....
아무도 그 쟁반 근처에 손도 얼씬 안했는데, 제가 열심히 노려봤는데, 무당이 그 쟁반을 꺼냈을 때 거기에는 놀랍게도, 새발자국이 찍혀있었어요.
무당은 할머니가 '학이 되어 좋은 곳으로 날아가셨다'며 우리 엄마랑 외삼촌을 안심시키고...
전 그날 충격에 휩싸여 한동안 멍했어요.
내가 눈을 부릅뜨고, 꼼짝 않고 그걸  지켰는데 우째 이런 일이...

그후 몇년 후 작은할아버지, 우리 외할아버지의 동생,께서 돌아가셔서 역시 씻김굿을 했어요.
이번에는 우리 친정어머니보고 '대'라는 걸 잡으라고 했는데...
무슨 솔가지를 잡으라고 하더라구요.
엄마가 솔가지를 잡고 있는데 무당이 뭐라뭐라 하니까 엄마의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심하게 떨리고, 나중에는 겅중겅중 뛰는데 엄마는 "내가 왜 이래, 나 좀 잡아줘"하고 소리를 치는데 엄마의 몸은 엄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모양이더라구요.
전 우리 엄마가 죽는 줄 알고, 울고....
그러더니 엄마의 움직임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정상으로 돌아오더라구요.

어렸을 때 이 두 사건은 두고두고 제게 영향을 미쳤어요.
무당집을 찾아다니고, 굿을 하고, 점을 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처럼 미신이고 사기라고 코웃음을 치지는 못하게 됐죠.
제가 어릴 때 경험을 얘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절 이상하게 봐서 얘기는 못하지만...


그러다가 제가 사주에 관심을 갖게된 건 89년, 90년 무렵.
그때 스포츠신문  문화부 기자였는데, 오늘의 운세, 사주이야기, 관상, 성명학 등 관련되는 외고들이 참 많았어요. 아마 그때가 전성시대가 아니었나싶어요. 외고가 서너개쯤 됐었는데 우리 차장, 밖으로만 나돌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 수석기자였던 제가 그 모든 외고를 관리하게 됐는데...

그런데 문제는 그 외고를 쓰는 필자들, 문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인지라  가끔은 틀리게 쓰는 듯 싶기도 하고, 뭔가 빼먹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책을 몇권 봤어요, 순전히 외고 내용을 검토하려구요. 참 대단한 직업정신이죠? 후배들이 워커홀릭이라 불렀어요.
그때 본 책이 사주정설(四柱精說) , 사주핵심강의, 그리고 몇권 더 있구요.
사주란게 뭔지, 천간은 뭐고, 지지가 뭔지, 오행은 또 뭔지, 살은 또 뭔지...이런거 대충 보고 나니까 필자들이 잘못 써오는 원고들을 잡아낼 수 있더라구요.

원고가 잘못되면 전화해서 "선생님 양인살이라고 쓰신거 괴강살 아니에요?"하고 물으면 필자선생님들, 허걱하면서 죄송하다고, 담부터는 잘 보고 쓰겠다고...
진짜 담당기자가 뭘 좀 아는 척 하니까 원고가 훨씬 좋아지더라구요.

그러면서 회사로 찾아와서 제 사주를 봐주고...그때 장안의 내로라 하는 사람들에게 사주 엄청 봤어요. 공짜로요.
그때는 스포츠신문에 오늘의 운세라도 쓰면 금새 매출이 엄청 뛰어버리니까 고위층에 로비를 하고, 저같은 쫄떼기에게는 사주 봐주는 걸로 친하게 지내자는 제스추어를 쓰고...

그래서 사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건데....

사주 얘기 썼다고 제게 돌만 안던지신다면 이따가 후편 쓰구요, 돌 던지시면 잠시 후 이글도 내리렵니다.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냐오이
    '03.7.14 5:41 PM

    재밌는데요 ^^
    돌이 아니라 초롱초롱한 눈빛을 던지고 있습니당..

  • 2. 예쁜유신
    '03.7.14 5:43 PM

    돌 없습니다.
    후편 빨리 부탁해용!

