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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풍관 가는 길

| 조회수 : 806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01-08 15:10:51

한 권의 책과 만나는 것, 그것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사서 읽었다는 의미로만 끝나는 것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이 책 역시 제겐 새로운 시야와 꿈을 꾸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우선 이 책이 60세 이상의 시민을 위한 강좌의 내용을 담은 것이라는 점, 60세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서

 

구조주의에 관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신선했고 저자가 스스로 공부하면서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심정으로

 

강의안을 준비했다는 고백이 놀라웠습니다 .마침 그 때 단테 신곡 강의라는 안티쿠스에서 출간된 책에서도

 

시민강좌를 책으로 옮긴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중의 충격을 받았지요. 일본어를 제대로 공부해서 언젠가

 

일본에 일년정도 가서 시민강좌를 듣기도 하고,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들도 구해서 읽을 수 있는 그런 날을

 

꿈꾸게 만든 두 권의 책이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이 저자에 대해서 그 정도 관심에서 그쳤는데요, 지난 해 8월 15일 길담서원에서 바로 이 저자가

 

강연을 한다고 하더군요. 15일이라, 그렇다면 일본에서 보람이가 휴가차 온다고 한 날인데 아무리 강연도 좋지만

 

직장에서의 첫 휴가에 오는 딸이 아무도 없는 집에 오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딸에 대한 성의문제라고 생각해서

 

미적거리고 있던 중 하루 일찍 온다는 연락을 받고는 길담서원에 들어가서 강의 신청을 하려고 하니 이미

 

마감이 되었더라고요.  아쉬웠지만  별 수 없구나 하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한겨레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니 바로 이 선생님이 고오베에 개풍관이란 집을 지어서 공적 사적 공간을

 

나누어서 합기도도 가르치고 사람들이 모여서 세미나도 하고 마작도 하고 연회도 하는 그런 공간을 꾸몄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순간 바로 그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혼자서 찾아갈 수는 없으니

 

길담서원의 박선생님께 소개장이라도 써달라고 하면 될까 공상을 하게 되었답니다.

 

 

 

가을 여행을 다녀온 다음 캘리님 만날 일이 있어서 길담에 갔더니 바로 그 개풍관을 지은 건축가가 추석에

 

이 곳에 와서 강연을 했다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경에 그 곳을 방문하러 갈 계획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무리한 일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미 마음은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지요.

 

더구나 고오베만이 아니라 오사카의 빛의 교회, 나오시마에 까지 간다고 하니 내년으로 계획한 여행이 미리

 

당겨지는 셈치고 가자,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빛의 교회를 보고 나서 개풍관에 가는 길, 마음속에서 어떤 공간을 만나게 될지, 그리고 그 곳에서

 

공부하거나 합기도를 배우는 사람들과의 합동 세미나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책에서 혹은 신문에서 만난 인상과

 

실제의 공간과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되더라고요.

 

빛의 교회에서 다시 고오베로 돌아가는 길, 좀 전에 보았던 바로 그 버스 정류장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진자를 세우는데 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을 비석에 새겨 놓은 것인데요

 

그것이 재미있다기 보다는 액수를 다 적어서 구별한 점입니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기독교의

 

주문과는 사뭇 다르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왔다고 할까요?

 

13명에 코우시마상까지 14명 각자  생각에 잠기거나 둘이서 혹은 여럿이서 대화에 한창이거나 주변을 둘러보거나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여러 장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이날 이후 나오시마섬에서 여러 차례 카메라의 모델이 된 유진쌤 그녀 덕분에 2013년에는 제대로 노래 한 곡

 

부를 수 있게 되길 소원하게 되었으니 제겐 상당한 인연의 선물을 주신 분이기도 하네요.

 

이 여행이 열린 여행이라고 느낀 것은 한 번 자리를 잡거나 인연을 맺은 사람들,아니면 이미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자리를 바꾸면서 서로 알려고 노력하던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개풍관 가는 길 바로 직전에 서점에 들렀지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여러 분야의 책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이렇게 마음을 먹어서인지 주머니를 여는 유혹을 이기고 다음 기회에 하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집에도 아직 읽어야 할 책이 여러 권 있는데 이번에는 눈에 마음에만 담아두자 그렇게

 

정하고 나니 유혹이 스르르 사라지는 묘한 경험을 한 날이었습니다.

 

이 곳이 고오베의 스미요시 역이라고 합니다 .스미요시? 안도 다다오가 지었다는 최초의 주택도 스미요시라고

 

하던데 하고 생각해보니 그곳은 오사카 여기는 고오베, 그런데 나오시마에 가니 스미요시 진자가 있더라고요

 

아하, 스미요시란 살기 좋은 곳이란 뜻이로구나 그러니 여기 저기 스미요시라는 이름이 있을 수 있겠다 나중에야

 

고개를 끄덕였지요. 고오베 스미요시 역 근처에 개풍관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현판의 글씨가 멋스럽더군요. 그런데 이 글씨를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이 직접 썼다고 해서 놀랐지요.

 

아니 합기도에, 공부에 글씨에 도대체 한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일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단 말인가 싶어서요

 

선생님과 함께 서 있는 저 젊은이가 바로 이 건물을 건축했고 처음으로 건축한 건물에 대한 애정을 담아서

 

쓴 책이 바로 민나노 이에라는 책인데요 아직 번역은 되어 있지 않지만 내용이 궁금해서 보람이에게 한국에

 

올 때 사다달라고 부탁해서 우선 대강의 내용만 읽은 상태입니다.

 

밖에서 본 개풍관, 사진에는 담지 않았지만 우선 그 주변을 조금 돌아다녔습니다 .동네와는 어떤 관계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안으로 들어가기 전 미리 마음의 준비를 조금 했다고 할까요?  그렇게 하고 있는 중에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이

 

반가운 얼굴로 나와서 우리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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