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돈 지오바니를 틀어놓고 보다가
모짜르트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모짜르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홈페이지에서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읽었지요.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한가지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
서로 갖고 있는 것을 나누고자 하는 모습을 보는 일에서 사람이 갖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일상이 고맙고도 고맙다는 생각을 하는 아침입니다.
아침 수업에 가기 전 신문을 뒤적이다가 눈길을 끄는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최욱경 회고전소식이었는데
전시회를 가기 전에 누구일까 궁금하여 찾아보니 그녀를 다룬 글과 소설이 소개된
글을 읽기도 했지요.
심지어는 초혼이란 무용을 무대에 올린 무용가가 최욱경님에게 바친 헌사라고 한 말을
인터뷰에서 읽기도 했습니다.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문득 궁금해지면서 지상에서 살았던 흔적도 몰랐던 사람과
어느 이른 아침 이렇게 만나게 되는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
도서관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목요일의 한겨레신문에서 묵향의 향기를 전하는
기사가 한꼭지씩 실리네요.
오늘은 단원 김홍도의 그림 한 점 자세히 살펴봅니다.
행색 초라한 나그네 시골처녀 곁눈질 훔쳐보네
(19)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병
18세기의 조선시대 후기는 우리 전통문화가 한껏 무르익었던 시기다. 우리 것, 우리 땅에 대한 주체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이른바 ‘진경문화’를 난만하게 꽃피웠던 그 시절 보통 조선 사람들의 삶과 욕망들은 어떤 얼개를 띠고 있었을까. 당대의 걸출한 천재 화가인 단원 김홍도(1745~?)의 ‘행려풍속도병’ 8폭(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은 당대 생활상과 욕망에 대한 가장 ‘리얼한’ 사료들 가운데 하나다. 이 풍속도병은 1778년 34살 때 그린 8장의 비단그림 안에 산천을 유람하는 풍류객의 눈에 비친 곳곳의 양반, 서민들의 세태 풍속을 르포 하듯 담고 있다.
보통 일반인들은 단원의 풍속도하면 씨름판, 서당 모습, 춤추는 무동 등을 담은 (역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을 떠올린다. 하지만 상당수 미술사가들은 서민 감상용으로 장지에 속필로 그린 보다는 비단 위에 훨씬 세밀한 선으로 기품 있게 그린 ‘행려풍속도병’을 높이 친다. 단원의 그림 스승이자 예술계 대부였던 표암 강세황(1713~1791)이 이례적으로 그림마다 익살스런 평을 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인 를 보자.
말 타고 언덕길을 내려오던 초라한 선비가 목화를 따는 시골 처녀들의 몸매를, 부채로 얼굴 가리고 지그시 곁눈질한다. 그를 따르는 시종 아이도 주인을 따라 슬그머니 눈짓한다. 대충 상황은 짐작이 가나 상세한 그림 속 사정은 강세황이 화폭 위쪽에 평한 글에서 알 수 있다. ‘해진 안장에 비루먹은 말 타고 가는 나그네/행색이 심히 초라하건만/무슨 흥취가 있다고/목화 따는 시골 아낙네를 쳐다보는고?’
는 아예 ‘개그 콘서트’ 같은 분위기다. 마을을 행차하는 원님 앞에 난데 없이 술취한 시골사람 둘이 넙죽 엎드려 즉석에서 상대방을 고소하는 해프닝을 벌인다. 삿갓 비뚜루 맨 아전은 당황한 듯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이들 말을 고소장에 옮겨 쓰는 진풍경이 펼쳐지건만 원님은 거드름만 피운다. 표암의 글이 또한 재미있다. ‘…시골 사람 와서 고소 하니/형리가 고소장을 쓰네/시골 사람 술 취해 부르는 대로, 형리가 쓰니/잘못된 판결을 하면 어찌할꼬?’
기러기 날아오는 새벽 광주리, 항아리 들고 어촌의 포구를 떠나는 아낙들을 그린 에서는 표암의 글맛이 일품이다. ‘밤, 게, 새우, 소금/광주리와 항아리에 가득 채우네… 한번 펼쳐 냄새 맡으니/바람 결에 날리는 그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구나’ 어촌 사람들의 질박한 생활상이 항아리와 비린내라는 표제어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회화적으로도 행려풍속도병은 서민들의 생활행위만을 부각시킨 에 비해 안개 낀 산하나 기러기 날아오는 포구 등 아련한 산수 풍경이 같이 어우러져 담박한 시정을 보여준다. 원래 중국과 조선에서는 선비들이 산수풍경에 시를 덧붙이는 제화시의 전통이 있었는데, 이 행려풍속도병은 세속적 풍속도에 오히려 선비의 해학적 세태평을 덧붙였다. 술기운 날리며 우스개 지어가며 그림 그렸다는 단원의 해학성이 표암의 익살 어린 성품과 맞닿아있음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는 셈이다.
표암과 단원은 호랑이 그림을 합작해 그리는 등 신분을 초월한 스승-동료의 인연을 우리 미술사에 아로새겼다. 표암은 단원이 7, 8살 코흘리개 시절부터 그림스승을 자처했다. 30년 이상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궁중에 음식을 대는 사포서에서 같은 직장동료로 지냈으며 노년에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단원을 ‘그림의 모든 분야에서 묘품을 보인 신필’로 격찬했던 표암은 “단원과 관청에서 아침 저녁으로 같이 거처했으며 나중에는 예술계에서 나이를 잊고 지내는 벗이 되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신분과 인맥의 벽을 벗어나 재능과 자질을 인정하는 데 귀천을 가리지 않았던 조선 후기 예인들의 진취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이번에는 전시회 소식입니다.
