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36가에 위치한 한국 음식점이다.
작년 2월 경에 오픈한 이후로 몇 번 가 보았는데, 처음에는 이름이 3692였다.
36가의 구이 전문점이란 뜻으로 재미있었는데, 얼마 있다가
36 BAR & BBQ 로 바뀌었고, 메뉴에 샤부샤부를 추가한 이후로 이름을
저렇게 바꾸었나 보다.
한 눈에 보아도 여느 한국 음식점과 달라 보인다.
음악도 오늘은 존레논, 비치보이스의 노래를 틀어 놓았고,
손님의 대부분이 외국인인데, 그 사람들도 젓가락을 아주 잘 쓴다.
입구의 Wating Area
그 새 Zagat 에도 올랐고, Review도 많이 늘어났다.
몇 번 안 와 봤지만, 올 때마다 입구 왼쪽의 디스플레이가 달아진다.
이번에는 이 집에서 쓰는 숯불 화로와 야외 바베큐 그릴이 놓여있다.
이 곳을 경영하는 윤정수님에 대해서는 이따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 고기와 숯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 고기만 15년 넘게 만진 전문가를 데려와, 한번도 얼리지 않은
생고기만을 취급한다고 한다. 그리고, 강원도에서 공수해 온 숯을 쓰고,
고기의 맛을 제일 살리기 위해서는 직접 불 위에서 굽는 게 제일 낫기 때문에
숯불 위에 석쇠를 얹어 놓고 굽는다고 한다.
지난 번에 서너차례 왔을 때, 먹어본 고기로는
소 한마리당 몇 그람 안 나온다는 늑간살, 제비추리, 그리고 안창살이었는데
정말 고기의 질이 달랐다. 게다가 육회는 그야말로 입에서 살살 녹았다. 츄르릅~~
과일 소스에 재 놓았다는 새우 구이를 따라 나오는 와사비 쏘쓰도
살짜기 톡 쏘는 맛에 찍어 먹으면 정말 정말 맛있었다.
낙지 돌솥밥, 된장 찌게, 냉면 등도 같이 모시고 간 손님들도 깜딱 넘어간 음식들이다.
무엇보다도 이 곳은 미원을 절대 안 쓴다고 한다. 아예 주방에 미원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맛 볼 때 혀에 짝짝 달라 붙는 맛은 없을지 몰라도,
사골 우거지국도 오랫동안 푹 끓여 재료가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 먹고나서 목 마르지가 않는다.
일반 식당에서 먹으면 뒤돌아서자마자 미원 때문에 물이 땡기기 마련이다.
후식 중 특이한 것으로는 자몽 젤리가 있는데, 고기 먹고 난 후
자몽 껍질을 그릇 삼아 나오는 쌉싸름하면서도 상큼한 자몽 젤리
한 조각으로 마무리 할 수 있게 홈메이드로 만든다.
아이스 크림으로는 녹차, 팥, 생강이 있다.
Ginger Ice Cream 도 역시 강추!
오늘은 무엇보다도 냉면을 찾아 왔다.
냉면 두 그릇과 아이 먹기에 좋은 불고기 1인분을 시켰다.
하얀색 사각 접시 위에 놓인 수저
아삭아삭한 양상추에 비트(Beet) 로 포인트를 주고 간장 쏘쓰로 맛낸 샐러드도 맛있었고...
김치까지 돈을 내고 사 먹어야 하는 소호의 우래옥과 굳이 비교하자면,
이 곳은 이런 샐러드와 반찬을 그냥 내 온다.
멸치볶음, 워터크레스 무침, 콩자반, 김치, 오이 무침, 그리고 우리 애가 붙잡고 먹고 있던 콩나물
우리 애는 저 콩자반을 두 접시나 비웠다.
쌈장, 소금 & 후추, 연한 간장맛의 쏘쓰
상치를 이렇게 꽃꽂이 하듯이 담아 내 온다.
불고기를 1인분만 시켰는데도 이렇게 직접 상에서 구워 먹게 한다.
국물이 있는 불고기라 고기 굽는 판이 다르다.
불고기는 처음 시켜봤는데, 이 곳의 진정한 고기 맛을 보려면
아무래도 석쇠에 바로 굽는 다른 부위의 고기를 시키는 게 나은 것 같다.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냉면
일단 양은 안 많다.
육수도 혀에 짝짝 달라 붙는 맛은 없다.
하지만, 한 젓가락, 두 젓가락...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입.맛. 시원~하게
먹을 수 있었다. 불고기 몇 점과 먹으니, 양이 아쉬운듯...하면서도
결론은 기분 좋게, 딱 알맞게 배 채울 수 있었다.