  • 3. 최은진
    '03.7.14 5:49 PM

    에이~~ 벌써 1편 쓰셨는데 궁금해서 어찌 돌던지겠어요??? ㅎㅎ~~
    2편듣고 던지든말든하께요....들려주세용......^^

  • 4. 부산댁
    '03.7.14 5:52 PM

    돌이라니요~
    믿지는 않지만 외면할 수만은 없는게 미신아닐까 합니다..
    저 또한 신통한 몇번의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아뭏든 혜경샘~~ 기다릴께요~

  • 5. jade1830
    '03.7.14 5:58 PM

    혜경님 얼릉 이야기 보따리 풀어주시와요~~~

  • 6. 호두
    '03.7.14 6:03 PM

    처음에 들어 올때는 비밀번호 넣으라고 해서 못 들어 왔는데
    지금은 열리네?
    엄청 궁금?

  • 7. 김새봄
    '03.7.14 6:11 PM

    2편이 궁금해 전 수시로 들어오겠습니다.
    전 꿈때문에 자다말고 대성통곡한 일도 있어요.

  • 8. 그린하우스
    '03.7.14 6:19 PM

    참...혜경님 사시는거 보면...거저되는건 하나도 없다는거 느껴요~
    요리면 요리~바깥일이면 바깥일~(원고를 검토한다고 그 어려운 사주책을 보셨다뉘...)
    역시 프로다운 모습이세요~~열심히 한다는게 어떤건지..
    혜경님을 알게되서 넘 기뻐요~~
    항상 많이 배우고 갑니다...감사합니다~~ 꾸벅(--)(__)

  • 9. 그린하우스
    '03.7.14 6:24 PM

    쿠킹노트에 글 매일 올리시는것도
    진짜 대단한 노력이 아니면 힘들겠다는것도 얼추 짐작이가여...
    칭찬..칭찬..칭찬....(죄송함다....이렇게 표현해서....)

  • 10. 유리
    '03.7.14 6:38 PM

    혜경님
    생년월일 올려도 될까요??? ㅎㅎㅎㅎ
    된다시면 적어올리겠습니다

  • 11. 보물섬
    '03.7.14 6:40 PM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 이번에 개명 신청도 했어요.
    몇년전 순전히 이름만 갖고 풀이를 했는데 .. 저 그날밤 한숨도 못잤어요.
    사주는 입도 벙긋 안하고 이름만 말했는데 물론 한자까지..
    너무너무 정확하게 말해서...
    그래서 결국 이름을 새로 지어서 신청중입니다.
    이름...잘 지어야겠더라고요.
    애들 이름 잘 지어야된대요.
    그리고 사주팔자..절대 무시못해요.
    이건 미신하곤 틀리죠.
    뭐 기독교인이나 천주교 신자도 많이 보던데요...
    빨리 해주세요...ㅎㅎ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 12. 김혜경
    '03.7.14 7:08 PM

    아이구, 뭔가 오해가...
    그냥 책을 읽어봤다는 거지...
    제가 볼 줄 안다는 게 아닙니다. 전 사주풀이 들을 줄만 압니다.

  • 13. 박현정
    '03.7.14 7:30 PM

    어쩜 갑자기 깊은 공감대가 느껴질까요???????
    저도 한동안 역학책이랑 친하게 지냈거든요 그리고 취미 삼아 장안에 내놓라하는 선생님 ,보살,도사님들 한동안 찾아 다녔어요 .
    최고 압권은 아엠에프때 어느 유명하신분 예약 하느라 하루밤을 줄 쓴 적도 있답니다 (혜경 행님도 가보셨을 신촌ㅇㅇ도령 )제가 보기엔 책으로 푸시는분 신이 내려서 하시는분 다 남에 돈은 그저 먹진 안고요 그중 안좋은 사람도 있지만요.......
    전 가끔 제가 결정 못 할일은 도움으받죠..
    헤경행님은 그런것 안 좋아 하실것 같은데요????????
    잘 보시는 분 계시면 소개 해주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 14. 현현
    '03.7.14 7:43 PM

    와...재미있는데요..
    사주팔자라..전 결혼하기 전에 엄마가 저희 신랑이랑 저랑 궁합을 보셨는데 12월에 결혼하면
    제가 아프다 그랬대요..근데 전 12월에 결혼하면 바로 방학도 하고 편할 것 같아서
    그냥 우겨서 했는데...신혼여행 갔다 다음날 퇴근하다 집에 오면서 엄청 큰 차사고를 냈어요..
    차 앞이 다 찌그러지고..제가 안다친게 다행이었죠..그때 생각하면 좀 섬뜩해요..