지난 번 루이스 브루조아전에서 보니
바로 이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불꽃여자 최욱경 못다핀 예술혼
26일부터 국제갤러리서 20주기 회고전
‘불꽃 여자’. 타는 듯 강렬한 원색과 요동치는 듯한 선으로 여성적 에너지의 힘을 마음껏 화폭에 부렸던 작고작가 최욱경(1940~1985)을 미술인들은 이렇게 기억한다. 전사 같은 예인적 기질과 서구 모더니즘 화단의 세례를 유학 중 한껏 받았던 이력이 어우러져 그의 작품세계는 우리 화단에서 유례없이 표현력의 영역을 극한까지 확장했던 드문 사례로 평가받는다. 칙칙하고 어둔 색 일색이었던 60, 70년대 우리 화단에서 파랑, 빨강, 남색 등의 원색을 주저 없이 내뱉듯 풀어냈던 최욱경은 본격적인 색채 화가의 길을 열었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심장발작으로 안타깝게 요절한 최욱경의 20주기 회고전이 26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막을 올린다. 유족들에게서 빌려온 초기 작부터 말년 작까지 40여 점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서구 추상표현주의에 쏠렸던 유학 직후의 작업부터 이 땅의 산하를 기행하며 나름대로의 서정성을 획득해가던 말년까지의 역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작가가 미국에 유학한 60년대부터 일시 귀국하기까지의 1시기, 71~78년 미국에서의 본격 활동기를 다룬 2시기, 78년 귀국 뒤 작고 때까지 원숙기를 다룬 3시기로 전시작품들을 구분해 배치한 배려가 돋보인다.
무엇보다도 전시의 고갱이는 감각적이면서도 야성적인 미감을 분출하는 꽃 작업들이다. 특히 70년대 미국에서 작가활동을 할 당시의 꽃 작업들을 보면 노랑, 분홍, 보라, 파랑의 밝은 색채 속에 뚜렷한 형상성을 표출하는 것들이 많다. 강렬한 햇살을 떠올리게 하는 빗살무늬 같은 사선 표현, 원색이 부딪히며 화면 위에 두텁게 내려앉는 현란한 이미지들 속에는 변화무쌍한 작가의 정신적 에너지가 숨어있다.
75년작 이나 로 이름 붙여진 꽃연작들이 이런 작업들인데,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빌렘 드 쿠닝의 막가는 듯한 선과 여성작가 조지아 오키프의 꽃 그림 같은 강렬하고 섬세한 색상이 생명력과 여성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본연적 감정을 화폭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칸딘스키의 색채추상도 떠올리게 하는 작업들은 70년대 미국 뉴멕시코 사막에서 대자연과 부대끼며 현상, 색채, 구성에 대한 그만의 독창성을 키운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원숙한 색채감각을 보여주는 말년의 파스텔톤 작업들도 주목된다. 그는 78년 귀국 뒤부터 숨질 때까지 영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 곳곳을 여행하며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에 새삼 눈뜨게 된다. 그가 묘사한 80년대 꽃잎 연작과 이 땅의 산 그림들은 형태와 선이 좀더 명확하고 부드러워지면서 폭발할 듯한 감정 표현 대신 절제되고 압축된 단순미를 보여준다. 항상 줄담배를 물고 다녔던 작가는 “내가 도달하려는 것은 본연의 감성 그 자체를 시각적 용어로 환원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 열정을 채 못다 풀고 떠난 작가가 고루한 화단의 벽 앞에서 꾀했던 탐구의 몸짓, 좌절, 고뇌 등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6월 26일까지. (02)735-8449.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궁금해서 찾아본 그녀의 그림입니다.
그림을 검색하다가 그녀에 관한 소설이 한 권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학신간]김영태-엄광용 ‘女화가 최욱경’ 소재 소설 내
엄광용 씨
‘얼음 같기도 하고/불같은 장작 같기도 하고/눈처럼 하늘에서/매일 내려오는 여자.’
시인이자 화가인 김영태 씨(70)가 작고한 후배인 여성화가 최욱경(1940∼1985)이 살아 있을 무렵 그녀에 대해 쓴 시 ‘화산 같은 여자’의 일부다.
자신의 재능을 불꽃처럼 소진하고 떠난 최욱경의 삶을 작가 엄광용 씨(51)가 글을, 김 씨가 삽화를 그려 한 권의 소설 ‘꿈의 벽 저쪽’(이가서)으로 펴냈다. 1990년 최욱경의 죽음을 소재로 ‘벽 속의 새’라는 작품을 썼던 엄 씨는 이를 15년 동안 매만지다가 이번에 제목을 바꿔 책으로 펴냈다.
“최욱경 1주기 때 기자였던 나는 그녀의 삶에 대해 취재했지만 뭔가 막혀있는 기분이 들어 접어버렸다. 몇 년 뒤 이삿짐을 푸는데 봉투에서 난데없이 최욱경의 사진이 툭 떨어졌다. 나를 보면서 ‘이제 내 이야기를 해 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조용훈의 글도 한 편 있군요.
국문학자인데 미술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사람이어서
책이 나오는대로 사서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도 최욱경의 이야기가 있네요.
이 책 말고도 이석우교수의 예술혼을 사르다 간 사람들에서도
최욱경이 다루어진다고 하네요.
오늘 갑자기 존재했던 것조차 몰랐던 한 인간이자
예술가가 제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드네요.
이상한 인연이로고
갑자기 그녀의 삶이 궁금하고
그녀의 그림을 보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히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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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3
작성일 : 2005-05-26 09: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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