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토요일 새벽 2시 30분 한계령 휴게소 출발
서북능선 탑니다.
끝청~중청~대청(1,708m) 거쳐 소청~봉정암~수렴동 계곡 따라 백담사 까지
대청까진 8키로,대청서 백담사 12키로, 총 20키로 12시간 예상.
휴가가 막 끝나서인지 20여명만이 등산로 게이트 열리길 기다리며 서성거리고 있네요.
휴가 철엔 수백여명이 북적이는 곳.
가장 최근 설악산 무박이 2014년 10월 한글날이였으니 3년만.
5백미터 올랐을 뿐인데 역시나 엄청 힘듭니다.
하늘을 우러르면 달무리 속 반달이 제법 밝은데 등산로는 안개비로 시야를 가립니다.
서서히 밝아져 오고.
날도 밝았으니 음악도 들으면서 가보죠
전원교향곡..카라얀
보고 있자니 순간 순간 안개비가 산자락을 훝고 지나가네요.
미역줄 나무 군락지~~
이곳 미역줄 터널을 지날 때면 향기가 진동하는 데 비바람에 씻겨서 인지 전혀 느낄수가 없네요.
2시간여 오르막 뒤엔 흙길이 나오고
주변은 야생화 천국.
어느새 세잎종덩굴은 씨방을~~
미역취나물~~
'취'로 끝나는 것은 식용.
미역 냄새가 나서가 아니고 줄기를 씻다보면 미역처럼 거품이 난다네요.
참나물~~
둥근이질풀~~
예전 민가에서 잎을 다려먹으면 이질이 낫는다 해서 이질,그리고 꽃이 둥글다 해서 둥근,,,이리 둥근이질풀.
흰모시대~~
모시대는 모시대, 흰모시대, 도라지모시대 세종류.
새며느리밥풀꽃~~
새는 버드를 말하는 것으로 기본종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의미.
흰송이풀~~
회전날개가 시간을 두고 차츰 갯수가 늘어납니다.
날개가 4개에서 7개로 늘었네요.
송이풀과 날개 형태가 비슷한 물레나물~~
무더기로 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한 두 송이씩 발견돼는 흔치 않은 식물.
특정 사물을 닮아 그 이름을 붙힌 꽃들이 많죠.
로마 병정의 투구를 닮은 투구꽃. 족두리를 닮은 족도리풀, 은종을 닮은 은방울꽃,실타래처럼 꼬인 모양의 타래난초 등등.
3시간여 헉헉대며 오르는데 스틱 하나가 돌무더기 틈에 끼고 말았네요.
순간 몸은 관성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데 스틱은 여전히 끼여있고.
순간 뚝!
이렇게 스틱 하나만으로 30여분 지났을까요,이번엔 습기진 벼랑을 오르다 미끄러지네요.
스틱을 잽싸게 넘어진 곳으로 이동하며 균형은 잡았으나 무게를 감당치 못하고 이마저 뚝!.
정상 까지 절반도 못왔는데....네발 중 두발을 잃은 상황.
지금까지 무박 산행 중 최악에 직면.
8년을 함께 해온 스틱입니다.
스틱 손잡이 고무 밴드가 닳아 뼈가 드러났을 정도로 정말 많이 정이 든.
두발을 네발로 만들며 이렇게 무탈로 산행을 즐기는 것도 저 스틱 몪이 클겁니다.
참으로 고마운 스틱!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아듀!! 마이 스틱
등산로 왼쪽 보이시나요??
7시 즈음,,,피로한 심신을 일거에 사라지게 하는 순간입니다.
도라지 모시대~~
잎이
모시잎을 닮아서 '모시'...
대마무 같이 길어서 '대'... 모시대!
같은 초롱과로 잔을 닮았다고 '잔대'라고 하는 것처럼요.
더덕, 잔대, 모시대는 넓게 보면 한 가족으로 초롱과.
도라지모시대는 꽃이 도라지와 비슷해서.
아예 간이 접이의자를 펴고 앉잖습니다.
보고 또 보고....찍고 또 찍고.
