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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첨밀밀님께-루브르에서 보낸 하루

| 조회수 : 1,233 | 추천수 : 8
작성일 : 2005-04-28 00:57:36
2004년 겨울에 파리에 갔었습니다.

마침 그 때 쓴 글을 찾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될까 싶어서 올립니다.

사실은 오늘 에라스무스에 관한 책을  한 권 집중적으로 읽고

다른 책속에 들어있는 한 꼭지씩의 아티클을 찾아 읽고 나서 집에 와서인지

에라스무스에서 연상작용이 생겨서 아,그렇지 첨밀밀님께 프랑스에 관해서

이야기하자고 했지 하는 기억이 난 것이지요.

이런 연상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기억이 아주 따끈따끈했을 때

한 시간 넘게 걸려 루브르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 글이 순식간에 휘리릭 날라가버렸고 허망한 마음에

그리곤 재탕이 되기 쉬운 글을 쓰는 재미가 생기지 않아서

그냥 두고 있었지요.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니 쓰다 만 여행기가 마음에 걸려 오늘 밤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의 일정을 잡을 때

루브르에서 반나절 ,그 다음에 오르세로 가거나

시간이 모자라면 오랑제리에 가려고 했었지요.

루브르는 리슐리외관, 셜리관,그리고 드농관으로 이루여져 있는데
말이 3관이지 한 관마다 방이 너무나 많아서 번호를 따라 찾아다니다가

길을 잃기도 했습니다.

우선 리슐리외관을 도는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조각이 한도 끝도 없이 나옵니다.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조각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도 처음에는 재미있게 구경을 하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자세히 보다간 하루가 다 가도 못 보고 지나는 것이 많을 것 같아

순서를 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함무라비 법전을 상징하는 돌기둥을 보려고 했으나

마침 메소포타미아관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실망하여

아래층에 조그만 문이 있는 이슬람관으로 들어가 보았지요.

들어갈 때만 해도 별 기대없이  들어갔는데 그것이 바로 보배였습니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움의 이슬람관이 큰 작품 위주로 전시되어 있다면

이 곳은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많아서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구체성을 담보하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사람살이의 비슷한 점,사람살이의 다른 점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은

참 귀한 학습의 장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더구나 이슬람은 우리가 잘 모르는 세계이고

실제로 평생에 걸쳐서 만나기 어려운 문화인지라 더 재미있게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입구가 좁았던 이슬람관이 들어가서 보니 한도 끝도 없이 이어져서 한참을 보고 나니

시간이 벌써 상당히 지나가버렸네요.

그래서 일단 흩어져서 보다가 2시에 점심먹으러 만나자고 약속하고

저는 중세관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사회가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 삼는 것이 종교라고 할 수 있었던 시대

이름도 남기지 않았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종교란 무엇인가를 한참 생각하기도 했지요.

점심을 먹고 나서

다른 곳에 간다는 것을 일단 포기하고 하루를 루브르에서 보내기로 했습니다.

니케상과 밀로의 비너스를 본 다음 (그 앞에 모인 사람들이 가장 많더군요)

셜리관과  드농관에서 볼 만한 작품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중세시대에서 르네상스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그림들을 보았지요.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단연 프라 안젤리코였습니다.

그림책에서만 보던 화가들의 이름이 연달아 나오고

그 중에서도 더 마음을 끄는 작품이 있으면 그곳에서 좀 더 서성거리며 보다가

한참 지나서 다시 돌아와서 보기도 하면서 주로 종교적인 주제를 다룬 그림들을 보았지요.

루브르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이 여러 점 있더군요.

여기에 몇 점을 소개합니다.














전설이 되어 버린 그림  모나리자는 다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과는 떨어져

홀로 다른 곳에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이 그렇게도 유명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저는 오히려 이 그림에 더 주목했습니다.

어둠속에서 홀연히 솟아나는 느낌의 사람과 그의 모습에요





미켈란젤로의 경우 그림보다는(그의 그림은 이탈리아에 가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조각에 더 끌리는 편인데 이번에 그의 조각 한 점을 보았습니다.




라파엘로의 그림은 오히려 여러 점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구경을 했지요.













다음 그림은 제가 가장 주목해서 본 그림입니다.











성 조지와 용이야기는 많이 그려지는 소재중의 하나이지요.

그런데 오늘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우리 외부에 있는 어떤 존재의 사악함도 무섭지만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무력함,질투,혹은 상한 감정,분노,근거없는 욕망이나 의심도

참 무서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 열국지를 읽다가 들어와서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이 이어지는지도 모르지요.

