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화이트헤드《교육 강연집》
<교양>이란 사고력의 활동이며, 아름다움의 인도적 감정(人道的 感情, 자비심,
humane feeling)에 민감한 감수성이다. 단편적인 지식은 교양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단지 박식博識에 그치는 사람은 이 지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간
이다. 우리는 교양과 특수 영역의 전문 지식을 겸비한 인간을 육성해야 한다.
전문 지식은 교양으로부터 출발하는 데 필요한 무대를 제공하며, 교양은 그들을
철학의 깊이와 예술의 높이로까지 이끌어줄 것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소중한 지적 개발은 자기 능력 개발(self-development)이며, 이는 대체로
열여섯 살에서 서른 살에 걸쳐 일어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열두 살 전까지 어머니의 손으로 이루어
진다. 이러한 나의 주장을 잘 설명해주는 것으로 템플 대주교가 전해주는 말
이 있다. 그것은 럭비 고등학교 시절에는 별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한 소년이 어른이 되어 대성大成한 데 대하여 세상 사람들이 놀라워
했다는 이야기에 관한 것이다.
대주교의 대답은 이러했다. “문제는 소년들이 열여덟 살 때에 어떠한 사람
이냐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 후에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는 것이다.
윌리엄 템플(William Temple, 1881-1944)
캔터베리 대주교
어린이의 사고력을 훈육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내가 말
하는 ‘생기 없는 관념’(inert ideas)인데, 이는 활용되지도 않고 검증되지도
않으며, 참신한 연관성으로 결합되지도 않은 채 단지 머릿속에 주입시키기만
한 관념을 말한다.
교육의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현상은, 어떤 한 시기에 한 사람의
천재적인 ‘효모’와 같은 사람에 의해 활기 넘치던 학원이 그 다음 세대에는
단지 현학적이거나 틀에 박힌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 원인은 지나치게 생기 없는 관념들을 주입하기 때문이다. 생기 없는
관념으로 교육한다는 것은 무익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해롭다.
“가장 좋은 것의 부패는 가장 나쁜 것이다. ( Corruptio optimi, pessima ) ”
지적 활력이 넘치던 짧은 기간을 제외한다면, 과거의 교육은 근본적으로 생기
없는 관념으로 오염되어 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학력 같은 것 없이도 현명한 여성들이 다양한 세상 경험을
한 뒤 중년기에 지역 사회에서 가장 교양 있는 계층을 이루고 있는 예를
세계 도처에서 많이 볼 수 있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교양미 넘치는 부인들은 생기 없는 관념이라는 끔찍한 짐으로부터 해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위대한 것을 향해 인간성을 각성케 한 모든 지적 혁명은 언제나
‘생기 없는 관념’에 대한 격렬한 저항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인간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교육 제도가 제멋대로 만들어낸 생기
없는 관념으로 인간성을 새삼스럽게 구속하려고 하였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교육 제도에서 이러한 정신적 부패를 예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교육상의 기본 원칙을
선언하자.
그 첫째는 “너무 많은 ‘과목’을 가르치지 말라.” 는 것이며,
둘째는 “가르쳐야 할 것은 철저하게 가르치라.” 는 것이다.
너무 많은 교과 내용에서 극히 적은 부분만을 가르친다면 그 결과는 생명력
넘치는 섬광으로 계발되지 못한, 연관성 없는 관념들을 소극적으로 수용하는데
그치는 것이 된다. 어린이 교육에서 가르쳐야할 관념은 되도록 줄이고
중요한 것만을 고르자.
그리고 여기서 엄선된 관념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결합 가능한 방식으로
머릿속에 넣어주도록 힘써보자.
이렇게 할 때, 어린이는 그와 같은 관념을 자신의 피와 살로 받아들이게 되고,
“지금 이곳”이라는 구체적인 현실 생활 속에서 그러한 관념들을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어린이는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틀림없이 ‘발견의 기쁨’ 을 경험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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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1861년~1947년)
영국 출신의 수학자, 철학자, 이론 물리학자로서 케임브리지대학 강사를 거쳐
1924년부터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12년간 철학을 강의한 석학.
<원글>은 화이트헤드의 저서 《교육의 목적》에서 옮겨 적음
화이트헤드 같은 서구의 지성이 고상하게 말하는 교육의 원론적인 견해가
일부 강남 어머니들의 자녀 교육법이 《바이블》로 통하는 이 나라의
현실에서 부질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다시 올려 봅니다.
《82게시판》에도 「학습 늦둥이」와 「품행 늦둥이」때문에 어머니들의
걱정스럽고 가슴 아픈 사연들이 가끔씩 올라오곤 하지요.
더더구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부모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일 것입니다.
(들볶임 당하는 자녀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낙오되거나 뒤쳐진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고, 사회복지 안전망이 허술한
데다가 유난히 ‘성공 이데올로기’ 에 집착이 강한 국민이라서, 부모의
과도한 압박감이 자연히 자녀에게 전달되어 훈육되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좁은 땅의 인구 과밀에, 친구나 일가친척 아이의 ‘성공사례’에 다시
자극을 받으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어서, 결국은
<대학 입시문제>로 OECD국가 중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어린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보건데,
한국의 정치와 교육문제는 천형天刑처럼 치유 불가능한 병입니다.
단순히 국민 정서나 사회현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미국의 《흑백 문제》,
영국의 《신‧구교 종교의 갈등》, 인도의 《카스트caste 제도》처럼요.
설령 통일이 된다 해도 이 2가지 난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니,
각자의 의식과 사회의 인식이 점진적으로나마 변화되길 기대할 뿐입니다.
해결은 불가不可하나 개선만은 가능할 것이기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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