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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백번 째 글을 올리는 아침에

| 조회수 : 1,947 | 추천수 : 8
작성일 : 2005-03-23 07:47:47
오늘 아침 사실은 기분이 이상한 날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말짱한 것이 놀랍습니다.

사연인즉 일년에 서너 차례 겪는 못 일어나서 아이가 멀리까지

택시를 타고 가게 만든 일인데 (분명히 전화에 모닝 콜 시간을 지정하고 잠이 들었는데)

다급하게 엄마를 부르는 아이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미안하다고 샤워 하고 엄마를 깨우라고 하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보니 그 사이에 몸이 많이 깨어났고

아이는 그다지 마음 상하지 않은 얼굴로 택시비를 받아 들고 집을 나섭니다.

스트레칭을 조금 하면서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

기운이 말짱하게 살아나서 어제 못 보았던 고서화와 불교미술을 마저 보려고 들어왔습니다.

줌인 줌아웃에 새로 글쓰기를 신청하고 보니

오늘 100번째 글을 쓰는군요.

백번

물론 이 곳에 다 새로 쓴 글은 아니고 많은 부분 도서관에 먼저 쓴 글을 복사한 것도 있지만

그림을 보면서 주저리 주저리 글을 쓴 시간이 이렇게도 많았나

그림에 대한 애정이 갑자기 사무치는 기분이 드는 묘한 아침이로군요.

그림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자세히 글을 쓰는 성의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림이 좋아서

나 혼자 보기 아까워서

그림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그림을 본다는 행위 그 자체로 명상이 될 수 있는

아주 즐거운 매개체가 되어 준다는 느낌을 나누고 싶어서 시작한 일

아마 그렇게 단순한 마음으로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길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

하루를 여는 기쁨을 함께 한 사람들이 있어서

더 신나게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각설하고

오늘은 2층 고서화실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화조구자도라고 이 암의 그림인데요

개를 그리는데 남다른 실력을 발휘했던 화가이지요.

도판으로 보던 그림을 원화로 볼 때의 느낌이란 뭐라고 말을 할 수 없는 기분입니다.




잠들어 있는 개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확대한 사진도 함께 올립니다.





전시실의 그림이 시대순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림을 전부 올릴 수 있게 된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화조구조도 옆에 있는 영모도 대련을 먼저 선택했는데요

장승업입니다.

취화선을 보신 분들은 그의 일대기와 그의 그림에 대해서 이미

감흥을 느낀 상태일 것 같군요.

언젠가 금호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았는데 장승업의 영화에 나오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 때 알게 된 화가가 김선두였는데 그의 그림이 좋아서 한참 뒤적거리던 생각이


떠오르네요.




단원 김홍도의 군선도입니다.

우리는 김홍도 하면 그의 풍속화 위주로 배우기 때문에

고정된 이미지가 자리잡기 쉬운 화가이지만

사실은 풍속화말고도 그의 그림 세계는 상당히 다양한 편이지요.

처음 그의 그림 전체를 수록한 화집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네요.

풍속화가만으로도 훌륭하지만 다른 그의 그림들이 그의 화가로서의 역량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이 많아서 즐거웠었지요.





송하맹호도라,소나무 밑의 호랑이가 살아서 움직이는 느낌을 주지요?




이 곳에서 병진년 화첩을 다시 보니 참 반갑더군요.

크지 않은 화첩인데 그림이 얼마나 정겹게 느껴지던지요.











이 곳에서 만난 겸재 정선입니다.

이 곳의 전시는 이개월마다 조금씩 변화를 준다고 하네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인왕제색도가 걸려 있었다고 하던데

아쉽긴 하지만 호암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어서 위로를 삼고

그래도 이 작품도 좋아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김시의 동자견려도입니다.

한국미술사를 다루는 책에서는 빠지지 않고 실려있는 작품인데요

우선 부분을 확대한 그림을 먼저 자세히 보고서

원화를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순서를 바꾸어서 올려놓았습니다.


김홍도의 병진년화첩처럼 겸재유록화첩도 전시되었더군요.

여행이 조금씩 확산되어 (그만큼 살기가 나아졌다는 의미였겠지요?)

화가들도 화첩을 들고 산천을 두루 주유하고 그것이 그림이 되어

아직도 남아서 그 시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오랫만에 직접 보게 되는 추사의 힘찬 필체입니다.





초상화인데요 사람이 눈앞에 살아있는 것 같이

터럭하나까지도 재현해 내려하는 화가의 집념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림을 보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흘렀네요.

결국 일층은 시작도 못해보고 아침에는 여기까지 보아야 할 모양입니다.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뽀로로
    '05.3.23 10:13 AM

    매번 감사한 마음으로 보고 있어요. 잊고 있었던 걸 다시 깨우쳐주시는 기분이랄까...
    늘 님의 그림 여행에 함께 하고 싶네요.

  • 2. 사랑화
    '05.3.23 2:25 PM

    저두요~^^
    너무 재밌게 잘보고있습니다...
    벌써 백번째라시니...축하해드리고 싶어요~^^
    오늘하루도 행복한 하루되시길...

  • 3. blue violet
    '05.3.23 8:28 PM

    축하 드립니다.
    백번째 글과 그림을...
    하루 하루를 의미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4. hippo
    '05.3.26 4:12 PM

    님의 아이디가 보이면 반가운 마음에 얼른 들어오게 되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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