물론, 더 시켜 먹고 싶은 것도 많고, 당연히 더 먹을 수도 있었지만,
뭐 내가 여기 댜녀온 글 쓴다고 누가 써포트 해 주는 것도 아니고,
많이 먹어봤자 내 둘레만 두꺼워 질텐데..ㅠ.ㅠ
냉면에 넣는 겨자, 다데기, 식초
와사비 맛이 살짝 나는 무우 초절임이 불고기와 참 잘 어울렸다.
다시 입구 쪽 이야기로 돌아가서...
메뉴판이 꽂혀 있는 요리책과 명함이다.
이 곳의 경영주이자 Food Consultant 윤정수님이 바로 저 책의 저자이다.
우리 집에도 저 책이 있는데, 그 분은 이미 맨하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Bocca'와
소호의 'Eat & Drink', 'Espresso Bar' 의 메뉴를 컨설팅 했다.
각 레스토랑에 메뉴를 짜 주고, 요리사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해 오면서
한국 음식에 기본을 둔 퓨전 요리의 계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생긴 한국의 신세계 강남점 식당가의 누들 전문점 '오들스' 도
이 분이 컨설팅한 식당이다. 요즘에는 대기업에서 식당 쪽으로 사업을 많이 키우는데,
'오들스'는 삼성에서 하는 식당으로 윤정수님이 한국에 나가서, 삼성이 하는 리조트에서
한 달 이상 합숙하며 직원들을 훈련 시키고 오픈 했다고 한다.
윤정수님이 계발하여 '오들스' 에서 처음 선 보인 홍어 스파게티도
큰 히트를 쳤다고 한다.
요리책 '서울 맛 뉴욕 멋' 에 실린 청포묵과 야채 샐러드
우리 나라 사람도 젓가락으로 잘 집지 못하는 묵을 꼬치에 끼워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연근도 모양을 살려 끼워 넣으니, 꼭 풀밭에 피어난 꽃 같다.
베로님의 요청에 의해 다음 책의 레서피를 옮겨 적습니다.
서울 맛, 뉴욕 멋 - 윤정수 저, 쿠켄(주) 베스트 홈, 2000년 2월 발행
꼬치에 꽂은 청포묵과 야채 샐러드
(4인분) 재료 청포묵 1모, 연근 200g, 잎이 작은 야채들 100g, 무 1/2개, 긴 꼬치, 식용유 약간
참깨 드레싱 재료 간장 2 1/2큰술, 식초 1 1/2큰술, 설탕 1 1/2큰술, 깨소금 1큰술
1. 청포묵을 5 cm X 1 cm X 1 cm 크기로 썬다.
2. 연근을 0.5 cm 두께로 썰어 기믈에 튀겨 놓는다.
3. 꼬치에 썰어 놓은 묵과 연근을 교대로 끼운다.
4. 접시 가운데 동그란 무를 3 cm 높이로 통째로 썰어 놓고
그 위에 야채들을 소복하게 쌓아 무를 숨긴 후 3의 꼬치를
무에 꽂아 모양을 낸다.
5. 참깨 드레싱의 재료가 서로 어우러지도록 잘 섞어 음식 위에
끼얹어 낸다.
이것도 책에 실린 오미자 젤리.
이와같이 한국적 재료를 바탕으로 하고 한국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외국인에게 친숙한 모습의 음식으로 변신시키는 것을 보면 정말 놀랍다.
이 식당의 리뷰 중 몇 개를 찍어 와 봤다.
작년 6월, New York Time 에 실린 글
이 글을 쓴 William Grimes 가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고 한다.
이 사람이 쓰는 글은 미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선포하는 것의 영향력에 견줄 만할 정도라는데,
이 사람이 하는 말은 다 믿고, 이 사람의 리뷰에 실린 말 한마디에 따라
쫓아 다니며 먹는 뉴요커들은 그것을 또한 큰 자랑으로 여긴다.
위에 쓴 제목은 다운타운의 젊고 쎄련된 여피 분위기가 느껴지는 미드타운의 한국음식점이란
뜻 같은데, 이 사람은 절대로 얼굴을 안 알린다고 한다.
이 기사가 날 때에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 하게 와서 먹고 간 후
전화로만 몇몇가지를 물어봤다고 한다.
오늘 메뉴를 보니, 이전보다 추가된 게 많았다.
우선 장어피자($9), 야채스프링롤(7), 그리고 샤브샤브.
2인분 기준의 소고기, 돼지고기, 해물 샤브샤브 이외에 야채 샤브샤브도 있다.
각각 48, 48, 52불이다.
