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간여유가 없어도 그림이 말을 거는 날이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날, 더구나 영미씨가 들고온 귀한 음반이 가득해서 먹지 않아도 배부를 것 같은 날
(이것은 점심을 제대로 맛있게 먹고 나서 하는 말이니 조금 과정이 섞인 것이지만 정말 그런 기분인 날이었지요)
집에 와서 메이지 유신 전후의 이야기를 정리한 다음 누워서 음악을 듣다가 스스로 잠이 들었습니다.
맞추어 놓은 알람소리에 깨면서 귀에 들어오면 목소리, a breath away
처음부터 다시 음악을 들으면서 고르게 되는 화가는 게인즈보로우입니다.
오늘 읽은 두 명의 화가 레이놀즈와 게인즈보로우는 영국 미술이 세계미술사속으로 들어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두 사람입니다. 물론 이전의 윌리엄 호가스도 있지만 제겐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 두 사람의 화가라서요.
오래 전 테이트 갤러리에서 두 사람의 그림을 보면서 이상하게 더 끌린 화가가 게인즈보로우라서
그 뒤로도 그의 이름을 발견하면 글이건 그림이건 일단 다가서게 되더라고요.
두 사람의 글을 읽고 나서 멤버들에게 어려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화가 읽고 나서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일본문화사 이런 순으로 공부하는데 당분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읽기를 쉬고 일본문화사에
집중하고 싶다고요. 동의를 얻고 나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두 사람을 배려해서 문화사 처음부터 돌아가서
조몬시대와 야요이 시대 복습을 했습니다.
이 초상화속의 바흐는 바흐인데 요한 세바스찬이 아니고 다른 바흐 혹시 바흐의 아들이 아닐까 싶네요.)
일본문화사를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새롭다고 하는 사람들때문에 웃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공부한 것도 있고 함께 공부해온 세월도 있어서 복습이 힘이 있구나 느낀 날
오랫만에 바쁜 일과를 정리하고 컴백한 지나씨,진달래씨의 보충 설명으로 토기, 석기, 도기 자기의 구별도
확실하게 되고, 같은 텍스트인데도 이렇게 풍부하게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한 경험이 된 날이었습니다.
야요이시대까지 복습을 마무리하고 늦게 도착한 유은씨와 함께 다시 하가쿠레부터 시작해서 오늘의 진도를
나갔습니다. 하가쿠레가 도대체 사람이름인지 책 이름인지 지명인지 이런 구별이 어렵다는 것이 일본사에
입문을 어렵게 하는 장벽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예를 들어 아즈치 모모야먀 시대, 겐로쿠 문화, 이런 식의 말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의 벽이 있겠지요? 모르는 표현은 서로 찾아가면서 하가쿠레에서의
추신구라에 대한 비판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각자 생각하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요즘 일본 역사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사람이 여럿이어서 드디어 여기서 아하면 저기서 어하고 응답이 오는 재미있는 공명을 누리고
있기도 하네요.
곧 나오는 시기 난학을 읽을 때는 나니와의 꽃을 막부 말기를 다룰 때는 아츠히메를 이런 식으로 드라마를
텍스트로 삼아 공부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한 날이었습니다. 더불어 가는 즐거움을 누리는 하루 하루
매일의 수업이 서로 다른 색깔이어서 그 날마다의 즐거움이 있지만 역시 화요일이 각별한 이유는 어디서도
맛보기 어려운 점심시간이란 향연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