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물빛

| 조회수 : 1,091 | 추천수 : 60
작성일 : 2006-05-19 11:20:13



물빛 1  

詩 마종기

내가 죽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끔 쓸쓸해집니다.
산골짝 도랑물에 섞여 흘러내릴 때, 그 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누가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까요.
냇물에 섞인 나는 물이 되었다고 해도 처음에는 깨끗하지 않겠지요.
흐르면서 또 흐르면서, 생전에 지은 죄를 조금씩 씻어내고, 생전에 맺혀 있던 여한도 씻어내고,
외로웠던 저녁, 슬펐던 앙금들을 한 개씩 씻어내다보면, 결국에는 욕심 다 벗은 깨끗한 물이 될까요.
정말 깨끗한 물이 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당신은 그 물 속에 당신을 비춰 보여주세요. 내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주세요.
나는 허황스러운 몸짓을 털어버리고 웃으면서, 당신과 오래 같이 살고 싶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처음으로 내 온몸과 마음을 함께 가지게 될 것입니다.
누가 누구를 송두리째 가진다는 뜻을 알 것 같습니까.
부디 당신은 그 물을 떠서 손도 씻고 목도 축이세요.
당신의 피곤했던 한세월의 목마름도 조금은 가셔지겠지요.
그러면 나는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죽어서 물이 된 것이 전연 쓸쓸한 일이 아닌 것을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유진
    '06.5.19 11:42 AM

    다녀왔었드랬는데...정말 물빛이 예술이예요...또 가고싶당

  • 2. 해와달
    '06.5.19 3:17 PM

    윗님 그초? 저두요.....
    추억한켠 꺼낼수 있어 들꽃님께 고맙습니다

  • 3. 오리대장
    '06.5.20 10:12 AM

    우와~~~~~~~~^0^

  • 4. 캐시
    '06.5.20 7:47 PM

    어딘지 궁금해요

  • 5. 김정숙
    '06.5.27 6:03 PM

    마종기님의 시 좋아하는데...
    뉴질랜드 너무 좋네요
    딱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5374 우리집 오골이~ 6 따뜻한 뿌리 2006.05.19 1,149 16
5373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3 들꽃처럼 2006.05.19 1,612 73
5372 물빛 5 들꽃처럼 2006.05.19 1,091 60
5371 나무 아미타불 1 들꽃처럼 2006.05.19 1,083 59
5370 추억만들기^^^^^^^^^^^^^^^^^^^^^^^^^^ 1 도도/道導 2006.05.19 957 48
5369 고문이 따로 없는 밤에 3 intotheself 2006.05.19 1,446 21
5368 서울구경 9 어부현종 2006.05.18 2,197 14
5367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9 안나돌리 2006.05.18 1,565 20
5366 누가 내 물건에다 새 집을 지었어! 7 망구 2006.05.18 1,993 13
5365 파가니니와 더불어 보는 그림들 6 intotheself 2006.05.18 1,115 33
5364 being peace-새로 시작하는 책 1 intotheself 2006.05.18 937 22
5363 좋은 시 좀 가르쳐 주세요.. 1 좋은소식 2006.05.18 1,344 53
5362 새끼손톱만하던 것이,, 3 왕시루 2006.05.17 1,534 54
5361 http://paper.cyworld.com/museenuri 5 intotheself 2006.05.17 1,538 27
5360 소년과 아네모네 3 주부스토커 2006.05.17 1,527 18
5359 저 높은 곳을 향하여~~~~~~~~~~~ 1 도도/道導 2006.05.17 916 51
5358 암벽등반 하는 울아들 6 김영아 2006.05.17 1,142 14
5357 쥐이빨(?)옥수수 1 모닝글로리 2006.05.16 1,630 9
5356 실컷들 사랑하라 5 들꽃처럼 2006.05.16 1,810 63
5355 사십대 6 들꽃처럼 2006.05.16 1,975 61
5354 마음이 쉬고 싶은 날은... 2 들꽃처럼 2006.05.16 1,353 60
5353 우리가 사는 이곳은... 7 모닝글로리 2006.05.16 1,360 12
5352 파꽃을 보세요~ 9 경빈마마 2006.05.16 1,621 18
5351 스승의 날에 받은 아름다운 쪽지 4 intotheself 2006.05.16 2,125 50
5350 엽기적인 쏠이 6 강정민 2006.05.15 1,65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