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이처를 양손잡이로 만든 고양이
“ 인생의 시름을 달래주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음악과 고양이다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엄청난 애묘인으로 알려져 있는 슈바이처가 남긴 고양이에 관한 명언입니다 . 고된 하루 하루 속에서 바흐의 오르간을 연주하고 , 책상 위에 고양이를 아끼며 살아왔던 슈바이처 , 음악과 고양이로 인해 그가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말입니다 .
1913 년 의료선교회와 병원을 설립해서 한센병에 열심히 싸우던 슈바이처에게는 애지중지하던 ‘ 시지 ’ 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었는데요 . 시지는 슈바이처의 팔에 기대서 잠드는 버릇이 있었다고 합니다 . 사실 그 전까지 슈바이처는 왼손잡이였습니다 . 하지만 곤하게 자는 고양이를 차마 깨울 수 없었던 슈바이처는 어쩔 수 없이 오른손으로 처방전을 적기 시작했고 그 결과 양손잡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
시지에 대한 슈바이처의 아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죠 . 이렇듯 슈바이처는 고양이를 아끼면서 , 동시에 고양이로부터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
슈바이처가 기르던 고양이 ‘ 시지 ’ 처럼 커피를 마시러 간 사람들에게 마음의 치유까지 덤으로 주는 고양이가 있는 카페가 있다고 하는데요 . 일반적인 고양이 카페처럼 고양이가 우글대고 동물원을 연상시키는 까페가아닌 , 주인역할을 톡톡히 하는 고양이들이 운영 (?) 하는 카페입니다 .
‘ 고양이가 무릎에 앉으면 …’ 부암동 ‘ 산유화 카페 ’
지난 6 월 런닝맨 방송에서 유재석이 미션을 수행하러 갔던 카페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 당시 방송에서 유재석과 하하 , 이태곤 씨는 산유화 카페의 고양이 ‘ 마루 ’ 가 무릎 위에 올라가 앉으면 성공이라는 미션을 부여 받았었죠 .
이 방송 이후로 고양이 ‘ 마루 ’ 를 찾아 산유화 카페를 방문하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 원래는 사람이 없는 산 쪽에 위치하고 있어 아는 사람만 아는 카페지만 , 이렇게 ‘ 마루 ’ 의 인기 덕을 보게 됐다고요 .
이 카페의 주인이신 박창숙 원장님은 한복연구가이신데요 , 그래서 이 한옥을 변형한 카페에 들어서면 몇 벌의 한복이 걸려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 원래 이 곳도 한복연구실이었지만 들르는 사람들마다 카페를 하면 참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카페로 탈바꿈했다고 합니다 .
고양이 ‘ 마루 ’ 를 만나기 전 원장님께서는 동물을 매우 싫어하셨는데요 , 작은 아들이 친구한테 얻어온 마루를 키우면서 일주일만 더 있자 , 또 일주일만 더 있자 하다가 2 년이나 기르게 됐다고 합니다 .
한복공부를 하느라 반려동물을 돌볼 여력이 없었던 원장님은 , 자기 옆에 가만히 앉아서 자리를 지키고 늘 고고한 움직임을 보이는 마루에게 반해버렸고 어느새 깊게 정이 들어버렸다고 합니다 . 지금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여서 어딜 가도 늘 마루걱정부터 앞선다고 하네요 .
2010 년 8 월 태생인 마루는 터키쉬 앙고라로 새하얀 털에 파란 눈이 매력적인 고양이입니다 . 맑은 눈을 가진 고양이일수록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마루 역시 청각을 잃었고 , 잠이 많고 야행성인 보통의 고양이들처럼 마루 또한 오전 11 시부터 오후 4 시까지는 거의 수면 중이라 이 때는 되도록 만나러 가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 .
저녁에 갔을 때도 마루가 없다면 저 혼자 산책을 가느라 그런 것인데요 , 그런데도 신기한 것이 마루를 보지 못하고 간 손님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 마루를 기다리다가 끝내 못 참고 일어서서 나가려고 하면 어디선가 마루가 딱 나타나서 손님들에게 기쁨을 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
런닝맨에 나왔던 무릎 위에 마루를 앉히는 미션은 사실 , 원장님의 아들 분께서 직접 카페를 운영할 때 이벤트로 시작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 젊은 감각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싶었던 그 분께서는 카페 앞에 ‘ 고양이가 무릎 위에 앉으면 커피가 공짜 ’ 라는 식으로 홍보를 했던 것이죠 .
마루가 아무나 무릎에 앉는 것은 아닌데요 . 자주 오는 손님을 알아보고 무릎 위에 앉기도 하고 , 간혹 처음 온 손님인데도 이상하게 그 손님의 무릎에 오래도록 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고양이에게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
마루를 쫓다 보니 , 어느새 마루가 까페 곳곳으로 우릴 안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 이렇게 조용하고 움직임 조차 정적인 고양이에게서 사람들은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
딱히 안거나 하지 않더라도 , 고양이의 생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나른하고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는데요 . 일상의 대부분이 잠인데다 , 편안히 누워 자는 자세와 느리게 걷는 행동 , 고고한 표정이 그야말로 안락의 극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죠 .
실제로 몇몇 연구에서 고양이가 자폐증상 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 사회성이 부족하고 자기의 세계에 갇힌 자폐아들이 고양이를 안고 있으면 심장박동이 편해지고 주위세계에 반응하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가끔 있어서 미국이나 서구의 일부 자폐아동 관련기관에서는 고양이를 자폐아동들의 행동교육에 쓰기도 합니다 .
또한 우울증 에 걸렸다가 고양이를 키우고 우울증이 나아졌다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요 . 조용하고 부드러운 고양이 신체구조의 특징 때문에 안고만 있어도 맘이 안정되고 편안해진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모처럼 한적한 분위기에 담배 한가치가 땡 겼지만 , 마루가 제 주변을 맴돌고 있는 동안은 참았습니다 . 그리곤 마루가 낮 잠을 자러 간 사이 , 일리커피로 만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 레종 카페를 한가치 꺼내 물었습니다 . 마치 여유로운 고양이라도 된듯한 기분이더군요 . 각박한 삶 속에서 마음의 안정과 치유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 카페로 발걸음 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