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요리의 기초 [감자샐러드]

| 조회수 : 8,854 | 추천수 : 252
작성일 : 2003-02-20 23:30:45
저희 집 오늘 메뉴는 살치살 로스구이 였어요.
설전 코스트코에서 사다가 냉동고에 넣어두었다가 비로소 오늘 구워먹은 거죠. 맛이 썩 나쁘지는 않은듯 가족 모두 아무 말 없이 먹었지만 제 입에는 다소 질긴듯 해서 좀 남은 건 배즙에 재웠어요.
고기와 더불어 상추쌈과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그리고 새우젓찌개가 식탁에 올랐죠.
고기 먹는 날은 된장찌개나 개운한 맛의 새우젓찌개가 제격이라...
고깃집에서 먹어 버릇해서 그런지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도 로스구이와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오늘 샐러드는 삶은 감자, 사과, 오이가 재료의 전부.
전 마요네즈에 버무리는 샐러드에는 삶은 달걀을 꼭 넣어요. 왜냐면 달걀노른자가 부서져 마요네즈와 섞이면서 훨씬 좋은 맛을 내줘서요. 그런데 달걀 삶는 걸 아예 까맣게 잊어버린거 있죠. 완성후 접시에 담다보니 달걀을 안넣은 것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참 정신없는 사람이죠?

오늘 샐러드를 만들면서 '기초'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샐러드 재료를 마요네즈에 버무리기 전에 밑간을 했거든요, 프렌치 드레싱이라고 거창하게 부를 것도 없이 포도씨오일 한큰술, 식초 1큰술, 소금 반작은술, 설탕 반작은술, 머스터드 파우더 반작은술을 대충 섞어서 재료에 밑간을 한 다음 마요네즈에 버무렸죠. 마요네즈를 덜 넣어도 훨씬 잘 버무려지고, 맛도 훨씬 좋고...
샐러드 재료를 프렌치드레싱으로 밑간해서 버무리라는 건 거의 요리의 기초에 가까운 건데 전 자꾸 빼먹어요, 귀찮아서요. 기성제품이나 아니면 쓰다 남은 것이 있으면 모를까 일부러 만들게 되지않아서요.
그런데 오늘은 왠지 귀찮다고 아무렇게나 하면 안될 듯해서..., 아니 내가 한 음식을 맛나게 먹어줄 내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서 기초를 존중한 거죠.

이렇게 저녁을 먹고나니,
병원에 입원중인 친정아버지는 맛도 없는 병원음식, 그것도 김치도 나오지 않는 저염식을 드셨을테고 오른손을 쓰실 수 없는 친정어머니는 매일 혼자서 그저 곰국에 밥 푹푹 말아서 왼손으로 밥술을 간신히 뜨셨을 생각을 하니 마음에 좀 걸리네요.
그래도 내 남편과 내 자식, 내 부모, 내 형제는 어떻든 밥먹고 숨쉬고 살고있는데, 저 대구의 많은 식구들은...., 너무 마음이 아프고, 금방 이 상처가 아물 것 같지 않아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상은주
    '03.2.21 1:10 AM

    언니 전 뭘 해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장도 안해서 김치도 떨어져 가고,, 흑,, 병원 음식 정말 못먹어요,, 아기 낳았을때 나오는 미역국만 빼고 그건 어쩜 그렇게 맛난지..
    전 대구 때문에 너무 만ㄴㄴ이 울어서 눈 앞이 안개낀것 처럼 보여요,, 큰일이네.. 쇠간을 먹어야 할까봐요,, 글구 넘 맘이 아파서 계속 울었더니 머리도 아프고..

  • 2. 건이맘
    '03.2.21 8:23 AM

    평온한 일상을 감사하는 하루 하루가....지옥속에 있었을 그분들과..또 그 가족들께..너무나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더 자주하게 되고..하여튼 계속 착찹하네요..

    저도 그 간단 마요네즈 샐러드 가끔 하거든요. 싱싱한 야채는 없고 반찬이 너무 고기나 생선일색인것 같을때..항상있는 감자랑 사과로 했는데..거기에 삶은계란이 좋은지는 몰랐네요.
    담엔 꼭 해볼래요..안그래도 삶은 계란 먹을일은 통없는데.
    아 그리고..샐러드 재료에 밑간해 버무리는거..우와..요리의 기초인지도 몰랐어요.
    담엔 꼭 그렇게 해봐야겠네요. 마요네즈 덜 넣어도 맛나게 하는거..그게 좋을거 같아요.

    항상..여기 들어오면 편안해요.
    감사합니다.

  • 3. 잠비
    '06.6.6 10:17 PM

    <망자들을 위한 기도>
    그 때 쓴 시의 제목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날짜 조회
147 돼지고기완자로~[완자케첩조림] 7 2003/03/14 5,850
146 [버섯불고기] 4 2003/03/13 7,257
145 오! 버섯!! [버섯밥] [버섯전] 16 2003/03/12 7,853
144 아니, 포도씨오일이... 7 2003/03/11 7,101
143 소박한 밥상 2- 너무 미안한 밥상 [갈치 갓김치조림] 12 2003/03/10 7,436
142 가정용 진공포장기를 써보니... 14 2003/03/08 8,060
141 제게 시판 소스 후기를... 15 2003/03/06 7,461
140 아보카도의 배신 11 2003/03/05 9,000
139 절 좀 도와주세요!! 38 2003/03/04 5,727
138 오늘이 삼겹살의 날이라네요 15 2003/03/03 5,746
137 웃기는 [스테이크] 상차림 2 2003/03/02 8,404
136 소박한 밥상 1 - [굴밥] 9 2003/03/01 6,978
135 토방식 [해파리 냉채] 3 2003/02/28 7,499
134 업그레이드 [캠핑찌개] 8 2003/02/27 6,113
133 굴비 어떻게 드세요? [굴비찜] 9 2003/02/25 7,890
132 브로콜리 맹렬하게 먹기!! [브로콜리 치즈구이] 15 2003/02/24 8,915
131 시장에 가보니 9-새로 만난 치즈[감자치즈구이] 17 2003/02/23 8,039
130 로또 추첨을 기다리며... 11 2003/02/22 5,561
129 [감자만두]?? 3 2003/02/22 5,982
128 요리의 기초 [감자샐러드] 3 2003/02/20 8,854
127 [묵국수], 그 소박함... 12 2003/02/19 6,575
126 삼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17 2003/02/18 5,977
125 부엌으로 귀환!![갈치조림] [봄동겉절이] 12 2003/02/17 7,561
124 [김국] 복습하기 10 2003/02/15 7,703
123 세상에나 세상에나 12 2003/02/11 8,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