전에도 돌솥밥 종류는 많았는데, 이 곳은 버섯나물 돌솥, 참치 돌솥,
야채 돌솥, 두부 돌솥 등 참 다양하다. (Lunch 10, Dinner 15)
술은 한국 술도 있고, 홈메이드인 오이소주, 수박소주 등도 있다.
36 i BBQ & Shav Shop
5 W. 36th St.
New York, NY 10018
212-239-5000, 800-901-3692
(6th Ave 에 가까운 곳으로 우촌 식당 길건너 집, 우촌 옛집 자리이다)
추가합니다!
안그래도 36 i 의 i 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했었는데, 샤부샤부 냄비로 믿었던
(나도 미심쩍었지만) 냄비의 실체도 확인할 겸 음식점에 전화를 했다.
며칠 전에 먹고 왔는데, 뭐 좀 여쭤봐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하고..
(얼마나 이상한 녀자로 여겼을까나..-_-)
우선, i 는 interactive 의 약자라고 한다. 으음...서로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그 동그란 통은..냄비가 아니었다. 어흑..
야외 바베큐 그릴이라고 한다. 안그래도 내가 열어 봤을 때, 철망도 걸려있고,
샤부샤부 냄비로는 너무 크고, 높다고 생각했었쥐~
나의 상상력이 너무 뛰어났던 걸까? 웨이터한테 샤부샤부통이예요? 했더니
그렇다고 했는뎅..내 말을 잘못 들었나보다.*.*
일단, 전화를 끊고..
근데, 뭐랑 뭐랑 서로 영향을 끼친다는고야?
바베큐랑 샤브샤브랑?
어째..그건 아닌 것 같고..
궁금순 조앤, 어짜피 목소리 팔린 거...다시 물어 보자!
앗, 이번에는 그 쪽에서 "실례지만 어디시냐"고 물어온다.
저기..친구들한테 소개해 줄라구욤.. q-.-p
i 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우선 interactive 는 서양 음식이 햄버거를 먹어도
혼자 들고 먹는 음식인 반면, 한국 음식의 개념인 바베큐 불판을 가운데 놓고 여러 사람이
sharing 하며 교감하는 나눔의 사고를 담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나눠 먹는 반찬도 그런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리고, Fusion, 음식의 crossover,
즉 여러 나라 음식을 넘나들며 한 그릇에 표현했던 시대를 초월해서...
이제는 Domestic concept.
런던에서도 도쿄 음식을 먹을 수 있듯이 세계 어디에서건 그 나라식으로 해석된
프렌치면 프렌치, 차이니즈면 차이니즈 음식점으로 사실상 음식의 국적이 없어졌다.
뉴욕이란 세계 국제 도시에서 Red Meat 이 의미하는 유목민의 사고로 돌아가서
i 가 내포하는 또 다른 뜻인 internet , 즉 현대인의 상징인 internet 을 통한 정보 교감도
의미한다고 한다.
shop 이라고 한 것도 음식을 쇼핑하는 것처럼 재미있게 붙여보았는데,
그냥 예전처럼 BBQ & Bar 로 나갈 것 같다고 하신다.
2층에 Bar 도 있고, 30~40 명 수용할 수 있는 파티룸도 있다.
(거기서 돌 잔치를 하기도 한다.)
우와~~...이쯤 되니, 전화 받으신 분이 누구신지 궁금해졌다.
윤정수님과 파트너라고 하신다. 역쉬~
그런, 의미에서 더더더 여쭤볼 꺼 없나? 음하하하
3692 초창기 (작년 봄) 에 윤정수님께 들은 바로는, 숯을 강원도 홍성? 아님 횡성? 에서
갖고 온다고 했었다. "어디였지요?" 했더니, 한국에서 수입하는 절차도 복잡하고 해서
이제는 아르헨티나에서 백탄을 수입해 쓴다고 한다.
(무슨 나무라고 하셨는데..몬 알아 들었쓰.. 다시 여쭤보기도 무안하여라~)
이상, 전화 인터뷰였씀다~ *^^* (7/6/04)
맨하탄을 보려면 맨하탄 안이 아닌, 다른 곳에서 봐야 한다.
맨하탄에서 링컨터널을 지나 뉴저지로 가면 바로 있는 West New York 에서 바라 본 모습
오른쪽의 제일 높은 빌딩이 Empire State Building.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34가로 우리가 저녁 먹은 곳도 바로 그 옆이다.
독립 기념일을 맞아 미국 국기색인 빨강, 파랑, 하양으로 불을 밝혀 놓았다.
내일이면 다들 불꽃 놀이 본다고 복짝복짝할 텐데,
이렇게 하루 전날 오니 한가하니 좋다.
Photo Joan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