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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고토 미술관의 정원

| 조회수 : 1,041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10-19 09:13:03

여행의 막바지, 이제 내일이면 돌아가야 하는데 아직도 볼 곳은 많고 마음이 급하지만 일단 고토 미술관을 찾아나섭니다.  이 곳에는 겐지 모노가타리의 에마키가 여러 점 있다고 책에서 읽고는 꼭 와보고 싶었거든요.

 

이 표지판을 보았을 때는 조금 뜨악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렇게 물어물어 찾아왔는데 이 분위기는 뭔가?

 

전시하고 있는 포스터를 보는 순간 약간 불안한 느낌이 들더군요. 우끼요에를 보러갔다가 특별전에 밀려

 

(물론 그 전시가 별로였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 실제로 마음에 품고 갔던 작품을 못 본 기억이 떠올라서요.

 

들어가서 표를 사면서 물었더니 역시나 특별전이라 겐지 모노가타리 에마키는 지금 전시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일년분의 전시 계획을 보여주네요. 네즈 미술관과 같이 봄에 겐지 모노가타리가 전시된다고 하니

 

이미 물 건너 간 작품에 대해서 애석해해도 소용이 없고, 그렇다면 특별전이라도 제대로 보자고 마음을 바꾸어

 

먹었지요. 다행히도 가마쿠라에서 그리고 흥국사 국보전에서 조금은 눈이 단련되어서인지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문이 제겐 그림이나 다름없어서 제대로 맛을 다 즐길 수 없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무거운 마음이 되더라고요.

 

언젠가 과연 글씨로 읽으면서 즐겁게 관람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과연 ?

 

아트도쿄란 책에서 그렇게도 자랑하던 두 곳의 정원,그 중에서 네즈 미술관의 정원은 보았고 오늘의 정원이

 

다른 한 곳입니다. 그런데 정원이라고 처음 내려설 때보니 너무 규모가 작아서 어라, 이게 그렇게도 자랑하던

 

정원인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니 문을 통과해서 아래로 내려가라고 하네요.

 

대나무로 만든 문앞에서 서 있는 문인상, 너무 친숙한 느낌이 들어서 뒤를 살펴보니 역시 조선의 문인상입니다.

 

같은 유물이라도 중국의 유물과 한국의 유물을 같은 마음으로 볼 수 없는 갈등을 느낀 날이 이어지고 있네요.

 

정원이라고 알고 내려갔는데 아니 이건 정원이 아니라 숲이 이어지는 느낌이네요. 개인집이라더니 과연 한 개인이

 

이렇게 넓은 공간을 가꾸는 일이 가능한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너무 많은 석등, 보살상,부처님상  조금 가면 또 나오는 유물들에 혹시 이 곳이 절이었던 것일까 의문이 생기기도 했지요.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숲길을 걷고 있으니 여기가 도심이란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오후에 보고 싶은 것과

 

이 곳에서 한적하게 들고 간 책을 읽고 싶은 유혹사이에서 고심하게 할 정도로 그 공간의 빛과 그늘, 그리고

 

그 안에 배치되어 있는 유물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 편 드는 생각. 이런 공간을 이렇게 가꾸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한 사람이 이 정도의 공간에서 살려면 도대체 얼마나 벌었길래 가능한 일인가, 벌기만 했다고 해서 안목이

 

없으면 이런 콜렉션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멋진 공간에서 머릿속이 시끌사끌하더라고요.

 

콜렉터의 특별한 취향인지는 모르지만 숲처럼 깊은 정원에는 다양한 등롱이 많아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안에서 만난 남자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여기가 본래 절이었나요? 그랬더니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철도왕 고토를 모르냐고 되묻더라고요. 아, 저는 외국인 여행객이라서요 그렇게 대답하니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이

 

한참을 설명합니다. 일본 역사에서 철도하면 바로 고토라고요. 그래서 이 집에서 살았고 나중에 이 곳을 미술관으로

 

한 것이라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한참 설명을 해준 다음에 잘 보라고 하면서 갈 길을 가네요.

 

두 바퀴 정도 걸어다니면서 구경을 한 다음 구석에 조용하게 놓인 휴게공간에 들어갔습니다. 인적이 없어서

 

잠시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으려니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같은 묘한 느낌이 들면서 이 곳을 나가고 싶지 않은

 

감정이 생겨서 놀랍더라고요. 이렇게 꾸며진 공간을 자연이라고 해도 좋은가 싶다가도 그래도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는 면이 있다면 그것도 자연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 곳에서 다양한 인상을 한 조각상들을

 

보고 있으니 이 것으로도 족하다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마음속에 국립 박물관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솟네요.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가야겠지요?

 

원래의 미술관으로 돌아가는길, 그제서야 정원 안내도가 보입니다.  시계를 보니 어라, 너무 시간이 길어져서

 

과연 오후에 생각한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이 곳에서 고민해보아야 어쩔 도리가 없으니 일단

 

우에노를 향해서 출발!!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니엘이모
    '13.10.19 9:03 PM

    님의 글을 읽고 하라주쿠에 있는 오타 미술관을 보고 지금 돌아왔습니다
    부끄럽지만 우키요에가 뭔지도 몰랐었는데 오늘 미술관에서 감상한후의 느낌은
    정말 감동이었네요
    남편때문에 일본에 자주 오는데 내일 가기전에 들렀거든요
    지금은 검색하면서 계속 놀라고 있는중예요
    낼 오전엔 전에 올려주신 네즈미술관에 들렀다가 한국에 갈 예정입니다
    어젠 하치오지에 있는 무라우치미술관에서 바르비종 그림들을 맘껏 보았네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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