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의 나들이.늘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합니다.
처음 나설 때의 생각대로 되지 않고
새롭게 어디선가 튀어 나오는 변수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놀랍고
이름만 듣고 출발한 길이라고 해도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앗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경험이 되는 수가 많기 때문이지요.
먼저 인사동의 갤러리 상을 찾아 갔습니다.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던 이상원님의 전시를 보려고요,
가는 길에 유혹하는 전시들이 있었지만 그렇게 욕심을 내다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바로 갤러리 상으로 찾아가는 길
물어 물어 찾아가니 아직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열시가 넘은 시간인데
그래서 뒤로 돌아가 보았지요,안에서 불은 켜 있는데 셔터는 내려져 있어서요.
그랬더니 뒷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입니다.
무작정 들어가서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어디선가 안내하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바라나시에 사는 사람들을 그린 전시였습니다.
배경으로는 먹으로 약간 색을 낸 것 빼고는 아무 것도 없이 사람에게만 집중한 그림들
한 명,혹은 두 명 혹은 세 명
혹은 집단 초상화속에서 거의 백발을 휘날리면서
그동안 살아온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도 선한 눈을 한 사람들
시선이 어디로 향하고 있나 그들의 시선을 따라 다니면서
70세가 넘어서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전시된 그림을 다 보고 서서 도록을 구경하는데
이번 전시와 사뭇 다른 그림들도 많이 있더군요.
극사실주의의 그림들속에서 화가는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화가의 마음과 만나는 시간을 한참 동안 보냈습니다.
돌아서 나와 현대 갤러리로 가던 중 한국일보 앞을 지나는데
피카소와 샤갈의 아트 프린트 전시를 알리고 있네요.
들어가서 무슨 전시인지 확인을 하고
artmania님과 약속한 시간이 촉박하여 일단 그냥 갔습니다.
이대원님의 그림은 한 두 점씩 본 적은 있지만
개인전은 처음이라 기대가 되더군요.
다른 전시도 좋았지만 지하 공간에 전시된 봄,여름 ,가을,겨울 사계의 그림은
그 앞에서 서성이면서 그림의 사계절과 제 인생의 사계절에 대해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상원님의 그림에는 사람들만이 존재한다면
이대원님의 그림에는 정말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고
자연이 주인이더군요.
지금 80살이 넘은 화가가 작년에 그려낸 자연의 사계앞에서
저는 나이에 대해 자꾸 예민해지는 (아마 몸 상태의 변화로 인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같아요)
제가 얼마나 소심한가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의 스승이로구나 이 분들이 고맙고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하더군요.
특히 이대원님의 그림에서는 마음속이 얼어붙은 사람이라도
그 혹은 그녀의 얼음을 깨뜨릴만한 열기가 넘치는 느낌이더군요.
그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강렬해서 불편하다고 느꼈던 것이 떠오르네요.
지금은 제가 달라진 것인지 그런 강렬함이 따뜻한 불처럼 느껴지고
제 안의 어떤 부분을 건드리는 기분도 들었습니다.
오늘 사랑의 랩소디를 다 읽느라 집에 와서까지 책을 잡고 있었지요.
다 읽고 화요일의 나들이에 대해 쓰려니 시간이 너무 늦어져버렸습니다.
마음은 더 하고 싶은 말이 넘쳐 흐르지만 그러면 내일 하루가
고단할 것이 뻔해서 이대원님의 그림까지만 보고 자야 할 모양이네요.
빌려온 음반 voices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 참 좋았다는 흡족한 말이 마음속에서 저절로 떠오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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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참 좋았던 화요일 나들이
intotheself |
조회수 : 1,255 |
추천수 : 22
작성일 : 2005-06-01 0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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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잠비
'05.6.1 8:00 AM햇살, 나무, 꽃....이런 것들만 생각하면 6월에 잘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이렇게 화사한 때를 우울한 과거로 인하여 우리는 잔인한 계절로 지내고 있지요.
절대 웃지 말아야 될 것 같은 그런 미안함으로요.
intotheself 님의 그림 이야기를 읽으면 참 행복해 집니다.
늘 고마운 마음으로 대하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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