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미술관에서 그림과 조각을 보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대불을 보는 것, 그래서 기차가 좋은지 버스가
좋은지 물었더니 버스로 가라고 알려주네요.
우에노에서는 국립 서양 미술관을 여기서는 대불을 세계문화유산에 올리자는 켐페인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운동을 해서 되는 것인가, 세계의 여러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유산에 올리자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싶다가도 아닌가, 이렇게 켐페인을 벌이는 것이 도움이 되는가 판단이 쉽게 서지 않네요.
가마쿠라에 간다면 당연히 대불을 보아야지라고 하는 여러 여행자들의 말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단순히 크기가
커서라기보다는 뭔가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 것은 오히려 대불안에 들어가보고 나서의 일이었습니다.
20엔을 내면 대불의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해서 그렇다면 하고 입장을 했습니다.
밖에서만 볼 때는 왜 부처상에 저렇게 창문을 내놓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안에서 불상을 만져보니
펄펄 열이 나는 느낌이더라고요. 그제서야 아하 싶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어떤 현상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나름대로의 경험에 의해 편견을 갖고 판단하고는 더 이상 알려고도 남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갑자기 그 자리에서 아하 소리가 절로 나서 저도 깜짝 놀라고 말았지요.
대불을 보고 나니 가마쿠라에서 기차를 타면 에노 시마라는 곳에 갈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여행의 고수인
아템포님도 보람이도 가마쿠라하면 에노시마라고 말을 하길래 그렇다면?호기심이 생겨서 기차를 타러 왔지요.
여기서부터는 일종의 보너스인 셈이지요. 제겐
기차에 오르니 젊은 여성이 카메라를 메고 타더니 아이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엄마랑 아빠랑 함께 기차에 탄
꼬마는 못 보던 물건을 보고 낯선 사람을 가리지 않고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그녀가 내리고 나서 한 가족의 모습을 카메라에 한 컷 더 담았습니다.
기차에서 함성이 터져 나와서 보니 밖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내는 소리더라고요.
에노시마에 내리니 이 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들을 따라가면 저절로 길이 나오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지요.
이 곳은 아직도 여름 휴가가 진행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에노시마라고만 알고 왔지 사전 정보가 별로 없었던
제겐 의외이고 신선한 느낌의 장소,그러면서도 약간 어리둥절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 곳에 오니 윤교가 생각나더군요. 선생님은 휴양지에는 여행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가 항상 궁금해하는
같은 시간대에 사람들은 얼마나 다양한 얼굴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궁금해지는 시간
걷고 또 걸으니 이제 발바닥이 아파서 더는 곤란하다 싶은 지점에서 버스를 타고 돌아왔지요.
진보초에 가기엔 피곤하고, 그렇다고 아직 들어가서 잠들 정도의 피로는 아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가부키좌를 찾아가보는 것이었습니다. 비싸서 좌석을 구하긴 어려울 것 같고 OEN SCENE만 보는 것은 2000엔이면
가능하다고 해서 알아보려고 물어물어 찾아갔지요.
오늘은 이미 표가 다 매진이고, 내일 일찍 오면 스탠딩 표를 구하기 쉽다고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 나오는 길
과연 내일 보러 올 수 있을까요?
밖으로 나오니 공연을 선전하는 간판 앞에서 가까이 들여다보는 분의 뒷모습이 진지해보이네요.
제 생활패턴으로 보면 상당히 일찍 시작한 하루, 그래서인지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