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아주 오랫만에 서프라이즈를 보는 대신
그 시간에 공부하는 아이들이 신기해서 옆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호머의 그림을 보았습니다.
그 때 도서관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는데 줌인 줌아웃에서 호머의 그림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반가워서
밤에 드디어 해결이 된 (알고 보니 디브이디 연결선이 조금 느슨하게 되어서
화면이 나오지 않았더군요,우리 집의 해결사 딸 덕분에 밤에 공연실황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케니 지 공연을 보는 도중 글을 옮기면서 그림 몇 점을 더 보려고 합니다.
다음 메일의 휴지통을 비우느라 들어갔다가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자꾸 읽어보게 되는 글
한 편이 눈길을 끌어서 함께 읽어보려고
올려 놓습니다.
나 이제 내가 되었네
나 이제 내가 되었네
여러 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네
나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녹아 없어져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네
나 이제 내가 되었네
- 파커 J. 파머의《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중에서-
어제 영화를 보고 오늘 아침에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오늘은 절대로 서프라이즈를 보지 않겠다고 공언한
아들이 정말로 약속을 지키고 나선
다시 소파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중입니다.
잠깐의 여유시간에
보람이도 오랫만에 일찍 깨어나
자기 방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시간
평온한 마음으로 호머의 수채화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바흐의 음악을 틀어놓고 그림을 보는 시간
마음이 참 평화로운 느낌이네요.
강의식 수업이 아니고 공부하다가 질문만 받아줄 수 있는
선생님을 찾던 중 소개를 받았노라고 찾아온 아이가 있습니다.
알고 보니 보람이가 중학교 일학년때 같은 반 아이였고
어렴풋이 자기가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친구라고 이야기했던 바로 그 아이더군요.
법조계로 진로를 잡고 있다는 아이는
너무나 성숙한 태도로 진지한 태도로 공부하여
제게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 공부하러 오는데
토요일에는 2시에 오면 거의 6시가 되도록 앉아서
이런 저런 책을 하고 질문하고
노트에 정갈하게 정리를 하기도 하더군요.
보람아,문희가 엄마에게 공부하러 오는데
너도 일요일 하루만 함께 하면 어떻니?
제 말에 보람이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엄마 그 애가 엄마 딸이면 좋겠지?
옛날에 계린이가 엄마 딸이면 좋을 것이라고 하더니
공부하는 태도에 호감을 보이기만 하면 엄마 딸이면
좋겠지라니 그 아이의 마음속에 어떤 것이 숨어있나
갑자기 의문이 듭니다.
아침밥을 먹는 중에 승태가 버릇없는 행동을 하니
보람이가 갑자기 말을 합니다.
엄마 왜 승태는 이럴때 때리지 않아?
뭐?
너도 거의 맞지 않고 살았지 않니?
중학교 때 한 3번 정도 맞은 것 같은데.
그랬더니 아이가 하는 말
차라리 맞는 것이 낫지
말로 혼나는 것은 더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 제 마음속에서 쿵하는 소리가 납니다.
나는 거의 매를 대지 않는 엄마라는 교만한
마음이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말로 아이에게 주는 무수한 상처에 대해서는
그냥 눈감고 ..
그래서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정직함으로 정곡을 찌르는
어제 한의원에 갔더니
원장님이 말을 걸더군요.
본인은 상당히 정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같으니
그런 인생을 유지하고 싶으면 호흡법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좋다고
운동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호흡을 제대로 해야만
앞으로의 인생도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꼭 유념하라고 아주 간곡하게 말을 하데요.
그래서 저도 궁금한 사항을 이것 저것 물어보고 왔습니다.
단학선원을 추천하길래 그 곳이 종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는 말을 들어서 조금 꺼림찍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 왈
내게 사랑을 품게 하는 곳이 있다면 그 곳이 어떤 곳인가
남의 말이 무엇이 중요한가라고요.
내가 느낀 진리를 전파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소개하는 것이라고
호흡이 제대로 되면 한의원에는 올 필요도 없다는 말이
오래 머릿속을 울리는군요.
당장 호흡법을 배우러 가지는 못해도
오늘은 조금 일찍 나가서 성저공원이라도
어제에 이어 오늘은 두바퀴라도 돌고
도서관에 가야 할 모양입니다.
아침에 귀로만 들은 음반과 직접 실황을 보는 것의 차이가 느껴지네요.
케니 지의 연주도 연주지만 저는 실황에서 드러머의 흥취를 보는 것이
더 즐겁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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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5-03-21 0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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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보라
'05.3.21 1:33 AM너무좋아서,,그림 퍼갑니다...제 컴,,바탕화면에두 깔고,,글메일두 보내구 ,,호머 그림이 마구 좋아지네여..감사..
2. blue violet
'05.3.21 6:15 AM나 이제 내가 되었네.-
참 좋은 글이네요.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사는 허허로운 세월을
제대로 인식하고 사는지
저 자신에게 물어봅니다.3. 쵸코왕자
'05.3.21 10:00 AM항상 그림과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림보러 다니기를 좋아합니다. 그것도 혼자서----- 이 공간에서 나와 비슷한 이들을 만날 수 있음도 축복이라 생각하고 몇번이나 망설이던 끝에 몇자 적어 봅니다. 항상 고맙고요, 요즘 제게도 식구중 2명이 집을 떠나 있어 마음이 좀 그랬는데 그림을 보면서 언젠가는 함께 그림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그런 분입니다. 그런 기회가 있기를 바라면서-------
4. 다시마
'05.3.21 10:05 AM차 한잔 함께 하며 담소를 나누고 싶어지네요.. 가슴가득 맑은 기운이 스며드는 느낌입니다.
5. 앉으면 모란
'05.3.22 4:33 PM또 한사람의 화가와 만나게 되었네요.
숲을 거니는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있는 그림이 마음에 듭니다.
시간을 내서 부지런히 걸어 보세요.
저도 요즘은 아침에 산에 다니는 데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평이한 일상이지만 주변을 다시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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