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1년 차, 남편 다시 보기]
결혼식을 올린 때가 1980년이니 올해로 우리 부부가 함께한 지 벌써 41년이 되었는데요.
요즘 저는 남편을 다시 보게 됩니다.
음성은 젊었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듣기 좋고요.
한결같은 것도 커다란 장점이지요.
정당만 봐도 정치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줄곧 민주당입니다.
수십 년을 옆에서 지켜본 결과 남편은 정직하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요.
과장이나 허세, 편법, 반칙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어떤 분은 그런 표현을 쓰셨더라고요.
“이낙연은 외면과 내면, 정면과 이면을 다 보여도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다.”
저도 동감합니다.
남편으로는 점수를 많이 주기 어려운데요. 공직자로 이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사심 없이 정말 열심히 일하거든요.
일할 때는 얼굴에 윤이 나는 것 같아요.
간혹 그 강도가 높아지고 책임감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이면 짠하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니 일 이외에 다른 것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못하는 거겠지요.
남편의 그런 부분이 저를 독립적인 아내로 만든 측면도 있습니다.
남편의 또 다른 매력 중 하나를 꼽자면 유머입니다.
일할 때는 엄중하고 진지하고 완벽주의자인데
사석에서는 농담도 잘하고 아재 개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요.
집에서도 우스갯소리로 저를 웃게 만들지요.
예전에 10년 넘게 쓴 텔레비전이 고장 나서 새로 산 적이 있어요.
남편이 그걸 모르더라고요.
제가 집에 무관심하다고 뭐라 했더니 이러는 겁니다.
“집에 오면 내 눈엔 당신밖에 안 보이거든! ”
요즘에는 예전에 없던 버릇까지 생겼어요.
바빠서 전화 한통 없던 사람이 매일 전화를 해서는 “어디야?”라고 물어요.
“어디야?”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를 저는 알아듣지요.
그 한 마디에는 밥은 먹었는지, 몸은 괜찮은지, 여러 염려와 고마움이 복합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세월을 더할수록 괜찮게 보이는 남편, 이낙연.
다시 봐도 이런 사람 없습니다.
[출처] 숙희씨의 일기 #27 연.며.든.다????|작성자 여니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