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제초작업 -개들과 혓바닥길이를 견주게 만드는 ......

| 조회수 : 2,232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7-19 22:17:09

올해는 밤송이가 알차게 열렸습니다.

겨우내 눈밭을 헤치고 전지작업을 하고

지난 2년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예초기를 사용한데다가

+ 결정적으로 날씨가 도와주었기 때문에......

 

 



올해도 어김없이 제초작업을 해야 합니다.

어린아이 무게의 아주 따뜻한 예초기를 등에 짊어 졌으니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쏟아질 판에

경사심한 게드락판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하는 작업은

온몸의 진을 다 빼게 만드는 일입니다.

 

어떤날은 장화속에서 하도 물이 찔꺽거려 종이컵에 따라보니

장화 한쪽에서 종이컵 한컵씩 땀이 나오더라는......

 

그리고 부상의 위험이 상존하기도 합니다.

강하게 돌아가는 예초기날에 나무나 돌이 튕겨서 몸에 맞기도하고

작년에는 예초기날이 부러지면서 발등을 때리는 바람에

지금도 무리를 하면 통증이 오곤 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숨은 복병......   말벌집......

뱀이야 뭐 지가 먼저 도망가니 신경쓸것도 없고......

 

 


예초기로 제초작업할때 사용하는 안전장비들입니다.

장화를 신고 그 위에 정강이보호대를 차고

땀이 눈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헤어밴드를 하고

모자를 쓰고 그 위에 안면보호대를 하고......

 

 


그리고 나서 푸주간표 앞치마를 두릅니다.

저걸 두르지 않으면 밤가시가 온몸에 튀어 고슴도치가 되거든요.

저것만 아니어도 한결 덜 더운데......ㅠㅠ

 

 

 


사실 밤농사를 하는 분들과 비교하면 정말 좁은 평수입니다.

7천평이 채 않되는 면적이니......

하지만 뭐든지 혼자해야하는 터라 이것도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전에 3만평짜리를 샀으면 지금쯤 제삿밥 받아먹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굳이 제초작업을 해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땅을 되살려야 한다는 점.

이전 주인분이 제초제를 너무 많이 사용한 덕분에

일명 나물골-나물이 많은 골짜기-로 불리던 산에 첨에는 나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었던 제초제사용은 밤나무마저 죽게 만들더군요.

산을 구입하고 이제 3년차인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첨에는 안보이던 두릅나무, 땅두릅들이 피어오르고

취나물이며 각종 나물들의 개체수도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밤을 조금 덜 수확하고 몸이 조금 더 힘든 대신에 얻을 수 있는

돈주고도 얻을 수 없는 행복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초작업을 힘들게 하는 이면에는 좋은점도 있습니다.

베어진 풀들이 썩으면서 퇴비역할을 하니

남들이 봄마다 주는 유기질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고

풀들이 살아있으면 녀석들이 토양을 잡아주어 토양의 유실을 막아줍니다.

토양이 엄청나게 긴 세월을 통해 형성된 것을 이해한다면

이것이 얼마나 큰 가치인지 ......

 

 


이제 8월말경까지 제초작업을 마치고나면

9월초순부터 10월중순까지는 밤수확을 해야하는 시기입니다.

그때는 온산에 밤이 지천으로 쏟아져 정신을 쏙 빼놓곤 합니다.

 

너무 예쁘게 자란 밤송이들이

올해는 얼마나 예쁜 밤들을 징그럽게 쏟아낼 것인지 내심 기대가 됩니다.

요녀석들을 보면 더욱 기분이 좋은것이

이 부근의 밤들중에서는 우리밤이 가장 잘 생겼다는...... ^ ^

 

 


하루에 진행되는 제초작업은 대략 5-6시간정도.

간간히 천일염을 털어 넣으며 버티지만 그 이상은 탈진의 위험이 있으니......

 

그렇게 개들혓바닥길이만큼 혀를 빼물쯤에 제초작업을 끝내고나면

흐르는 개울물에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맥주도 한잔 들이키며

정말이지 꿀맛같은 1-2시간의 휴식을 갖습니다.

말 그대로 힘든 노동의 댓가로 얻어지는 달콤함이랄까~

 

그래도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있는 부담감.......

언제 이걸 다 끝낸다냐~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cean7
    '12.7.20 2:54 AM

    아...정말 멋지게 사시는군요^^

  • 게으른농부
    '12.7.20 6:11 AM

    때로는 즐겁고 행복하고 때로는 몹시 힘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특히나 자연양계의 방식으로 닭을 키우는 것은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것과 같은...... ^ ^*

  • 2. 꿀꿀이맘
    '12.7.21 4:30 PM

    기타와 맥주....낭만을아시나봐요 ^^부러워요

  • 게으른농부
    '12.7.21 5:57 PM

    바쁜 농사일만 아니면 시골살이 참 낭만적인데
    그럴만한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네요. ^ ^*

  • 3. 엔틱소파
    '12.7.23 10:59 AM

    밤송이들이 정말 실해보이네요.. 자연을위해 제초제약 쓰지 않고 직접 수고하신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예초기 쓰실때 조심하세요~~ 올해 밤 농사도 큰 수확 얻으시길 바래요.

