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박서영
꽃잎들은 긴 바닥과 찰나의 허공이라는 계절을 지나는 중이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왜 그리 짧게 살다 떠나 는지.
변하고 돌아서는지. 무덤 속에서 튀어올라오는 사랑과 입맞춤한다. 나는 북쪽에 살아. 피부는 들판의
풀들처럼 자라면서 늙어가고, 가끔은 잠적하지. 그러곤 튀어오르지. 무덤위에 피는 꽃처럼 잠시 아름다워지기도 해.
생일( 生日 )과 기일( 忌日 )이여. 점점 더 멀어져라. 나의 울음과 너의 울음이 다르다. 저녁과 아침 사이 밤이여.
점점 더 캄캄해져라. 나는 남쪽에도 살고 북쪽에도 산다. 꽃 피고 지고. 밤하늘이 바닥까지 내려와 있다. 바닥에 흐
르는 은하수. 바닥의 애벌레 좌. 얼룩진 한쪽 벽 구석의 거미 좌. 이젠 천천히 걸어 너에게 간다. 길의 점막에 달라붙
은 꽃잎들. 바닥을 물고 빠는 저 불쌍한 입술들. 벚꽃나무가 핀 너의 가슴은 백야의 시간을 지나는 중이다.
- 문학동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중에서
삼월이 갔다
분명 따스한데
믿고 까불다간 얼어 죽는
매서운 미인
아름답고 모진 이들은
쉬이 떠나고, 다신 돌아 보지 않는다.
사랑한 것들과 함께 있을
박서영시인의 명복을 빈다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 사진은 쑥언늬 꽃밭의 향기가 히야~해서 히야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