  • 15. 현현
    '03.7.14 7:48 PM

    그리고 무당들이 그리 사기꾼은 아닌 것 같아요..제 동생의 친구는 어렸을 때 엄마랑 크게 싸우고 학교에 갔는데 엄마가 그날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대요..돌아가신 후 굿을 했는데..무당이 엄마 목소리를 내면서, 그 아이에게 미안해 하지 말라고 했대요..그리고 집안 어디 찾아 보라고 해서 찾아봤더니 통장이 나왔다고 하더라구요..사후의 세계..정말 있는걸까요?

  • 16. 체리
    '03.7.14 9:06 PM

    2탄,3탄,선생님이 아시는 모든 것 알려 주심 안될까요?
    저도 많이 관심 있습니다.
    부탁합니다.

  • 17. 여진맘
    '03.7.14 9:18 PM

    으~~흐.
    전 이런거 거의 안 믿고 살려고 하는데 거의 납량특집입니다.
    오늘 할일이 좀 있어서 늦게 자야하는데 어쩐지 등뒤가 오싹할것 같은....................

  • 18. 이경숙
    '03.7.14 10:08 PM

    우리 주인장님
    기동성 정말 놀랍습니다.
    게시판에 사주얘기 나오니 바로 이야기 보따리 풀어주시는군요.
    모두 저희들을 위한 서비스정신 이라는 거 바로 알겠는데요
    고맙습니다.

  • 19. scymom
    '03.7.14 10:22 PM

    저도 한 때 사주에 심취(??)해서 책 몇 권 읽었었는데...
    결혼후 한동안 사네 안사네 하면서 점집도 엄청 다니고요.
    지금으로선 좋은 때엔 안믿고 나쁜 때엔 믿고 하는게 사람 마음이다.,..싶더라구요.
    그렇다고 전혀 안믿는것은 아니구요.
    2편이 기대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297 오늘, 낮과 밤 20 2003/08/04 5,199
296 시판소스를 이용한 [고등어 조림] 25 2003/08/03 8,561
295 저희 집 내일 메뉴는요 23 2003/08/02 8,165
294 한 여름밤을 달굴 칵테일 [피나콜라다] 19 2003/08/01 5,989
293 또 한달이 가네요... 23 2003/07/31 5,046
292 [오이 냉국]과 수제 소시지 25 2003/07/30 8,708
291 초간편 [알밥] 20 2003/07/29 8,428
290 비오는 날 딱 좋은 [감자전] 24 2003/07/28 8,356
289 중복 보내기 [백숙] 16 2003/07/26 6,350
288 브로콜리의 추억 11 2003/07/25 5,931
287 손도 안 대고 코 푼 날 24 2003/07/24 7,323
286 [닭 비빔밥], 아세요? 15 2003/07/23 6,589
285 '물 관리' 들어갑니다- 21 2003/07/22 6,064
284 kimyswife식 레시피 정리법 18 2003/07/22 10,874
283 땀 안흘리고 밥먹기 [생선초밥] 22 2003/07/21 8,043
282 오빠 부부 벗겨먹기 25 2003/07/20 8,539
281 김치말이 변종 [냉김국밥] 18 2003/07/19 7,666
280 고장난 어깨 25 2003/07/18 5,141
279 사주팔자 이야기- 마지막 7 2003/07/17 6,975
278 사주팔자 이야기 3 11 2003/07/16 7,139
277 이천에서 골라온 그릇 37 2003/07/16 11,581
276 이천에 다녀왔습니다 22 2003/07/15 7,521
275 사주팔자 이야기 2 17 2003/07/14 6,711
274 사주팔자 이야기 1 19 2003/07/14 7,078
273 무거운 점심, 가벼운 저녁!! [김치말이 밥] 16 2003/07/13 8,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