  • 게으른농부
    '12.7.23 9:35 PM

    감사합니다.
    제초제를 쓰지 않는 것은 저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봄에 나물 먹을 욕심에...... ^ ^*

    자연은 해꿎이만 하지 않으면 정말 많은 것을 사람에게 돌려 주는데
    그노무 눈앞의 돈때문에 ...... 조금 서글플때도 있습니다.

  • 4. 밀물처럼 천천히
    '12.7.25 2:37 PM

    절대 게으르지 않은 농부시네요 ㅎㅎ
    밤나무만 보면 반가워요
    공주에서 1시간거리 청양이 제 고향인데..
    고향떠나온지가 오래 되었네요
    밤따기체험 이런거 안하시나요 ?? ㅎ

  • 게으른농부
    '12.7.26 6:33 PM

    와~ 청양이 고향이시군요. 저 거기서 자리잡을뻔 했었는데......
    공주정안보다 청양이 훨씬 더 말고 아름다운 곳이다 싶어요.
    뭐 밤따기체험을 별도로 하지는 않고요 용케 알고 오시는 분들과 2:1로 나눕니다.
    밤 세자루 주으시면 두자루 남겨두고 한자루는 가져가시고...... ^ ^*

  • 5. 밀물처럼 천천히
    '12.7.27 2:26 PM

    용케알고 찾아갈 자신은 없지만..살짝 힌트쪽지라도 주시면 ㅎㅎ
    우리꼬맹이들이랑 좋은 추억 쌓으러 가고 싶어요
    경험이없어서,ㅎ
    청양에서 살때는 (중3까지) 그곳이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그립네요
    눈과비가많이오던곳이었는데..

  • 게으른농부
    '12.7.27 5:15 PM

    공주시 정안면 상룡리 산32-1번지 입니다. 오시기전에 위성지도 한번 보셔야 할거예요.
    워낙 엉망이라 오셔서 실망하실수도 있습니다. ^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010 하얀 세상 도도/道導 2025.03.05 27 0
23009 봄을 맞이하려면 2 도도/道導 2025.03.04 157 0
23008 파이렉스 물병 뜨거운 물 가능한가요 달콩이 2025.03.04 86 0
23007 강원도 폭설 - 3월3일 아침 13 공간의식의느낌수집 2025.03.03 2,081 0
23006 갈 길을 벗어나면 2 도도/道導 2025.03.02 309 0
23005 3월 1일 오늘 안국 떡볶이 . 대추 작두콩차 나눔 13 유지니맘 2025.03.01 1,421 4
23004 예뻐도 용서되지 않는다 2 도도/道導 2025.03.01 679 0
23003 나른한 봄날의 유혹 2 도도/道導 2025.02.27 534 0
23002 마당에서 태어난 두 삼색냥 16 지안 2025.02.26 1,190 1
23001 15살 냥이.너무 소중해진 느낌. 16 금모래빛 2025.02.26 939 0
23000 3월 1일 안국역 2시부터 떡볶이 나눔 시작 3 유지니맘 2025.02.26 816 1
22999 원과 앙이를 만났습니다. 6 도도/道導 2025.02.26 572 0
22998 깍두기가 되고 싶다 2 도도/道導 2025.02.25 506 0
22997 홀쭉해진 개프리씌 5 쑤야 2025.02.24 582 1
22996 사람 사는 곳에 2 도도/道導 2025.02.23 388 0
22995 2.20 목요일 안국저녁집회 간식과 따듯한 차들 4 유지니맘 2025.02.23 927 1
22994 얼굴 반쪽만 내놓는 강아지 7 방울방울v 2025.02.23 1,100 1
22993 봄 눈과 봄의 눈 2 도도/道導 2025.02.22 356 0
22992 연금아 잘있니? 4 주니야 2025.02.22 800 1
22991 장미색 립스틱 lxlxl 2025.02.21 1,524 1
22990 춥습니다. 2 도도/道導 2025.02.21 375 1
22989 미용 가기 전 곰프리 3 쑤야 2025.02.20 640 1
22988 덕덕이 남매 9 덕구덕선이아줌마 2025.02.20 813 1
22987 먹는 것이 즐거운 것 처럼 2 도도/道導 2025.02.20 412 1
22986 사랑방의 추억 2 도도/道導 2025.02.19 397 1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