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신세가 참으로 처량하게 되었다.
시방 우리 집은 개판이다.
이 넘들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잠만 자는 아주 착한 강쥐들인 줄 알았다.
자는 넘들을 일부러 흔들어 깨워보고 싶을 정도로
젖먹고 잠자고 젖먹고 잠자는,
잠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착한 강쥐들이었다.
오줌도 안 누고 똥도 안 싸길래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눈을 뜨고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동작이 빨라지더니 이제는 이 넘들이 잠이나
자나 싶을 정도로 종일 장난치고 나를 성가시게 한다.
내가 현관문만 나서면 터진 둑에서 물이 쏟아지듯
일제히 달겨든다.
내 다리에 꿀이라도 묻은냥 일제히 꼬리를 살랑대며 달겨든다.
운동화 끈을 집중 공략하는 놈이 있는가하면
어떤 넘은 바지 가랑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아이고 이넘들아 그만그만~하고 발을 동동 구르면
이넘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내 무릎까지 뛰어 오른다.
그래 이제 슬슬 졸업사진 찍고 분양할 때가 되었나보다.
비록 이넘들이 그동안 나를 성가시게 했지만
그래도 강쥐란 이 때가 가장 이쁘고 귀여울 때라
나에게 홍수처럼 달겨드는 넘들에게
‘아이고~ 이 넘들아~ 고만 고만’하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하나씩 눈을 맞춰주고 이름을 불러준다.
잠보 머루야~ 똑순이 오디야~
목도리가 예쁜 도리야~ 민트야~
그리고 블루 슈가야~너는 다음 주 통영의
마당 넓은 집 막내 아드님 생일 전까지 입양가게 되었구나~
가거든 부디 행복하게 잘 살거라~
이번에 새끼를 낳은 사랑이는 농부의 친구 셔틀랜드 쉽독이다.
셀티라고도 불리는 양치기 개인데 영리하기로 손꼽히는 개다.
양치기 유전자가 있어 컹컹 짖으며
쫒고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양이 없어 아쉬울 정도다.
성질은 더없이 온순해서 병아리도 물지 못한다.
체중도 10키로 내외라 아이들이 있는 가정의 이상적인 반려견이다.
새끼들이 이빨이 제법 나고 사료를 오독오독 씹어 먹으니
어미는 더 이상 젖을 먹이지 않고 냉정해졌다.
젖을 더 먹고 싶은 새끼들은 기회만 보이면
어미 가슴을 파고 드는데 어미는 이제 냉정하다.
봉선화가 여문 씨앗을 최대한 멀리 튕겨내듯
달겨드는 새끼를 냉정하게 뜅겨버린다.
( 애들아~ 이제 너희들은 각자 갈 길을 가거라~
엄마는 이제부터 양을 몰아야한단다~)
(엄마~엄천 골짝에 양이 어디 있다고 뻥을 다 치세요~
그러지 말고 같이 두더쥐 사냥이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