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올려드렸던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유명한 수필 『들길』
을 다시 올립니다. “언어가 붕괴되고 단어가 도식화된 현대에 어떤 철학자도
하이데거만큼 언어의 존귀함을 다시 되살려놓지는 못했다.” 고 증언하는 분도 계신
데요,
늦가을로 접어드는 이 시기, ‘물질문명’의 범람으로 존재에 대한 사유는 옅어지고 언어의
경박성이 난무해 그 존귀함이 사라져가고 있는 위기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왜 인간은 최첨단 기술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과학문명의 등불 아래에 물질적 풍요
를 이루고서도 오히려 지혜는 어둡고, 정신의 ‘고향’을 상실한 듯 여전히 공허감 속에
방황하고 불안해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현대처럼 자본주의와 과학・기술문명 시대에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근원적으로 일찌감치
예견하고 깊이 통찰했던 철학자,
일생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일관했던 마르틴 하이데거가 진중하게 들려주는 예지叡智의
언어는, 깊어가는 가을밤을 사색의 시간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사람이 “빵만으로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실존철학자의 인류에 대한 애정
어린 말들이 우이독경牛耳讀經처럼 들리겠지만, 빵만으론 살 수 없는 존재가 사람임
을 절절하게 인식한다면 귀담아 들을 이야기가 되겠지요.
이미 오래 전 고인이 된 이 예언자적인 현인賢人의 예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
는 살고 있습니다.
“세계는 황폐해졌고 신들은 떠나버렸으며 대지는 파괴되고, 인간들은 정체성과
인격을 상실한 채 대중의 일원으로 전락해버린 시대가 과학기술시대” 라고
하이데거는 현대를 진단하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늘 “인간은 선하게 사는 것보다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사물처럼 인간의 가치를 자본화 하는 세상의 기준을 늘
의심하고 거기에 매몰되지 않도록 스스로 정신과 자신의 언어를 살펴보는 성찰이 필요
하다고 봅니다.
현대에는 개인이 경제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됨’을 잃고 어떤 미망에 사로잡혀 있어
존재의 자리가 더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인간은 그 신성하고 순연純然했던
정신이 자본의 마력에 잠식당했기 때문에 예지력을 상실한 것은 아닐까 해요.
하이데거라는 앞선 세대의 현자는 정신의 등대지기로서 인류의 삶을 계속 사념思念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비추어 줄 것인데요, 문제는 후세인後世人들이 얼마나 그의 사상에
공감하며 받아들이고 지혜의 길을 갈 것인가 이겠지요.
본래 인간은 자신이 현실에서 몸소 ‘경험한 것’들을 절대화하는 성향이 강하고, 뿌리 깊은
자기중심성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재화財貨가 가져다
주는 영화榮華를 지향하는 ‘존재자’로서, 길들여진 관습과 그 세계를 자기 부정해야 하는
희생이 따르기에 말입니다.
하이데거는 시대에서 시대로 부활해 욕망이 손상 시켜버린 정신과 현시대의 위기, 그리고
과학・기술문명에 따른 폐해와 언어의 고귀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예지의 불을 밝혀
현대인을 정신의 ‘고향’길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마르틴 하이데거 著, 《사유의 경험으로부터》
불과 6쪽(p127~132) 남짓의 『 들길 』전문全文이 실려 있는 책인데요, 이 책은 故 신상희
교수가 옮긴 것으로 ‘줌인 줌아웃’ <게시판>의 번역문과는 다릅니다.
《사유의 경험으로부터》 중 p130, 『 들길 』 일부 ―
◆ 마르틴 하이데거의 명상수필 ― ‘들길Der Feldweg’ 전문全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