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날짜를 잡았는데 중간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음악회 장소인 집의 창연이가 그 날 리스트 콩쿨 날짜라고요. 이미 공고를 다 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주인장과 상의해서 날짜를 바꾸기는 어려우니 각자 저녁을 먹고 늦게 시작하는 것으로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8시,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늦어질 것 같은데 상관없냐고 하자 주택이라서 늦은 시간까지 쓸 수 있다고 하네요.
마음에 걸리는 것은 혹시 창연이가 콩쿨에서 마음 먹은대로 피아노를 다 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음악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아노 연주를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의 하나라고 가정하는 것이었지만요
토요일 역사반의 아이들이 이 음악회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어서 평소의 수업을 당겨서 하고는 다 함께 김밥을 먹고 출발했습니다.
여름에 보는 집은 조금은 낯설더군요. 뭐가 변한 것인가 물었더니 여름이라 바닥을 아무 것도 없이 해 놓아서 넓어지고 깨끗해보이는
것이라고 하네요.
한 명 두 명 도착하는 중에 반주를 여러 번 해야 하는 홍주는 독주자나 노래하는 친구들과 반주를 맞추느라 분주하고, 음식을 준비해온
어른들은 차리느라 분주하고, 주택을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은 장소를 묻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음악회의 막이 올랐습니다.
1,2부로 진행된 이번 음악회에서는 늘 보던 얼굴이외에도 새로 등장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첫 테이프를 끊은 민아, 초등학교 1학년인 민아는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순간 매력을 느껴서 집중해서 연습을 한다고 하더군요.
평소에 보던 얼굴과는 달리 화장을 하고, 발레복을 입고서는 무대에 선 아이는 전혀 떨리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앞으로 음악회에서 계속 만나게 될 것 같은 새로운 강력한 멤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요일 일본어 수업전에 배우기 시작한 오카리나, 저를 포함한 셋이서 오카리나 연주의 첫 선을 보였지요.
연습할 때와는 달리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안경을 빼고 연주하는 쪽을 택했더니 그래도 조금은 안정이 되더라고요.
무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다시 보이는 순간입니다.
귀가 좋아서 한 번 듣고도 그 곡을 연주할 수 있는 현희씨, 그녀가 원하는대로 음악을 다양하게 배울 기회가 생기면 좋겠고
그런 성과를 겨울 혹은 내년 음악회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몇 달 사이에 기량이 확 늘어서 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번 음악회에 섹소폰으로 처음 등장한 지원이의 아버지 김연호씨는 입이 벌어질 만큼 솜씨가 늘어서 어라, 음악회를 위해서
일부러 더 연습했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토요일 수업에 참여하면서 음악회의 강력 멤버가 된 연수, 피아노와 플룻을 하는 그 아이는 오카리나와 첼로의 반주자로도
2부 사회자로도 맹활약을 했지만 자신의 플룻 연주, 동생과 더불어 한 연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웠던 것은 역시 준하의 춤이었습니다. 수줍은 듯한 그 아이의 어디에서 이런 용기가 나온 것이었을까요?
세 곡의 노래에 맞춘 춤에 이어 앙콜이 터져나오자 강남스타일이란 장안의 화제가 된 노래에 맞춘 춤을 추더라고요.
여기에 맞추어서 아이들이 무대에 함께 할 줄 알았는데 좋아하기만 할 뿐 거기까지는 못하는 것을 보고 춤을 춘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주원이의 멋진 팝송 , 함께 박수를 치도록 유도하면서 즐겁게 노래부르던 아이가 나중에 고백하길 얼마나 떨리는지 모른다고요
아니, 네가 떨었다고? 젼혀 표시가 나지 않던데.
아니요, 내려 올때는 다리가 후들거려요. 그렇구나, 누구나 그렇게 자신만의 공포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참여하는구나
갑자기 마음에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었습니다.
1부가 끝나고 차려진 음식줄 앞에 그릇을 들고 서 있는 긴 길을 보고 있자니 각자의 수고로 이렇게 멋진 시간이 만들어지다니
아름다운 풍경이로구나 먹지 않아도 저절로 배부른 느낌이더라고요.
2부는 사회자가 바뀌어 시작했습니다.
준하와 연수는 둘이서 나란히 휴대폰에 순서와 맨트를 적어서는 맞추어서 진행을 하더군요. 신풍속도가 여기저기서도 보이고 있네요.
첫 순서는 이 집의 주인인 연실씨, 이번에는 북으로 새로운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무대로 쓸 수 있게 조명도 갖추어진 집에서 하는 음악회란 참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네요.
2부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은 역시 정한식씨, 그는 불어 모임의 대장 권희자씨의 남편인데요
방송국에서 오래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자신을 정한식 어린이라고 소개하면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하는 일 지금 이런
경험이 삶에서 얼마나 풍부한 자양이 될지 여러분은 모를 것이라고, 그러나 이렇게 음악을 하면 앞으로 자손들이 음악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이라는 이야기, 자신은 어려서 음악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 악기를 배워서 방송국내의 밴드부를 조직해서 활동하고
있는 이야기도 곁들여주었습니다.
