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할 꿈은 없어"
"더욱 빛나는 내일을 향해"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그 재미와 행복을 처음 맛본게 초등학교 1학년 때였지요.
교실 뒤편 학생들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에
선생님이 한번 제 그림을 붙여주셨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 우연한 계기가 동기가 되어서 그림을 계속 그려왔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친구 따라 화실에 놀러 가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대학도 서양화과를 선택했고,
대학 졸업한 뒤에는 중학교에서 미술 선생님으로 일했어요.
그러나 한동안은 그림을 그릴 수 없었습니다.
직장 다니느라 남편 정치하는 것을 도우랴 틈을 내기가 어려웠지요.
다시 붓을 든 건 오십 대 들어서 눈이 나빠지면서부터였어요.
노안으로 시력이 떨어지는데,
이러다가 그림을 못 그리면 어쩌지 하는 공포가 오더라고요.
절박한 심정에 화구를 새로 장만했습니다.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그림을 영영 못 그릴 거 같아서요.
전 자연의 풍경이나 꽃을 즐겨 그립니다.
남편이 전남도지사 때는 주말마다 섬을 많이 다녔는데, 같이 현장을 많이 다녔어요. 전남에 있는 많은 섬을 잘 가꿔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게 남편이 내건 주된 공약이었거든요.
쌍계사의 벚꽃길, 화엄사의 홍매같이 숨이 멎을 듯 멋진 풍경들을 사진 찍어 두었다가 작업실에 앉아 그리면 황홀했어요.
제 그림을 보고
“어머니와 자주 들르던 꽃길입니다.”
“ 제가 어릴 때 넘어 다니던 고향 언덕이에요.”
라면서 반갑게 얘기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더 흥겨워지죠.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좋고, 제가 느꼈던 감동을 다른 사람도 느끼게 해서 더 좋으니 그림 그리기는 정말 큰 보람입니다.
소중한 보람을 느끼게 하고, 화가라는 꿈을 되찾게 해준 것이 노안이라는 사실이 참 역설적이지요.
그러고 보면 인생에 꼭 나쁜 것만은 없는 것 같아요.
나쁜 일이 닥쳤다 해도 결과적으로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어요.
그러니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도 나를 포기하지 않아요
[출처] 숙희씨의 일기 #24 뒤늦게 찾은 꿈|작성자 여니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