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화요일 일산 민우회의 겨울올레가 있는 날입니다.
문자로 소식을 받고 당연히 가야지 하고 마음 먹었지만 막상 그 전 월요일 늦은 시간까지 깨어있다보니
슬그머니 걱정이 됩니다.그 곳에 가서 잘 걸어다닐 수 있을까? 못 간다고 취소연락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마 그런 걱정이 꿈이 되어 나타난 모양인지,아침에 맞추어 놓은 전화벨이 울리고 나서
잠깐 사이에 꿈을 꾸었습니다.올레에 참석하려면 고양시민임을 증명하는 증명서와 사진이 필요하다고요
무슨 소리야?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 거지?
오라는 것이야? 오지 말라는 것이야?
잠에서 깨어 아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고민이 꿈이라는 형태로 이렇게 나타나는구나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양이 세수만 하고 간단한 아침을 먹은 다음 어디가는지 생각도 못하고 평소에 신던 운동화를 신고
출발을 했는데요 대화역에 가보니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겨울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 모여 있네요.
목적지는 심학산이라고 합니다.산이라고? 신발은? 이미 늦은 상황이라 걱정해보아야 소용이 없을 듯 하더군요.
심학산입구까지 버스로 가는 방법,걸어서 가는 방법에 대한 소개를 받고 이왕이면 걸어가자는 의견이 대세여서
걸어서 출발을 했지요.

일산에 산 지가 오래 되었어도 늘 다니는 길만 다니는지라 낯선 지리가 신기해서 뚤레 뚤레 바라보면서
걸어갔지요.
큰 사거리를 지나니 벌써 느낌이 다릅니다.

옆에서 함께 걸어가던 영미씨가 어린 시절 제천에서 살 때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우리가 더 잘 살고 있다고
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의문이 든다는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저는 사실 소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상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경험을 하지는 못했어도 외가나 친가에
놀러가면 역시 그 곳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았던 기억이 있지요.

지나던 길에서 만난 간판입니다.막다른 골목이라,길에서의 막다른 골목이라면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인생에서의 막다른 골목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만나는 일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는 생각,그렇다고
마음대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니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꼬 하는 생각,갑자기 올레길에서
무거운 마음이 되면서 생각이 가지를 뻗어나가네요.

카메라를 챙길 때만 해도 사실 겨울이라 찍을 만한 풍광이 얼마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심정이었는데요
사실은 가을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곳이 많았습니다.그렇다면 이번 프랑스 남부여행에서도 카메라가
제 몫을 하겠네 공연히 기대가 되네요.


정답게 이야기하면서 걸어오는 일행 두 사람이 거울에 비친 모습입니다.

반사된 모습,이중으로 겹쳐서 내는 효과,이런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고 있는데요
왜 그런가는 잘 모르겠습니다.그런데 어제 밤 미학오딧세이를 읽다가 에셔의 특징을 설명하는 곳에서
바로 거울에 비친 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읽으면서 아,그렇다면 나 혼자서 그런 것은 아니로구나
그런데 왜 그럴까 이 문제는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네 싶어지네요.

심학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빨간 기와지붕인데요 허름한 집에 비해서 지붕에 붙어 있는 글자가 대비가
되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설명을 듣고 드디어 산에 오르게 되는 싯점에서 눈발이 날립니다.길이 미끄러워져서 사진속에서 웃고 있는
검정색 옷의 그녀가 들고 온 지팡이가 제게 정말 유용한 도우미 역할을 했는데요
지팡이,그리고 산길에 있던 하얀 로프를 보면서 인생에도 이런 도우미가 있다면 하는 엉뚱한 생각도 했지요.
검정옷의 그녀는 목요일 수업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인데 마음이 건강하고 따뜻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느끼도록 해주는 사람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어제 산행이 다 끝나고 버스에서 내려서 대화도서관에 간다고 하니 나도 운동하는 겸 함께 조금
걸어가겠다고 결국 도서관까지 동행을 하더군요.아하,이 사람나름의 배려로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네요.


평소라면 심학산 정상에서 파주 일대가 환하게 내려다보이는다는 이 산이 일기로 인해 안개에 덮인
기분이지만 그것은 그것나름대로 멋진 풍광입니다.
길이 점점 미끄러워져서 결국은 정상에 올라가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고 약천사라는 절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약천사,절 이름이 말해주듯이 약사여래보살이 대불로 모셔져 있네요.

이 부처는 특히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약사여래대불이라고 소개되어 있더군요.
약사여래와 남북통일이라 처음에는 뭔가 짝이 맞지 않는 조합인 것 같았으나
분단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이 몸이 아픈 사람보다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자
그렇다면 하고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절에서 만난 코끼리라니,기원하는 중에는 대상이 무엇이라도 상관이 없는 것일까요?
발상이 재미있어서 다들 잠깐 멈추어서 이야기를 나눈 곳이기도 합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사연을 읽어보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조그만 나무판에 새겨진 기원들.,기원들
그 앞에서 저도 제 마음속의 바램을 얹어서 슬그머니 올려놓았습니다.물론 속으로만.
하루 앞당겨서 입시 성적 발표가 난다고 ,이미 발표가 되고 나면 서로 입장이 각각이라 놀러 가기가 어렵다고
월요일날 가평에 놀러간 아들이 생각나더군요.
성적을 받고 나면 학교를 정하는 일,합격여부를 마음 조리면서 기다리는 일,등록하는 일
그리고 남은 시간에 이민간 이모집에 방문하도록 하는 일,이런 일들이 기다리고 있구나
그런데 그 긴 과정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기를 하는 소망도 빌어보고요.



올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걷기가 물론 목적이지만 그 길에서 만나는 풍광,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 길에서 만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더해져서 그 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마침 시베리아 예찬을 읽은 사람들이 있어서 시베리아 여행에 대한 꿈을 꾸기도 하고
내년 겨울 일본여행을 꿈꾸기도 하고 여행을 넘어서 어느 곳에서 자리잡고 살아보는 이야기도 나오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번져나가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민우회 회장님에게는 카메라를 배울 수 있는 기초반을 만들어서 민우회에 대해서 조금은 무거운 단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건의도 했고요.
지난 번 올레길에 다녀온 후 고민하던 문제를 정리하고,올레회원으로 등록하고 싶다고 하니 올레회원은
없다고 하네요.그렇다면 정회원으로 등록하면 활동하지 않는 것에 부담을 느낄 것 같으니
일년에 한 번 후원회비를 내면 어떨까 해서 후원회비를 낸 날이기도 했습니다.
1.2월의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하니 그 동안 조금 더 운동을 하고 다음에 만날 때는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반갑게 만날 수 있길 기대하게 되는 즐거운 겨울올레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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