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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설거지도 못하는 사기꾼 요리사

| 조회수 : 1,971 | 추천수 : 30
작성일 : 2008-08-06 07:42:53
대통령과 식기세척기
[진중권의 세상읽기]
2008-08-05 08:54:32


국방부에서 복무하던 시절 가끔 사무실로 놀러온 장군들의 한담을 엿듣곤 했다. 우리 옆방으로 전보 오신 전직 21사단장님의 얘기.

훈련소에 입소한 병사들 중 중국집에서 일하던 애를 특별히 골라 요리병으로 차출했단다. 어느 날 관사에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걔한테 자장면이나 만들어 올리라고 했다. 그런데 얘가 두 시간이 넘도록 음식은 안 내오고 주방에서 미적거리기만 하더란다. "야, 너 중국집에서 일했다며?" "예, 거기서 배달했습니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이른바 '설거지론'을 들을 때마다, 나는 머릿속으로 군대 시절에 들었던 이 이야기를 떠올린다. "국내에는 나의 경쟁자가 없다"고 했던 이명박 정권. 747 퍼스트클래스의 기내식으로도 손색없을 세계적 수준의 요리 솜씨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주방에 들어간 지 넉 달이 넘도록 나올 생각을 않는다. 식탁에서 기다리던 국민들이 그에게 묻는다. "야, 너 일류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했다며?" "예, 거기서 설거지 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전 정권의 설거지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 당·정·청이 합창을 한다. 하긴, 온 국민이 설거지를 요리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이 범국민적 오해를 일거에 불식시킬 방법이 있다. 당·정이 하루 날 잡아 일제히 청계천 개울에 나와 자장면 그릇 설거지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거다. 말로 수십 번 떠드느니, 이렇게 화끈하게 비주얼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게다.



요리는 그렇다 치고 그 알량한 설거지조차 못한다. 그냥 설거지만 할 뿐이라면서 나라는 왜 이렇게 시끄럽게 만드는지. 주방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곤 온통 그릇 깨지는 소리뿐이다.

요리 할 능력이 없다면, 최소한 주방의 그릇이라도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온전히 남겨둬야 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설거지만 하고 끝낼 정권, 설거지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다음 대선에선 차라리 3MB 인공지능 식기세척기를 청와대로 모시는 게 어떨까?

데일리노컷뉴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황야의 봉틀이
    '08.8.6 9:36 AM

    진교수님 시원합니다

  • 2. 동그라미
    '08.8.6 10:18 AM

    진중권 파이팅이네, 진짜 뭐 할 줄아는게 있어야지, 경찰이 너무 애쓰지, 음식 만드는 줄 알고, 부엌앞에서 떼쓰는 국민들 입막느라,/ 느들도 얻어먹을 것도 없을텐데, 이 정권 무너지면 경찰들 완전, 그거된다.

  • 3. 아줌마
    '08.8.6 12:35 PM

    십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것같아
    진중권 교수님 와~~~~~
    이글을 많은 사람이 보고 답답한 가슴이 좀 뚤어졌으면 한다

  • 4. 세스영
    '08.8.6 2:50 PM

    역시 핵심만 깔끔히! 인정 않할 수가 없네요 진교수님...ㅎㅎㅎ

  • 5. 준영맘
    '08.8.6 5:08 PM

    항상 느끼지만 진교수님 발언은 정말 시원 후련 합니다...
    어제 칼라티비 나오신 교수님
    이명박 대통령 이제 내려오셔야 될것 같다면서 이게 말이되냐
    대놓고 말하시더군요
    괜찮으실려나 ㅋㅋㅋ

  • 6. 백하비
    '08.8.6 7:43 PM

    항상 우리들의 생각을 대변하시는듯
    늘 마음속 깊은 곳을 시원하게 해주신다.
    저분의 글을 읽고 있으면 가슴이 다 시원해진다.
    어디에 사는 청개구리는 왜 저렇게 하지 못할까.....
    언제쯤이면 이 답답한 우리들의 마음이 시원해질까.

  • 7. 유리그릇
    '08.8.6 11:42 PM

    어제 명박퇴진해야 한다고 하셔서
    속이 후련했답니다~
    우리 속을 확 긁어 주시니
    감사한 분입니다^^

  • 8. 아름다운프로
    '08.8.7 10:18 AM

    멋지신 분~~~~~~~~~

  • 9. 솥뚜껑
    '08.8.7 3:18 PM

    명바기 퇴진 나는 결사 반대.
    그런놈 하나 정도는 대통령으로 남겨둬야
    코메디 소재를 찾지.

    둘째로는 아무리 입아프게 떠들어도 그 색휘는
    물러날 생각조차 않는다는거...

    세째 실컷 경험하고 졸라 당해야 담에 그런 색휘를
    또 당선시키지.

    이게 우리 궁민인데요. 어쩌겠어요.
    하도 열받아 나도 명박이 버전으로
    코메디 해봤어요.

  • 10. 나무
    '08.8.7 5:23 PM

    와~ 넘 멋져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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