송양지인이란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송나라 양공의 인이란 뜻인데

그가 제나라 환공이 죽은 후 중원의 패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릇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억지가 생기지요.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초나라군사가 강을 건너오기 전에 그들을 공격하자는 장수의 말에

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공격할 수 있느냐고 합니다.

그러자 건너와서 진채를 세우기 전에 어수선한 틈을 타서 공격하자고

장수가 다시 건의하지만 그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대등한 상태에서 싸우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그는 더 강력한 초나라와의 싸움에서 많은 부하 병사들을 잃고

자신도 부상을 당해 그 상처로 인해 다음해 여름 죽게 됩니다.

군주의 어리석음이 초래하는 불행

그것은 일개 개인의 어리석음이 초래하는 불행과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요?

열국지를 읽으면서 만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그들속에서 제 모습중의 어떤 것  

들추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되어서 그런 것일까요?

어떤 사람에 대해서 막 웃다가도 그게 그저 웃을 일인가 하고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할까요?



그림을 보다가 이야기가 엉뚱한 길로 나가버렸습니다.


저는 카라바지오하면 성경의 이야기를 독특한 시각으로 그린 화가라는 인상이

강하게 박혀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의 다른 그림을 이 곳에서 보게 되었지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그림을 보아야 할 것 같아요.

내일 아이들이 개학하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서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마냥 그림을 보게 될 것 같지 않고

중이가 드디어 19년간의 유랑생활을 접고 진나라에 돌아가는 내용에 잡혀서

책으로 자꾸 눈길이 가기도 해서요.






큰 박물관하면 꼽는 것이 루브르와 대영박물관이지요.

그런데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 보자면 대영박물관쪽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건물안의 배치나 작품이 주는 친밀감에서도 그렇고

특히 작품의 전시가  더 보는 사람을 배려한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그림을 보는 일이 상당히 피곤하더군요.

너무나 빽빽하게 전시해놓아서 더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간간히 만나는 좋은 그림덕분에 아,피곤하구나 하는 생각에서  의자에 잠시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서 움직일 힘을 얻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뒤러의 초상화가 인상적이더군요.




그리고 카라치라는 화가의 그림을 보았습니다.

웨디 수녀의 책에서 이름을 알게 된 화가인데 이상하게 이름이 낯익은 것 같아서

그림을 다시 보았다고나 할까요?




제게 있는 편견탓일까요?

아직은 한 화가가 그린 성경을 소재로 한 그림보다는 그가 그린 인물화나 풍경화

정물화등에서 그 화가에 대한 친밀도나 혹은 그의 역량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카라치의 인물화를 한 점 올려놓습니다.



예상치 않게 작품을 많이 보게 된 화가중의 한 명이  바로 귀도 레니입니다.

그의 그림이 참 많아서 놀랐지요.



어떤 화가들은 그저 미술사속에서나 존재하고 어떤 화가들은 일상에서 사랑을 받고

어떤 화가들은 숭배의 대상이 되고

어떤 화가들은 아주 잊혀지기도 하지요.

혹은 어떤 화가들은 잊혀졌다가 다시 새롭게 주목받기도 하고

어떤 화가들은 당대에 인기를 누리다가 후세에는 버림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화가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겠지요?

푸생의 그림도 보았습니다.




이번에 루브르에서 본 그림중 가장 큰 수확중의 하나가 바로 루벤스가 그린 대작'

메디치 가문의 여자가 앙리4세의 부인이 되려고 프랑스에 온 장면을 그린 )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말로만 듣던 그림을 직접 보는데 우선 그 규모에 입을 다물수가 없더군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직 이 시기까지만 해도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는 그런 느낌이

드네요.

화가하면 늘 따라다니는 궁핍과 몰이해속에서의 열정

그러나 그런 스테레오 타입에서 멀찍이 벗어나 현실속에서  인정과 부와 사랑을 다 누린

사람이란 선입견때문에 그의 그림을 늘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그의 그림을 보았습니다.

그의 색,그의 윤곽의 풍성함, 그림의 구도가 주는 힘등을 새롭게 보는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오늘은 루벤스까지만 보아야 할 것 같네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nnie yoon
    '05.4.28 4:00 AM

    into...님,유명한 그림들이 겔러리들마다 걸려 있잖아요.똑같은 화가의 작품들이라면서...그럼,카피인가요?위의 뤼벤스 작품이랑 라파엘로 작품들은 이곳에서도 유명한 뮤지엄에 걸려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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