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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내 마음의 스승,무위당 장일순
영화 간디를 보고
그리고 오늘은 우연히 음악 싸이트에 들어가서
닐 다이아몬드의 BE라는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노래를 올린 사람이 정성과 시간을 들여서
갈매기의 꿈을 영어와 우리 말로 다 올려 놓았더군요.
처음에는 너무 길어서 그냥 나오려다가
조금만 읽자는 마음으로 소리내어 영문으로 된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멈출수가 없어서 결국은 그 글을 다 읽고 말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글인데
오늘 새롭게 마음을 울리는 구절들이 많아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지요.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
일정 정도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타인과 나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
가능하게 되는 모양인데
그것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는 것도 아니고
깊은 공감의 능력이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 밤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출발하는 날들에 만난 깊은 구절들을 마음에 새기면서
그것이 일시적인 감동으로 그치지 않고
하루 하루 마음의 양식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래 올려놓은 글은 책소개에서 퍼온 글입니다.
"혁명이란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것이라오. 혁명은 새로운 삶과 변화가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겠소? 새로운 삶이란 폭력으로 상대를 없애는 게 아니고, 닭이 병아리를 까내듯이 자신의 마음을 다 바쳐 하는 노력 속에서 비롯되는 것이잖아요? 새로운 삶은 보듬어 안는 정성이 없이는 안 되지요."
세상이 어수선할수록 스승의 빈 자리가 큰 법이다. 한 번도 지도자를 자청하지 않았지만 그를 한 번이라도 만나고, 그의 글을 한 번이라도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의 스승이자 실천의 지도자로 여겼던 무위당 장일순(1928~1994)도 바로 그렇게 그 빈 자리가 아쉬운 그래서 더욱 그리운 스승일 것이다.
1994년 5월22일 암으로 타계한 지 꼭 10년이 지난 지금,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최성현, 도솔 펴냄)과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 엮음, 녹색평론사 펴냄), 이렇게 두 권의 책을 냈다.
은 무위당 장일순의 사람됨과 그의 사상을 온전히 접할 수 있는 일화와 그가 남긴 그림과 글씨를 정리한 책이다.
는 리영희(전 한양대 교수), 이현주(목사), 김종철( 발행인ㆍ영남대 교수), 김지하(시인), 임재경(전 한겨레신문사 편집인), 이철수(판화가) 등 장일순에게 크게 빚진 이들이 그를 추억하고 그의 삶과 사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를 반추하는 책이다.
이 두 권의 책 덕분에 우리는 그를 떠나보낸 지 10년 만에 무위당 장일순의 빈 자리를 대하는 아쉬움을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됐다.
'원주의 예수' 무위당 장일순
1970년대 그가 즐겨 썼던 호 무위당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하는 일 없이 안 하는 일 없고, 없는 듯하면서도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말년에 대담을 통해 (삼인 펴냄)를 낸 목사 이현주는 그의 삶에 대해서 "평생을 중국의 옛 성현 노자의 가르침을 삶으로 체현하고자 애썼던 사람"이라고 회고하고 있다.
무위당 장일순은 누구인가? 그는 20대 초반에 아인슈타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세계를 하나의 연립 정부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던 '원 월드 운동'에 참여했다. 아인슈타인은 당시 그가 요구한 자료를 보내면서 "당신의 나라에 여전히 거센 정치적인 열기가 남아 있다면 참혹한 상황을 겪어가고 있는 한국에 이 자료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보며, 또 그렇게 쓰이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다. 당시 장일순의 나이 22살 때였다.
그 후 장일순은 30대 초반 이승만 정권하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미국이나 소련의 간섭을 받지 않고 통일을 해야 한다는 '중립화 평화통일론'이 빌미가 되어 정치범으로 3년간 옥살이를 하는 등 아인슈타인의 충고를 따라 격정적인 2ㆍ30대를 보낸다. 옥살이를 통해 장일순은 자기가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길을 밑바탕에서 돕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밑으로, 밑으로 들어가는" '숨은 지도자' 무위당의 역할을 시작한다.
무위당 장일순은 '숨은 지도자'로서 1960년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힘으로 자립해 갈 수 있도록 돕는 신용협동조합의 설립과 정착을 도왔고, 1970년대에는 천주교 원주교구지학순 주교와 함께 반독재 투쟁을 이끌어 '민주화 운동의 성지 원주'의 정신적 기둥이 되었다. 그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80년대에 무위당 장일순은 정치 투쟁이 아닌 생활 운동의 중요성을 직시하면서, 21세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세계관을 '생명 사상'이라고 파악하고 그 주춧돌을 놓았다. 무위당 장일순이 현대사의 험난한 역정 속에서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자, 생명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것은 이런 그의 삶 때문이다.
특히 그는 3년간의 옥살이와 서울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원주에서 가난한 이웃과 더불어 살아 '원주의 예수'로 불렸다. 그의 실천과 사상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이웃 사랑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민중의 가랑이 아래로 기어라"
그는 한 번도 중심임을 자처하지 않았으나 그의 곁에는 그를 스승으로 모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시인 김지하는 그를 스승으로 모셨고, 무위당 장일순의 말들을 정리, 편집해 (녹색평론사 펴냄)를 낸 김종철은 "그를 단 한 번 보고 홀딱 반했다"고 고백한다. 목사 이현주는 "부모 없는 집안의 맏형 같은 사람"이라고 했고, 유홍준은 "어디를 가든 함께 가고 싶다 했던 사람", 김민기는 그를 아버지로, 판화가 이철수는 "이 시대 단 한 분의 선생"으로 그를 꼽는다.
이 가운데 김지하는 의 서문에서 장일순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장 선생님을 생각할 때는 언제나 맨 먼저 떠오르는 말씀 한 마디가 있다.