위에서도 찍어보고
연보라 꽃잎엔 수정알이 송알송알 맺혔고.
사실 지금 제 이마의 땀방울이 저렇습니다
결국은 안경을 벗어 인증샷 소품으로 사용.
아쉬워 뒤돌아 봅니다.
바로 길가 풀섶이라 걱정도 되고.
이번 산행의 하일라이트!!
한계령서 6.4키로, 많이 왔네요.
여기서 끝청(1480m)이 지척입니다.
백당나무 열매
야생화 천국~~
둥근이질풀
정중앙 보이시나요?
동자꽃
끝청 오르는 길~
끝청(1480m)에서 바라본 서북쪽 방향입니다. 운무 위로 인제 방태산.
구절초~~ 끝청엔 이미 가을이 온거죠.
산오이풀~~ 이파리를 짓이겨 코에 대면 향긋한 오이 내음이 납니다.
엉컹퀴를 닮은 수리취~~ 검게 작년 수리취 열매도 보이고. 단오 때 해먹는 수리취떡은 바로 저 이파리를 사용. 수리는 '물의 신'이라는 뜻. 단오절에 수리취로 떡을 만들어 먹으면 액운을 피한다는데 그래서 단오절을 '수릿날'이라고도.
see through 룩~~ 유혹이라기엔 너무 청아해서요.
동자꽃
어수리~~ 어린 잎은 나물로.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다 하여 어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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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잎 종덩굴
산길은 중청 허리를 감아 돌고
등산로는 키작은 나무 숲 사이로~~~
안개비를 머금은 바람이 수시로 휙 지나며 이마의 비지땀을 식혀주고
중청 야생화
수리취 뒤로 둥근이질풀들이 군락을 이루고.
수리취는 박새와 더불어 장신군단으로 2미터 넘게 자랍니다.
찬 습기를 맘껏 품은 산오이풀
중청에서 소청으로 하산길~~ 설악에서 가장 좋아하는 길이기도. 여기만 서면 시야가 확 트이며 황홀해집니다.
푸르름을 잃은게 가을 느낌이 확 오죠?
설악 대표 수종 마가목 열매~~
덤불 오리나무도 열매를~~ '오리'는 베이징 덕 그 오리가 아니라 거리를 나타내는 5리. 예전 역과 역 사이 거리를 표시하기 위해 오리나무를 많이 심어서죠. 그러다 보니 오리나무는 문화가 되어 시인들의 시어로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백석의 詩 '오리나무' 같이
키큰 일반 오리나무와 달리 고산지대에서 키작은 모습으로 덤불을 이루며 살기에 '덤불오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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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룽나무 열매.
이파리는 벌써 가을 옷으로 갈아 입었군요.
이렇게 귀룽나무에 가을이 빨리 온 이유는?
경험상인데,
키큰 나무 중 가장 먼저 봄꽃을 피운 나무가 바로 귀룽나무 입니다.
일찍 봄을 맞았으니 가을도 그러하겠죠.
등대시호
이슬을 한껏 머금었네요.
왼쪽은 검게 씨앗이 맺혔고
여름철 더위에 매우 약하기에 설악에서도 중청~소청 구간에 주로 서식하는 희귀 식물.
그런데 등대시호,,야노시호,,장시호??
등대와는 아무 상관없고 등잔걸이와 비슷해서라네요.
한방서 뿌리 말린 것을 시호(柴胡)라 하고.
소청 주변 구절초.
소청봉도 가을이 왔다는 거겠죠.
지금 끝청~중청~대청~소청엔 가을이 왔다고 하면 맞을 겁니다.
소청 갈림길~~
우로가면 희운각 거쳐 천불동으로
좌를 택하면 봉정암 거쳐 백담사로.
직전엔 천불동 우측이였으니 이번엔 봉정암 길을 선택합니다.
둥근 이질풀
소청 대피소~~
아참,
평소 보다 2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중청 대피소서 안개비 속 김밥으로 아점을 먹었어요.
대피소 주변은 긴산꼬리풀이 포위했군요.
