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니키 드 생팔과 쿠사마 야요이의 조각을 만나러 갑니다.
조각가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아, 소리를 내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네요.
저는 니키 드 생팔을 처음 만난 것이 서울의 시립미술관인가, 어떤 전시장에서 그녀만을 소개한 전시에서였습니다.
팜플랫에 적힌 그녀의 인생이 가슴아프고, 그녀의 작품이 주는 강한 인상에 감명을 받고, 그 뒤로는 관심있게
보게 되었지요.
퐁피두 센터 앞의 조각상을 보면서 한참 돌고 또 돌아보던 시간이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그녀와 탱글리의
작업을 지켜보면서요.
이 곳에서의 니키 드 생팔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물과의 조화였기 때문일까요?
아이들이 이 곳에 온다면 어른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이 작품들과 만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놀이상대로도
충분한 기운을 북돋아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이 기간이 짧은 탓도 있지만 가장 책을 덜 읽은 여행이었네요. 아마 자연이 그 자체로
저를 빨아들여 글을 읽을 마음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니키 드 생팔을 보다보니 벌써 해가 지기 시작하네요. 어제처럼 또 쿠사마 야요이를 놓치게 될까봐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녀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나오시마를 소개하는 책자에서 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된 것은 가을 여행중 어느 날 밤 티브이에서 그녀를 인터뷰한 방송이 길게
소개된 날이었지요. 우연히 튼 티브이에서 그녀의 인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강렬한 삶, 그러나
너무 힘들어보이는 삶, 그녀는 한 병동을 집삼아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비서가 옆에서 지키고
있고 혼자서 캔버스를 응시하고 선을 긋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그림이 없다면 삶은 어떤 모습일까 잘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 섬의 포스터는 물론이고 가게에서도 그녀의 이 작품을 모티브 삼아 메뉴판을 만들었더군요. 심지어는 휴무일을
알리는 곳에서도 그녀의 이 무늬를 담아서 소개하기도 하고요. 한 섬이 한 작가를 품어서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내는가
재미있게 보았던 지점입니다.
단 한 작품이 서 있을 뿐인데 저기 멀리 물과의 조응으로 얼마나 다양한 사진이 가능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