'밑으로 기어라!'
이 말씀이다.
나는 한때 선생님의 봉산동 자택 한 구석방에서 몇 달을 머문 적이 있다. 그 무렵 선생님을 따라 매일 아침 봉산내 다리를 건너서 시내 중심가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 것이 거의 일과처럼 되었는데 문제는 그 행보 과정에 있었다. 봉산동 자택에서 중심가까지는 걸어서는 이십분 정도로 족한 거리인데 보통 두시간씩 걸리기가 다반사였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바로 그 '밑으로 기어라' 때문이었다.
아주머니, 아저씨, 길가의 좌판 장수, 기계 부속풀 가게 주인, 리어카 채소장수, 식당 주인, 아니면 농부들, 만나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과 끊임없이 벌이 얘기, 아이들 소식, 농사 얘기, 살림살이며 시절 얘기를 나누는데 보통 두 시간 이상이 걸렸으니 말이다. 나는 그 진풍경을 곁에서 지켜보며 '아하! 이것이 밑으로 기어라로구나'했다."
"장 선생님의 이러한 태도와 활동 때문에 원주가 지난 시절 그 엄혹한 민주화운동의 실질적인 고향이요 메카 노릇을 하게 되었던 것이며 이후 확산된 조직적 민중운동의 첫 둥지가 되었던 것이다.
언젠가 외국기자가 나에게 민주화운동에서 원주 캠프가 메카로 떠오른 그 까닭을 물어왔을 때 나는 자신감을 가지고 빙그레 웃으며 왈, '민중의 가랑이 아래로 아래로만 기어나갔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 기자가 놀라고 감동해서 한참 말을 더듬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일이 기억난다."
리영희, "나는 감히 못 따를 것 같은..."
1998년에 낸 (까치 펴냄)에서 무위당 장일순과의 각별한 관계를 말한 적이 있는 리영희 선생도 무위당 장일순에 대한 추억과 그의 삶과 사상이 갖는 의미를 털어놓는다.
"김지하 시인을 통해 원주를 찾아가 만났는데 그 살아오신 삶이 놀랍고, 우러러보이고, 우리 속세에만 사는 사람들은 생각지 못한 삶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리영희는 이후 자신이 사상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무위당과의 토론이 큰 역할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무위당 선생과의 여러 토론이나 그분의 삶에서 받은 영향을 통해서 사회적 관계나 지적 토대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라기보다 인간 자신의 내면적인 것이 분명하게 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프레시안
리영희는 또 자기와 무위당의 차이 2가지를 짚으면서 "밤을 새워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이 무위당 이후에는 없다"고 아쉬워했다.
"나는 너무 서양적인 요소가 많아요. 사회를 직선적으로, 구조적으로, 이론적으로 해석하고 보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나는 분석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같은 의미에서 무위당은 종합적이랄까, 총괄적이랄까......둘째 역시 나는 감히 못 따를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삶의 자세인대, 그 삶이 얼마나 철저합니까. 철저하면서도 이론으로만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생활인으로 하신단 말이예요. 인간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그분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단 말이예요."
김종철은 장일순을 해월 최시형 선생과 비교한다. "이 땅의 풀뿌리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고, 사람 사는 도리를 가르쳤던 해월 최시형 성생이 지금 단순히 동학이나 천도교의 스승이 아니라 이 겨레, 이 나라 사람들 전체의 스승이듯이 장일순 선생의 자리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리영희는 "지금이야말로 무위당 선생의 삶과 사상을 연구하고 더욱 심화시켜 생활화해 나가야 할 시대"라고 강조한다. 무위당 장일순이 우리에게 남긴 가르침은 너무나 크다. 그것을 우리는 얼마나 되새기고 실천하고 있는지, 그의 10주기에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장일순님의 난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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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번쯤
'05.1.2 5:53 AM여러방면으로 접해주시니 감사해요...
떡국 많이 드셨나요....근사한 한 해가 되길 빕니다...행복하시구요...*^^*2. blue violet
'05.1.2 6:18 AM아아...
그런 분이 계셨군요.
밑으로 기어라-
새해 저에게 필이 확 들어온 그런 구절입니다.
김지하님의 난 전시회에서 느꼈던 생명의힘이 무위당장일순선생님께도 느껴지는
그런 아침입니다.
Happy new year to you and your family!!!!3. intotheself
'05.1.2 9:48 AM한번쯤 님
자주 리플을 달아주시는데
한 번 도 개인적으로 인사를 못 드렸습니다.
기쁜 새해가 되길 바래요.
함께 본다는 것의 기쁨을 저도 기분좋게 즐기고 있답니다.
그리고 blue violet님
문화의 향기가 담뿍한 그런 삶을 사는 분이로구나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입니다.
사실 무위당은 김지하의 정신적인 스승이고
김지하가 자신의 부모보다 오히려 더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심지어는 김지하의 어머니께서 자신은 무위당이 더 연배가 아래인데도
어른처럼 모시는 분이라고 인터뷰에서 말씀한 것이 기억나네요.
민청학련 사건으로 감옥에 다녀온 이후
김지하를 앉혀 놓고 난을 치게 한 분이 바로 무위당입니다.
아마 들뜨게 돌아다니고 발언하고
영웅주의에 빠질 것을 경계한 것이겠지요?
한 3년 그렇게 난을 치면서 김지하는 많은 것을 배웠노라고
스승을 추억하고 있더군요.
민중판화로 시작한 이철수도 자신은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스승을 모셨는데
그 분이 가시고 나서 아직은 그런 마음의 스승을 못 찾았노라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철수의 그림이 달라진 것이 아주 많은 부분에서 스승의 영향이라고 하네요.4. 마농
'05.1.2 11:38 AM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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