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은 손주들과 보냅니다.
아들 부부 내외가 모두 토요일에 일을 나가는데,
아이들을 봐줄 분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요.
손녀가 7살, 손자가 5살인데
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남편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집니다.
토요일에는 약속을 거의 하지 않고, 애들 보려고 일찍 집에 들어오지요.
40년 가까이 산 저조차 볼 수 없던 남편의 모습이지요.
내 자식 키울 때와는 다르게 아이들이 한 뼘씩 성장하는 게 보이는데요.
그 순간순간이 신비스럽고 예쁩니다.
특히 손녀를 보면서 딸 키우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게 되지요.
아이들은 저를 시골 할머니라고 부릅니다.
남편이 전남 도지사로 일할 때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그때 제가 전남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만나면 ‘시골 할머니’라 했거든요.
지금까지 그 호칭이 이어지고 있네요.
아이들 보면서 이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
자랑스러운 세상 만들어야 하는데 하는 고민이 많지요.
마을이 아이들을 키운다는 말처럼
공동체가 모든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요.
학교 가기 전에 이미 학원 다니기 바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이게 과연 행복한 교육일까 돌아보게 되지요.
더욱이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가잖아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고요.
이런 걸 바꿔나가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더 용기 내고 큰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한편 며느리 보면 안타까워요.
한국 사회에서 일과 출산, 육아를 병행하기는 참 어려워요.
예전부터 직장 여성들의 보육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항상 기혼자, 결혼한 직장 여성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아기는 몇 살이에요?”, 혹은 “아기는 누가 키워줬어요?”, 이런 질문을 자주 해요.
제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예전보다는 환경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어요.
그래도 아직 보완되어야 할 것들이 많아요.
직장 다니는 여성들이 마음 편하게 밖에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 낳고 싶은 나라,
부모가 누구든지 당당하게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나라.
그런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야겠지요.
[출처] 숙희씨의 일기 #26 아이들의 꿈|작성자 여니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