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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내 인생의 심포니를 생각하는 시간

| 조회수 : 1,379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7-15 09:42:23

갖고 있는 씨디중에 베토벤 교향곡 전 곡을 녹음한 것이 있어요. 요즘 이상하게 베토벤 듣는 시간이 늘어나서

 

오늘 아침에 2번, 7번이 들어 있는 씨디를 걸어놓고 듣고 있는 중입니다. 7번은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서 여러 차례

 

듣다보니 익숙해져서 몸이 곡의 흐름에 저절로 녹아들어가지만 2번은 상당히 낯선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비오는 월요일 아침, 묘한 매력을 느끼면서 첫 선 보는 사람처럼 곡과 인사하게 되네요.

 

지난 수요일 드가를 영어책으로 읽은 여학생 덕분에 드가를 보던 날은 초기작을 주로 만났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오랫만에 간 예술의 전당에서 본 발레 오네긴, 프쉬킨의 에프게니 오네긴을 발레로 만든 작품인데요

 

발레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이렇게 어긋난 시기의 사랑을 잘 표현할 수 있다니, 무대 장치만으로도

 

주인공의 심경 변화를 표현하고, 오케스트라가 찐빵의 앙꼬 역할을 실감나게 해주다니, 발레리나, 빌레리노들의

 

연습량은 어느 정도일까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표현으로 사람은 어디까지 표현이 가능한 존재인가 새삼

 

돌아보게 하던 시간이 생각나네요.

 

everymonth가 아직 혜화동에서 만나던 시절, 켈리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녀가 일년에 50번이 넘게 음악회에

 

다닌다는 말을 듣고 저는 진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휴일이 거의 없이 아이들과 수업을 하던 저는

 

(일년에 한 차례 여행을 가는 것을 제외하면) 음악을 좋아하고 음반을 매일 듣기는 했지만 음악회에 갈 기회는

 

없었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함께 가도 되나요? 하고 물었고 흔쾌히 좋다는 대답을 듣고는

 

금요일 하루를 쉬는 날로 만들어 6년이 넘게 별 일 없으면 금요일 음악회에 그녀와 동반해서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겐 빛나는 날들이었습니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그 시간 처음에는 하루 동안 밖에 있으면서

 

이런 저런 일들에 몰두했기때문에 공연장에 앉은 순간 피로가 몰려와서 잠깐 졸지만 조금 지나면 몸속에 음악이

 

스며들어와 점점 잠이 깨고 마지막에는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던

 

날들

 

음악회에 다녀오고 나면 집에 있는 음반을 뒤적여서 그 곡 혹은 그 작곡가의 연주를 일주일 동안 듣거나

 

곡을 찾는 과정에서 그동안 소홀히 하던 음반을 다시 듣는 시간도 마련하곤 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음악회 자체보다

 

after로 인해 더 풍성한 한 주일을 보내곤 했었지요. 그 과정에서 연주만이 아니라 오페라, 연극, 그리고 발레를

 

이렇게 분야를 하나 하나 넓히기도 하고 오페라를 영화로 만는 메트 오페라 공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 일산에서 금요일 고전읽기를 시작하기 전 가장 망설였던 것이 바로 음악회는 어찌 할 것인가였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다면 몇 년 동안은 음악회를 접고 고전읽기에 더 큰 에너지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곤 켈리님에게 2년간은 음악회에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지요.그런데 문제는

 

고전읽기가 제게 큰 자극이 됨에도 불구하고 금요일에 느끼는 허전함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참 묘한 느낌이더라고요.

 

그렇다면 하고 머리를 짜낸 것이 1.3 주는 일산에서 2,4주는 강남에서 금요일을 보내는 것으로 하자,

 

이렇게 정리를 하고 나서 처음 간 것이 오네긴, 그 날, 지하철안에서 켈리님 수첩을 보면서 머리 맞대고

 

앞으로 무슨 음악회가 있는지 어떤 공연에 갈 수 있는지  미리 맛보기를 끝냈습니다. 마치 막혔던 둑이

 

흘러넘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먹는 것은 좋아해도 요리를 잘 못 하는 사람이 요리 싸이트에 글을 쓰기 시작한 묘한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

 

그들과 더불어 공부를 시작한지 8년이 지났습니다. 8년째 되는 날이 바로 오네긴 본 날이더라고요. 요즘

 

정신없이 바빠서 기억을 못했었는데 마침 머라여님이 기억하고 있다가 알려주었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4주 금요일 음악회 대신 저녁에 모여서 조촐한 파티를 하자고 했습니다.  8년 어찌 보면 참 긴 시간이지만

 

그 안에 다양한 만남이 이어져 왔습니다. 앞으로도 이어지겠지요?

