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어부아저씨께...

| 조회수 : 1,820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4-08-31 21:19:51
잔뜩 심각한 척하면서 긴 글 적어놨는데
하이 참, 이 몰골들을 이렇게 공개해 놓으시니 인사를 안 드릴 수가 없네요.
(무척 쑥쓰러워요, 지금)


어부현종 아저씨~!
진작 따로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무심했지요?
잘 계시나요? 그날 저희가 너무 폐끼친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
또 한 편 저희에겐 너무 좋은 경험이 되어 즐거운 마음, 더 놀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울진을 떠나왔어요.
요새 많이 바빠서 제가 정신이 없답니다.
그때 주신 문어는 할머니가 아주 맛있게 잡수시고
부모님도 모두 맛 좋은 것이라고 잘 사왔다고 칭찬해주셨답니다.

-----------------------------------------------------------자르는 선 ㅎㅎ---------------------


지난 여름 오남매가 여행 도중에
할머니 선물을 고르다가 제가 어부현종님네 삶은 문어를 얘기했더니
아이들이 가자고 해서 경주에서 감포바다 들러 동해안 따라 울진까지 올라갔었답니다.
사실 그렇게 먼 줄 몰랐는데 서너 시간 걸려서 찾아갔을 때는 벌써 그림자가 길어진
오후였어요.



꼬불꼬불 해서 두 번은 찾아가기 힘들, 골목을 돌아 들어선 곳은
무화과가 익어가고 있는 따뜻한 마당과 물고기 커텐으로 유명한 빨래집개들이 있는
어부 아저씨네 집이었어요.




대뜸 인사도 하기 전에 수박 한 통 쪼개어 먹이시더니




또 자연산 멍게를(여직껏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뻘건 고무 함지 한가득을 다 손질해서 먹여주셨어요.
위에 아저씨께서 올려주신 사진이 손질하자마자 곰비한비 먹어대는
인우둥네 '거지'ㅎㅎ 들이에요.
넷째는 그 오돌오돌한 멍게 껍데기를 얼마나 잘 먹던지요.
입 짧아 항상 먹는 것 때문에 걱정시키는 막내도
계속 입으로 집어넣으며 '맛있다, 맛있다'했어요.
서울에서 한 잔 걸치고 아쉬워서 2,3차로 들른 포장마차에서 비싸게 주고 사먹는 흐물흐물한 멍게하고는
비교 자체가 미안한 자연산 멍게.
그걸 그냥 막 손질을 해서 툭툭 던져주시며 저희를 먹이셨죠.
쌉쌀한 첫맛과 입안 가득 번지는 향기... 그리고 혀 깊숙히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오는 단맛...
키야...
멍게 맛도 멍게 맛이지만
멀리서 아이들 왔다고 마당 수돗가에서 척척 썰어 '더 먹어라, 더 먹어라'하시는
두 분 아저씨, 아주머니의 마음 때문에 정말 행복한 울진 나들이였답니다.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붙잡으시는데 (맘 속으로는 정말 먹고 싶었지만)
이미 멍게로 배를 너무 채워 배도 안 고픈데다가
서울 올라오는 길이 너무 멀어 문어만 받고 헤어졌습니다.



아저씨의 낡은, 그러나 소중하고 이쁜 배... '광복'호입니다.



가는 길 일러주시며 헤어지는 걸 안타까워하셨던 아저씨.



멀다고 툴툴댔던 녀석들이 너무 잘 갔다고 입을 모은 울진행....
이렇게 울진을 뒤로 하며 여행의 마무리를 멋지고 신나게 매듭지었지요.
모두다 울진 아저씨, 아주머니 덕분이었어요.

아저씨, 아주머니...
이렇게 인사드릴 일이 아닌데...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이 틈만 나면 그 얘기를 계속 해요.
또 가고 싶다네요.
언제 또 뵙게 될 때까지 건강하세요.


-------------------------------------------밑엣 건 뽀너스~!-----------------------------------



무화과 나무 아래 마당 한 켠에
반가운 이름이 눈에 띄어 이렇게 박아왔습니다.
아저씨네 물고기, 정말 맛있지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어부현종
    '04.8.31 10:46 PM

    조금만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약속날짜없이 갑자기오니 뭘 줄거가있어야지
    마침있는멍게를 내어놓았으니 너무 단촐한 메뉴같아서 미안하였던날입니다
    워낙 거울을 안보는성격이라 이마가 좀 많이벗겨진것을 이제야알았내요
    길알았으니 조용할때 들려요

  • 2. 싱아
    '04.8.31 11:11 PM

    인우둥님 , 제가 어부현종님과 양비님을 뵈었을 때가 생각나 몇자 적네요.
    넘 잘 해주셔서 친척집에 다녀가는 그 느낌 이었답니다.
    두분의 넉넉한 마음에 사람의 정을 느꼈답니다.
    다시 가고픈곳이죠?

  • 3. 수국
    '04.9.1 9:31 AM

    와~~~~~~~~~`
    너무 부러워요~~~^^

  • 4. 봄비
    '04.9.1 9:45 AM

    어부님 뵙고 싶었는데 넉넉하고 마음이 좋으신듯 인상이 너무 좋으시네요..

  • 5. 솜사탕
    '04.9.3 6:37 AM

    3글을 연속 읽어봤는데... 한편의 감동. 드라마네요... 다들.. 너무 보고픕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135 스포츠서울 신문에 나온 갯마을농장 1 냉동 2004.09.01 1,894 20
1134 매운탕 2 냉동 2004.09.01 1,577 26
1133 파도 8 어부현종 2004.08.31 2,213 50
1132 사진 잘 봤습니다~ '구도' 에 관한 야그를 좀 드리자면^^*-.. 3 raingruv 2004.09.01 1,413 22
1131 이상한 시계 2 재룡맘 2004.08.31 2,616 100
1130 어부아저씨께... 5 인우둥 2004.08.31 1,820 33
1129 [re]인우둥 오남매 8 어부현종 2004.08.31 2,220 62
1128 강아지 이야기-살생의 법칙 21 인우둥 2004.08.30 3,467 153
1127 주차장옆 포도밭 4 Green tomato 2004.08.30 1,612 12
1126 도봉산 산행중 만난...벌레.코스모스..ㅋㅋ 4 미소조아 2004.08.30 1,357 13
1125 [re] 강아지 양육기 2 jadis 2004.08.30 1,360 14
1124 강아지 양육기 9 carmine 2004.08.30 2,555 23
1123 저 돌아왔어요^^ 23 레아맘 2004.08.30 5,155 46
1122 축구연습..냉순이편 2 냉동 2004.08.29 1,390 12
1121 목화-0829 8 강금희 2004.08.29 1,460 11
1120 기쁨의 옆 자리(노래들으며 컴하세요) 2 오데뜨 2004.08.29 1,550 30
1119 4 다연이네 2004.08.29 1,386 13
1118 누구일까요..??? 13 쭈니맘 2004.08.28 2,450 24
1117 rabbit 1 cecilia 2004.08.28 1,681 33
1116 oops 9 cecilia 2004.08.28 2,120 34
1115 잠시 웃자고요........ 1 살아살아 2004.08.28 2,260 78
1114 인생 올림픽 2 재룡맘 2004.08.28 1,886 82
1113 페이퍼톨 (papertole)을 아시나요? 22 거북이 2004.08.27 3,194 17
1112 1988년 8월 4일 뉴스데스크.. 방송사고... 10 살아살아 2004.08.27 3,235 11
1111 연우가 잠잘때 12 일요화가 2004.08.27 1,76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