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스페인 노래를 부른지 한참 되었습니다.
여행계획을 세우고 비행기표를 예약하고,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여행경비중 나머지를 송금하고 나니
정말 떠나는구나 실감을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시간여유가 있어서
이런 저런 책을 찾아서 읽던 중 마지막으로 구한 세 권의 소설이
알라트이스테 시리즈 3부작인데요
원래는 아람누리에서 마지막 작품인 브레다의 태양을
빌려왔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처음부터 읽지 않으니 소설의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이왕이면 구해서 읽고 여행가는 다른 사람들도 돌려 읽은
다음 ,스페인에서 만나게 되는 우리를 가이드 해주실
분에게 선물을 하고 오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현지에서 사는 사람들은 한국어로 된 책을 구해서
읽는 일이 번거롭고 힘드는 일이 될 것 같아서요.
그저께부터 틈틈히 시간내어 읽기 시작한 책이
드디어 첫 두 권을 다 읽고 마지막 브레다의 태양만을
남기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소설속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벨라스케스가 살았던 당대에 그의 모델로 해서 그려졌던
실존인물들이 많아서 정말 흥미있게 읽고 있는 중입니다.
17세기 문화적으로 황금기라고 알려진 스페인은
사실은 겉은 화려했지만 안으로는 무능한 정부로 인해
곪아터지기 일보직전인 사회였다고 하네요.
그것을 한 장이나 두 장의 서술로 읽을 때와
여러 권의 소설속에서 다양한 에피소드속에서 마음속으로
깊이 느끼면서 읽는 것과는 역시 다르구나,그래서 소설은
역사서술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구나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실은 금요 나들이에서 리움에서 만난 그림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난 러시아 화가들의 그림들이
아직 정리하지 못한 채로 남아있지만
그래도 토요일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가장
먼저 검색해보게 되는 것은 역시 소설속에서 만난
벨라스케스 그림속의 주인공들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은 펠리페 4세의 궁정에서 실세로 활약했던
올리바레스 백작인데요
그는 왕이 사냥에 전념하거나 당대의 유명한 여배우와
연애를 하느라 바쁜 틈을 타서 자신의 정적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라의 재정이 어려워지고 제노바출신들의
금융에 있어서의 집중이 심해지자 포르투갈 출신의
유대인들 중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을 데려다가
금융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것이 왕의 명령조차 침투하기 어렵다는
종교재판소와 알력을 빚어서 나중에는 실각을 하게 되는
사연이 소설속에 잘 드러나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입을 통해 책을 한 권만 읽은 사람은 위험하다는
대사가 있었는데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것이 성경이건,코란이건 단 하나의 책으로 자신의
생각을 확고히 하고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하는 사람은
정말로 위험하다는 의미로 말을 한 것이지요.

같은 인물인데요 그의 검정색 옷에 달려있는 다양한
물건들을 주목해서 보게 되네요.
소설속에서 이상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검정색 일색의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이 여러번 언급이 되어
오늘 밤 그림을 보면서 인물의 복장에도 시선이 갑니다.

열세살에 집을 뛰쳐나와 군인이 된 이래로 30년을 군대에서
복무하는 동안 그의 능력으로 대위라고 불렸던 (실제로는
대위가 아니지만) 알라트리스테는 군에서 나온 후로
검객으로 활동을 합니다.그런데 그렇고 그런 검객이 아니라
무엇인가 시적인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실제로
시인들과의 교제도 깊었던 사람으로 나옵니다.
소설속에서 형상화되기 전에는 그저 벨라스케스가
초상화를 그릴 정도의 인물이로군 하고 바라보았던 사람인데
지금은 그의 시와 그를 둘러싼 담론이 생각나서
웃으면서 바라보게 되네요.
그러니 눈으로 본다고 그 대상을 얼마나 알 수 있는가
혹은 느낄 수 있는가란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1630년대의 올리바레스인데요 그는 백작이었다가
공작으로 승격이 되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 제겐 백작이 늘 더 높은 지위처럼 느껴지는
선입견이 있습니다.아마 백작이란 말이 주는 이미지때문일까요?
혹시나 다른 인물을 그린 초상을 만날 수 있으려나 했지만
찾을 수 없네요.
한가지 더 재미있었던 것은 시공사에서 번역출간한
벨라스케스에서 영국의 왕세자 찰스가 약혼이야기만
무성하지 전혀 추진되지 않았던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해보려고 비킹엄후작과 둘이서 스페인으로 여행을
한 적이 있었고 그 때 벨라스케스가 그들을 대접하면서
그린 그림이 손실되었노라는 짤막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소설의 일권이 바로 그 이야기를 둘러싼 암살음모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그 일을 청부받았지만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이
친구를 살려달라고 (자신의 목숨에는 의연한 채) 거듭
부탁하는 상황의 위엄에 감동받아서 주인공이
차마 그들을 죽이지 못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되기 시작하는데요
알고 보니 그들의 신분이 바로 왕세자 일행이었던 것이었지요.
스페인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그 한가지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요 얼마 전에 본 구절을
이런 식으로 소설속에서 만나는 것이 참 신기하네요.
마지막 소설을 다 읽고나면 드디어 출발,
그동안 읽은 글속에서 만난 낯익은 지명속으로 걸어다니게
될 시간이 기대가 됩니다.
다녀오면 이야기보따리가 한껏 늘어나겠지요?
지나가는 해,시작되는 해
지나간 시간의 모자라는 부분은 흘려보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해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새롭게 고치고 싶은가,무엇으로 더 채우고
혹은 무엇을 덜어버리고 시작하고 싶은가
이런 저런 생각도 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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