 

도대체 그 긴 시간동안 만나서 무엇을 읽고 있는지 궁금한 분들은 네이버 카페 everymonth에 접속하시면

 

우리들이 무엇을 공부하면서 삶의 순간을 즐기고 함께 하는지 보실 수 있답니다. 물론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요.

 

베토벤과 드가, 그리고 오네긴, everymonth의 생일, 켈리님과의 음악회, 이런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여서

 

비오는 월요일 아침,소리속에서 어울려  제 인생의 교향곡을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피코
    '13.7.15 1:11 PM

    영화 " 제인오스틴북클럽"을 봤을때, 저도 책읽는 모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intotheself님은 책만이 아니라 여러장르를 섭렵하시는 분들의 모임을,
    그것도 8년씩이나 해오셨다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부럽고, 무엇보다도 축하드려야할거 같아요.
    덕분에 저는 올려주시는 그림들, 음악들을 넙죽넙죽 받고 있죠. 고맙습니다.
    늘 정성이 느껴져요.

    저는 발레 공연을 아이들때문에 작년에 "로미오와 줄리엣"공연부터 보러갔더랬어요.
    몰랐었는데, 발레공연에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니 너무 좋더라구요.
    처음보는 발레에 공연시간이 꽤 길었는데도 초등학생인 제 아이들도 재미있게 보더군요.
    그 뒤로 "호두까지 인형", "백조의 호수"도 보러 갔더랬어요.
    "오네긴"은 하는줄 알았지만, 도통 시간을 낼 수가 없어서 보러 갈 수가 없었어요;;

    intotheself님이 소개해주신 카페, 바쁜 제 일상이 어느정도 정리되면 시간을 내어서 찬찬히 구경가고 싶어요. ^^

  • intotheself
    '13.7.16 2:12 AM

    피코라는 아이디, 혹시 그녀는 르네상스 시기의 피코에게서 따온 것일까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네요

    제인오스틴 북 클럽을 소설로 읽었는데 영화로 나온 모양이네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이 소설을 어떤

    식으로 표현했을까 하고요.

    카페, 구경오시고 글도 남겨주실래요?

  • 2. 열무김치
    '13.7.15 5:05 PM

    꾸준한 열정 8년 아니라 10년 15년 20년 이어지시도록 만드실 분 같습니다 ^^

  • intotheself
    '13.7.16 2:13 AM

    그렇지 않아도 지난 금요일 언제까지 우리는 함께 공부할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할 수 있겠지요? 그 이상이라도?

  • 3. 보티첼리블루
    '13.7.15 5:18 PM

    드가 그림은 언제봐도 좋아요. 중학교때부터 늘 좋아하던 그림.^^

  • intotheself
    '13.7.16 2:14 AM

    아이디를 보니 혹시 그림 그리시는 분인가 저절로 상상을 하고 있네요.

    드가 그림을 오늘 마저 더 찾아서 보려고 했지만 렘브란트 생일인 것을 알고는 마음이 급 변했답니다.

  • 4. 하늘재
    '13.7.16 10:35 AM

    세상에서 제일 힘든일이...
    매일...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라고 생각하는바,,,

    박수 쳐 드립니다...ㅎ

    뭐든 밥 먹듯이 하면 뭔가를 이룰텐데 말이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위장처럼, 뇌도 허기를 느끼게끔 만들어 졌다면...하고
    엉뚱한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2500년전 그 말씀이 진리라는걸 증명해 보이시는듯 하군요....

  • intotheself
    '13.7.17 12:03 AM

    하늘재님

    everymonth 8주년 생일 광고하고 이렇게 놀라운 칭찬을 받다니

    구름위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내려와야 되겠지요?

    언젠가 하늘재님이 가다가 아니가도 간만큼은 있지 않는가 이런 취지로 써주신 글

    그 뒤로 제게 큰 힘이 되는 말이랍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이야기를 종종 하면서 에너지를 주입해주곤 하고

    제게도 물론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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