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만 해도, 이대로 더위가 끝나는 것 아닐까 기대했는데
오늘 낮 외출까지 하고 들어왔더니 온도계가 31도. 습도도 70%가 넘어서 끈적대는군요.
지난주 토요일부터 밤중 수유 끊기 프로젝트에 돌입,
어제는 용케도 중간에 깨서 울지 않고 푹 잔 울 아가는 새벽 5시 45분에 기상,
펄쩍펄쩍 뛰면서 자고 있는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난리를 치더니
외출과 목욕과 점심후의 수유, 모두에 굴하지 않다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낮잠을 잡니다..
한 대 밖에 없는 선풍기를 아들이 자는 안방 벽으로 돌려놓고
제일 더운 베란다 방에 앉아서 사진들을 뒤적거렸습니다.
그동안 마음이 너무나 분주하여 한동안 못한 짓들.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찾아볼까.
2003년도에 석 달동안 남편 연수 덕에 삿뽀로에서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그 추억이 두고두고 힘이 되네요.
북해도의 이미지에 순백의 유제품은 정말 잘 어울립니다.
북해도 유제품을 첨가한 제품들은 일본내에서도 고급으로 분류된다고 하니까요.
청정 지역에서 자란 젖소에서 짠 신선한 우유를 듬뿍 넣은 소프트 아이스크림.
그 아이스크림과 저는, 또 얼마나 진한 사랑에 빠졌던 것일가요.

치자키 장미원에서는 삿뽀로 전경을 내려다보며 장미 아이스크림을 먹고,

삿뽀로 비루엔에서는 흑맥주 아이스크림을 먹고,

쇼와신잔에서는 유바리 멜론을 넣었다는 (과연?) 멜론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시야 초콜릿 팩토리에서는 진한 초콜렛 아이스크림을 먹고,

니세코 가는 길에서는 프랑스 풍의 배 아이스크림을 먹고,

온천 휴게실에서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틈틈이 이런 파르페도 주문했으며

심지어는 부동산에서도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데다

후식에도 아이스크림이 기본으로 한 스쿱 나오는 곳.
사랑스런 삿뽀로.
이 곳에서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루에 두 개씩 먹어도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갑과 상의하기는 힘들었지만요.
그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본 후로는, 입자가 성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마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 20%가 느껴지네요.
그 사이에 아이도 깨고 온도도 1도 내려갔습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아이스크림은 오타루의 후미진 거리에 있는 깔끔한 가게의 오징어 먹물 아이스크림.
비릿할 것만 같은 깜장 아이스크림의 달콤한 맛이 스릴있더라구요.
또 다누키코지의 삿뽀로 니이쿠라야라는 가게의 크림 젠자이.
차가운 단팥죽 위에 크림을 얹은 것인데, 팥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기뻤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의 편애를 받은 슈퍼표 하드로는


'규슈 명물 아이스 만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이 하드는 세금까지 100엔 내외의 가격으로 살 수 있었는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사 먹어서 모두 예닐곱번은 먹은 것 같네요.
이걸 먹고 나니, 좋아하던 '아맛나'가 미워졌었죠.
지금은 다시 친해졌지만요.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아이스크림은

이런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먹었던 팜 도미타의 라벤더 아이스크림.

후라노는 라벤더 철은 아니었지만 역시 사람들로 붐볐고
베란다에 서서 정원을 내려다보며 핥아 먹은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향기롭고 고왔습니다.
* 오후에 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82가족들과 나누고 싶어서 가져왔어요.
저처럼 아이스크림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기분좋아지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