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초가집
그을린 부엌 천정에는
배고픈 뱀이 살고 있었다
부지깽이만한 제 몸피보다 큰 쥐를
아기숟가락 같은 입으로 덥석 물어
아가리가 찢어져라 삼키곤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물항아리 속에 띄워 둔
입보다 큰 물외를 꺼내 우적우적 씹으면서
죽음길을 통과하는 쥐꼬리의 떨림과
삶이 굵어지는 뱀의 몸뚱어리를 보고 있었다
등줄기가 휘어진 초가지붕엔
까마귀 소리에 깜짝깜짝 커지는 애호박이
한여름 뙤약볕에 그을리며
안간힘으로 매달려 있었고
살갗이 찢어지도록 허기진 마당엔
고추잠자리들이 바람을 타며
고공비행을 하고 있었다
- 양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