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이 죽끓듯 하던 가을날씨 + 게으름의 끝장이 합해진 결과
고라니 쉐이들이 콩밭 울타리를 허들경기장쯤으로 여기며 들락날락
죄다 망쳐버린 콩밭에서 간신히 건진 몇가닥 콩대의 타작마저 차일피일 미루어지더니
급기야는 한겨울 눈쌓인 비닐하우스에서 콩깍지 털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한달이 넘도록 콩깍지 따기가 이어지다가
그나마도 마님의 부지런한 손놀림 덕분에 이제 거의 다 처치가 되기는 했는데......
그나마도 덜 영글고 살짝 썩거나 벌레가 먹거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것들은 달구들 청치밥에 섞습니다.
이참에 큰소리 한마디~
우리나라에 속서리태 먹는 달구들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봐봐봐~ ㅋㅋㅋㅋ
그렇게 차빼고 포떼기로 얻은 서리태는 밥에 얹혀
겨울밥상을 푸근하게 만들어 주고......
시알딱지 건진 흰콩은 두부로 순두부로 변신을 하는데......
뱃가죽이 등짝에 껄어붙은 어느날 오후
뜨끈한 두부를 안주삼아 소주한잔 곁들이는 참에
턱괴고 찢어진 눈을 부라리며 차분히 건네는 마님의 칼바람소리~
두부틀좀 만들어 달랬더니 ...... 그게 없어서 어쩌구 저쩌구 궁시렁 ~
그나마 겨우내 손두부 얻어 먹으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하기에
담날 농장에 도착해서 달구들 채소 챙겨준 직후 곧바로 두부틀 만들기로~
짜투리 구조목을 치수에 맞게 각도절단기로 자르고
나사못 몇개 쉭쉭 박음으로 두부틀 만들기 끝~
(바닥은 간수가 빠지기 쉽도록 틈을 남겨두고......)
두부틀을 건네받은 마님의 흡족한 표정을 기회로 삼아
"야~ 이거 거친면은 사포로 다듬고 오래 쓸려면 콩기름 서너번 발라~"
ㅋ~ 다소곳한 마님의 대답~ 웬일이니?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에 만들어 주고 큰소리좀 치는건데~
그나저나 올겨울에는 손두부좀 질리도록 먹어 볼 수 있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