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손에 안 잡힙니다.
마음은 심란한데 멀리 창밖 풍경에만 눈이 가고
먹고 사는일, 돈버는 일, 돈되는 일엔 신경쓰기가 싫어지니
이것도 일종의 현실 도피겠죠.

제가 다녔던 중학교 작은 동산 한쪽에
이즈음이면 소담스럽게 하얀 불두화가 피었었죠.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 꽃 푯말에 “불도화”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래서 여지껏 전 이 꽃이 불도화인줄 알았답니다.
그러다 많은 사람들이 수국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사실 불도화 보다는 수국이란 이름이 더 마음에 들어서
요즘은 저도 수국이라고 부르고 다녔어요.
그러다 어느날 문득 왜 중학교때 그 푯말에는 불도화라고 되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어느게 맞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어요.
저 참 할 일 없나요? ㅎㅎㅎ 저도 인정합니다.
다들 수국으로만 알고 있더군요.
불도화란 이름은 들어 본적도 없다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제가 또 책을 찾아 보았지요.

먼저 제가 알고 있던 불도화는 "불두화"가 맞는 말이었어요.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불두화라 한답니다.
암술,수술이 없는 대표적인 무성화인데
꿀과 향기가 없으니 벌과 나비가 찾지 않고
이것이 수도하는 스님들에겐 분심을 막아주어
절에서 즐겨 심는 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절에서 가장 많이 보셨을꺼에요.

처음 필 때에는 연초록 빛깔이고 완전히 피었을 때는 눈부신 흰색이 되어,
눈송이를 뭉쳐 놓은것처럼 주렁주렁 소담스런 꽃이죠.

수국과 불두화를 비교해 보면
먼저 불두화가 부처님 오신날을 전후한 5월에 핀다면
수국은 좀더 늦은 6월경에 핀다고 합니다..
요즘은 여기저기 불두화가 참 이쁘게도 많이 피어 있어요.
남의 집 울타리에 있는 것이라도 한송이 꺾어 냅다 도망이라도
치고 싶을만큼 욕심나게 피어 있네요.

불두화의 잎은 사진에서처럼 세갈래로 나뉘어져 있지만
수국은 거의 깻잎과 유사한 통잎으로 되어 있어요.

불두화가 암술 수술이 없는 무성화라면
수국은 암술 수술이 함께 있는 유성화이고 우리가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양 테두리의 꽃잎이 사실은 꽃받침이고 가운데 올망졸망 모여
있는것들이 사실은 꽃잎이랍니다.

그리고 불두화는 하얀색 한가지이지만 수국은
토양에 따라 꽃의 색이 달라져 분홍,파랑,보라,등등 여러 가지 색이
만들어진다는군요.
요즘은 가정용으로 다양한색의 수국이 판매되고 있대요.
지금까지의 사진은 모두 불두화였어요.
이젠, 갖가지 색의 수국을 구경해 보실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