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크게 틀어놓고 마루에 누워서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듣고 있으니
마치 비현실적인 공간에 있는 느낌이네요.
오늘은 원래 서울 나들이를 가는 날인데
동생 생일이라 점심 약속이 있어서 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들어왔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한 보람이는 이모들의 농담 (저랑은 달리 동생들은 농담이 심해?서
제가 잘 알아듣지 못할 지경이라 갑자기 사오정이 된 느낌이기도 했습니다.)에 즐거워 하면서
엄마랑 이모들은 참 다르다고 느끼는 모양이더군요.
집에 오니 더워서 씻고 한 삼십분 정도 잠을 잔 다음
e시대의 절대문학 시리즈에서 일번으로 출간된 돈키호테를 읽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살림출판사에서 인문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책인데요
그냥 책의 장정을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좋은 책으로 만들었더군요.
책을 만든 사람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귀한 책인데
마침 책을 쓴 저자도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에서 스페인 문학으로 석,박사를 마친
젊은 학자입니다.
일부에서는 시대배경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고
이부에서는 리라이팅을 시도해서 장마다 내용을 요약해놓았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대로 된 번역본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우리가 읽은 책은 주로 요약본에 불과해서 왜 이 책이 소설의 효시인가에 대한
이해를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서요.
오래 전에 빌려본 돈키호테 영화도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의 책에 관한 이야기가 얼마전에 한겨레신문에 소개되어
everymonth에 올려 놓은 글이 있습니다.
왜 이 시대에 다시 돈키호테 읽기가 이야기되는가 궁금한 분들은 그 곳에
들어와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오늘 음악을 들으면서 보게 된 그림은 유영국의 산입니다.


거의 추상의 단계로까지 간 유영국의 그림을 보면서
대상을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은 어디까지 가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되네요.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세계란 결국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에게 공존할 수 있는 넓은 영역이 아닐까
그 안에서 우리는 가끔은 돈키호테처럼
거의 대부분은 산초 판사처럼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덮고 나면 마치 그 세계가 환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책속의 인물은 제 안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살아 남아서
자기 존재를 주장하는 것 같아요.
오늘 만난 그들이 저를 그 다음 어떤 길로 안내할 지 기대하면서
드디어 일어나서 나가야 할 시간입니다.
유영국님의 그림으로 눈을 적시고 즐겁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