'긴'은 산꼬리풀에 비해 꽃이 길어서,'산'은 살고 있는 장소가 높아서,
'꼬리풀'은 꽃차례가 동물의 꼬리모양을 연상시키는데서 유래.
그래서 낭미초(狼尾草)
소청대피소서 20분 거리 봉정암(鳳頂庵)이 보이고,,,해발 1,244m,,,암자 중 가장 높은 곳.
봉황이 부처님의 이마로 사라졌다 하여 鳳頂이라.
왼쪽 암릉 위로 석가 사리탑이 보이네요.
많이 지친 몸이라 패스!
새로 단장한 대웅전~~
이제 봉정암 떠나 백담사로 향합니다.10키로 거리.
스틱 사용이 없는 지라 무릅,발목,허리에 부담이 오고 있음을 확연히 느낌면서...
봉정암은 언제 부턴지 불자라면 살아 생전 한 번은 꼭 참배해야 하는 성지로 정착되었죠.
봉점암서 10분 내려오니 사자바위 갈림길이 나오네요.사자바위는 등산길서 5분 거리로 지척.
이곳은 수렴동계곡을 타고 봉정암을 찾은 사람에겐 동네 어귀 같은 곳.
그런데 태반은 사자바위는 스치고 곧바로 봉정암으로 향합니다.
오를 때야 힘들어 놓칠수 있지만 하산길이라면 반드시! 반드시!! 들려야 할 곳입니다.
정상에 서면 사방팔방 수렴동 계곡 일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눈이 확 트이고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죠.
정상에 저리 사자바위가 있습니다.
위쪽으로 봉정암도 보이고
계곡 위쪽은 중청입니다.
맞은편~~
뒷쪽으로 용아장성이~~
아랫쪽~~
아랫 계곡이 수렴동계곡으로 백담사로 이어집니다.
계곡 따라 10키로 가면 백담사.
이제 계곡 따라 하산.
이 물줄기와
이 물줄기가 만나
즉 이쪽과 저쪽이 만나
쌍폭을 이룹니다.
용아장성 능선~~
계곡은 수많은 담,소,와폭,직폭으로 이어지고
이 길은 불자들에겐 순례의 길이기도~~~~
산객 보다 순례객들이 훨씬 많은 곳.
혹 당신이 하산길이라면 마주치는 자로 부터 한사코 듣는 말이 있을 겁니다.
몹시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이리, "봉정암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백담사까진 셔틀을 탔으나 10키로 6시간 거리다 보니 산행에 익숙치 않은 그들에겐 고행일수 밖에.
오늘도 10여번 질문을 받습니다.
그때마다 난 한사코 이리 답합니다.
" 한참 남았어요.다 잊어버리고 오르세요 "
그러고는 혼자 생각합니다.
'무념무상으로...'
잠시 내려가 등산화 벗고 발도 씻고, 무릅 도가니도 담금니다.
누런 참외도 한개.
우측으로 수렴동 대피소~~
여기서 부터 백담사 까진 4키로.
거의 평지나 다름 없어 가벼운 트레킹 코스로는 이땅 원투를 다투는 곳.
개인적으로는 최고!
여름 대표 야생화 금마타리~~
금색이고 말처럼 줄기가 커서...금마타리
시종일관 계곡을 따라 길은 이어지고
영시암~~
조선조 이곳 영시암에서 밥해주던 노파가 호랑이에 물려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백담사 도착~~
지금 시간 오후 3시이니 정확히 12시간 30분 소요.
없는 스틱에다 3년만의 무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습니다.
백담사서 셔틀 타고 용대리로
용대리 가로수는 마가목이군요.
마가목 꽃말이 뭔지는 모르지만 저 풍성한 열매를 보니 다산,풍요가 적당할듯.
역시나 환경이 좋으니 열매도 많이 붙었어요.
끝청~중청 사이 마가목 군락지완 그 풍요로움에 있어 차원이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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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핸펀으로 찍었어요.
2)집에 와서 헬스 앱을 보니 5만 4천 보를 걸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