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갖고 있는 힘이 크지요. 흔히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하는데요.
남편은 그걸 잘 아는 사람 같아요. 밥 먹으면서 많은 문제를 풀어내거든요.
국회에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자주 밥을 먹으며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밥 먹는 자리에 여야 의원만 아니라 장관, 전문가 분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중 ‘끝장 토론'을 벌이는 거죠.
그렇게 해서 20년 묵는 난제인 농협법 개정도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어요.
총리로 일할 때도 다양한 분들을 공관에 모셔 밥을 먹으면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스무 분쯤 모시는데, 한 사람씩 이름을 기억해서 불러주고 질문에 답변해주고 했죠.
이런 방식은 총리실 직원 사이에 꽤 화제가 됐고, 이 총리와 밥을 먹은 사람들은 예외 없이 팬이 된다고 했어요.
그러나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참 힘들죠.
알려진 대로 남편은 공적으로 엄격하고 철두철미한 스타일입니다.
그걸 아니까 전남지사 때도 그랬고 총리 때도 제가 점심시간 때나 직원들 오라 해서 집에서 집밥을 많이 대접했습니다.
국수, 비빔밥, 탕국 등 일품요리로 차려드리면서 “남편이 일부러 괴롭히려는 건 아니니까 잘 봐달라”고도 하고요.
“저희 남편 모시기 힘드시죠? 몇십 년 사는 저도 있습니다.” 농담을 건네기도 합니다. 그러면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지요.
남편은 밥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고요.
저는 밥으로 지친 마음을 풀어내고 위로합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밥심을 제대로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시인이 쓴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정말 그래요. 밥은 나눠 먹어야 하고, 나눠 먹을수록 힘이 납니다.
자, 오늘도 밥심을 제대로 발휘해 봅시다!
[출처] 숙희씨의 일기 #25 밥의힘|작성자 여니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