클라리넷을 선보인 이번과는 다르게 다음에는 트럼펫으로 참여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요 워낙 바쁜 사람이라 장담할 순 없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밝게 웃으면서 말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 함께 할 기회가 생길 것 같네요
첼로로 한 학년 아래의 후배에게 재능기부를 통해 너무나 드문 일을 해내고 있는 윤교와 달래,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의
열성이 비슷해 빠른 시일내에 눈비비고 볼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두 사람, 이번에는 피노키오라는 곡으로 안무까지 다 마련해서
지혜와 다빛이를 시간 날때마다 불러내서 함께 연습하더니 재미있는 무대를 보여주네요.
달래는 이번에 지혜의 리코더 송인을 반주해주기도 했는데 둘이서 나란히 손잡고 서서 인사하고 동생을 돌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리코더로 곡을 연주하고 있는 지혜를 보자니 아주 어린 나이에 본 아이가 이제 커서 이렇게 음악회에서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어린 아이의 성장에 비하면 어른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나 이런 자책감이 절로 드는 시간이라고 할까요?
저도 나중에는 송인을 불어보고 싶어서 악보를 달라고 해야지 마음 먹고 있어요.
그리고 이어진 달래와 윤교 각각의 연주, 어린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로구나 가슴 뭉클하고 살짝 질투심이 생기는 현장이었습니다.
성악을 하다가 군대에 다녀와서 처음 만나게 된 유빈이, 이번 음악회에서 노래로 첫 선을 보였습니다.
노래하고 나서 유빈이와 창연이는 나란히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연신 손으로 가락을 집어가면서 즐거워 하고 있더군요.
말하자면 전공하는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아이들의 음악에 함께 참여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참여하지 않을래요 하고 튕기던 종윤이도 피아노 곡으로 함께 해주었는데 앞으로 관악기도 하나 배우고 싶다고 하니
언젠가는 관악기로 함께 하는 시간을 상상해봅니다.
나도 피아노 곡으로 사람들앞에서 연주하는 날이 가능할까, 혼자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제겐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생각만 해도
마음이 오그라드는 느낌이라서 아이들이 태연한 모습으로 그렇게 피아노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다빛이의 경우 음악박사라는 아이디를 쓸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연주자들을 바라보는 집중된 표정을 보니 초등학교
2학년의 눈빛이 저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지원이도 처음에는 이번에는 참가하지 않을래요 하더니 타란텔라라는 피아노 곡으로 함께 했지요. 바이올린 피아노 두 악기를
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에 놀랐습니다. 다빛이의 동생 한나도 이번에 처음으로 바이올린 독주로 함께 했는데 배운지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가보트라니 입이 떡 벌어지는 상황이네요.
우리들 오카리나 선생님 유희진씨
그녀가 나올 때 제자인 우리들은 환호했지요.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소프라노 소리가 나는 오카리나로 자전거를
또 하나의 오카리나로는 서편제의 주제가를 불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4년의 시간이 그녀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했구나
한 사람에게 시간의 무게는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과연 저기까지 배울 수 있으려나 과연,,,하고 계속 생각하게 되네요
다음 번에는 무슨 곡으로 그녀의 연주를 들을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번 음악회에서는 준비가 덜 되어서 반주만 하겠다던 홍주가 마음을 바꾸어서 두 곡을 연주했습니다.
연주도 연주이지만 음악에 대한 자신의 기분을 중학교 1학년 아이가 말로 저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놀랍다고 생각했지요.
저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듯 뒤에 있던 권희자씨 부부도 수군대고 있더라고요. 아니 어떻게 어린 아이가 저렇게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일까 하고요.
요즘 듣고 마음에 훌러넘치는 느낌으로 치게 되었다는 열정. 레슨도 없이 스스로 혼자 연습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놀랐습니다.
마지막 순서, 창연이의 리스트 연주가 이어집니다.
프란츠 리스트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작곡가의 곡을 콩쿨을 위해서 준비한 그대로 우리들에게 스페인 랩소디를 필두로
여러 곡을 선보였는데요 일년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입을 다물기 어려웠지요.
세월의 무게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을 먼저 보내고 남은 사람들에게 계속 연주를 들려준 창연이
리스트의 단테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겐 이번 음악회가 바로 단테와의 만남인 그런 음악회로 기억될 것같아요.
아들을 바라보는 두 부모의 눈빛도 인상적이었고 앞으로는 미스터 베를린이라고 불러 달라는 말도요.
9월부터는 토요일 독일어반 수업에 참석하라고 권했으니 앞으로는 유학가기 전까지 어린 음악가와 계속 만나게 될 것 같네요.
한 아이가 음악가로 성장하는 것을 이렇게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특별한 기회라니 기대가 됩니다.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 감사드리고, 12월 크리스마스 음악회에서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인 참여로 자리를 함께
할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