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일요일은 동굴처럼 깊다 압력밥솥에서 압력이 빠지는 소리를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만큼 좋아한다 그 소리는 흩어진 식구들을 부르는 음악 같다 일요일은 음악 같다 십자가는 날개 같다 천사의 날개 고난 버전 같은 십자가 아래 누군가 깨지지도 않은 거울을 내다 버렸다 교회에 가듯 그 거울 속에 가서 한참을 회개하다 돌아왔다 의문에 휩싸였다 풀려난 사람처럼 일요일은 아파도 좋았다 크게 잘살지도 못했지만 크게 잘못 살지도 않을 것이다 비록 지갑엔 천원 밖에 없고 싶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삭제 당했지만 자꾸 회개하고 싶은 일요일 압력 빠진 압력밥솥처럼 푸근한 일요일 세상천지 어디 한 곳 압력을 행사할 데가 없는 이 삶이 고맙다고 기도하는 일요일 거꾸로 읽어도 일요일은 일요일 그래서 자꾸 거꾸로 읽고 싶은 일요일 무료도 유료도 아닌 일
요일 사랑할 수는 있었지만 사랑을 초과할 수는 없었던 인생을 현금 바구니처럼 들고 있던 우리의
-안현미 시인
아이 셋을 개학 하였다하여
학교로 쫒아내고 나니
돌아 오는 길에
나무에 바람이 스치는 게 보였다
내 귀엔 캔디
달콤해애쓰
그리곤 노래가 나왔지
우~우~우~우~
We are the champions, my friends,
And we'll keep on fighting 'til the end.
일요일
압력밥솥의 압력 빠지는 소리가
베토벤교향곡 5번으로 들리는 게
이해되는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