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집에 들어와서 행복한 왕자 카페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오랫만에 유림이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읽는 글 요약본을 올려 놓았고, 더 반가운 것은 후앙 미로에 관한 책을 번역 마무리를 한 상태로 올려 놓았더군요.
요즘 로마사를 읽느라 시간이 모자라서 무엇을 쓰는 일도 어렵게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같이 의외의
즐거운 일이 생기면 마음이 덩달아서 그곳으로 향하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그러고보니 오늘은 우연히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한 날입니다. 오전수업 마치고 어제의 피로가 다 풀리지 않아서
누울 수 있는 방에서 잠깐 피로를 풀고 나와보니 영어수업반의 영화보기가 끝나고 있더군요. 아람누리에 책을 반납하러 가야 하는데 지혜나무님은 오늘 다른 사정이 있어서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강은영씨가 선뜻 시간내서
차로 데려다 줄 수 있다고 하네요. 차속에서 이야기하다보니 이왕이면 점심을 함께 하기로 해서 처음으로 그녀와
점심을 먹은 날, 오르간 전공인 그녀로부터 음악을 매개로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배도 머리도
가슴도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음악에 관한 특강을 해주시면 어떨까 부탁을 했더니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좋다고 순순히
허락을 하시네요.
아람누리앞에서 헤어지고 나서 오늘은 책을 반납만 하고 그냥 한의원에 가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서가에
들어가니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로마사에 관한 책 4권, 그랜드 투어에 관한 책 한 권 이렇게 빌리고 나니
책무게로 한의원에 갈 일이 아득합니다. 이런 날, 운전을 못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더군요.
일단 행복한 왕자에 책을 두고, 집으로 가기 전 두 권을 챙겨들고
시워한 바람을 찾아서 9단지의 벤치로 갔습니다.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한 책, 그동안 읽은 것이 있어서 그런지
책이 술술 읽히는 재미가 있네요. 서로 관점이 다른 사람들이 로마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나는 어떤 의견에 더
끌리는가 생각하면서 읽다보니 오늘은 노트 정리를 제대로 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덕분에 로마의 시작에서
기원전 275년까지의 간단한 역사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에 즐거웠던 일은 영어를 비롯해서 학습에 전반적으로 흥미를 보이지 않던 한 중학교 여학생이 처음으로
함께 하기로 한 분량까지 다른 날보다 훨씬 협조적으로 공부를 마무리하고 웃으면서 평소보다 일찍 간 일이었습니다.
제겐 그것이 강렬한 기운으로 남아서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이것이 오늘 하루만의 일이 아니라
조금더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무엇인가 그 아이의 내부에 문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네요.
수업이 끝나고 리코더를 연습하는 중에 그동안 소리가 특히 고음이 상당히 안정되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몇 곡 연습을 하고 나서 다시 로마사를 읽었습니다. 로마군단에 관한 것인데 군대 이야기를 이렇게 흥미있게
풀어서 읽도록 하는 저자의 역량이 돋보였습니다. 그런에 평소라면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었을까? 왜 오늘은
이 책을 골랐을까 생각해보니 로마사에 대한 관심도 관심이지만 군대에 간 아들을 생각해서 고른 것일까
싶더라고요. 길거리에서 보이는 군복입은 젊은이들에게 눈길이 가는 것도 그런 이유이겠지요?
집에 와서 하려던 다른 일을 접고 후앙 미로를 보고 있는 것도 역시 유림이의 글을 읽고 나서의 방향전환인데요
이렇게 밖에서 오는 자극이 기분좋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