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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함께 비 맞으실 분을 찾습니다. 우산 씌워주실 분도요...

| 조회수 : 2,590 | 추천수 : 51
작성일 : 2008-08-07 13:23:30
인연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
딸아이의 유치원 건너편에 있던 '비스킷 나눠먹기'라는 작품이 얼마 전 사라졌습니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병원놀이를 하기엔 딱 좋은 장난감 겸 벤치였기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어제 기사식당, 버스회사를 돌아본 후, 딜라이트님과 무작정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 농성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날도 덥고 종일 딸아이를 데리고 다녀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생각날 때 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갔습니다. 하지만, 농성장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바로 그 사라진 벤치였습니다.



'57일째 단식 중인 분이 계시다' 정도로만 막연히 알고 방문한 그 곳엔 생각보다 많은, 그렇지만 기대보단 많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초록색 컨테이너 뒤 경비실 건물 위에 자리한 천막에 57일째 단식 중인 김소연씨와 유흥희씨가 계십니다. 단식을 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던 조합원분들도 컨테이너에서 함께하고 계시며, 파란 천막에는 동조 단식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닭장차는 이제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찾기 힘든 농성장이지만 어김없이 빽빽히 들어선 닭장차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00여일간의 투쟁을 요약한 현수막입니다. (100일이 아닌, 1,000일입니다)



천막 안에 계신 김소연씨와 유흥희씨(손님에게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입니다. 물과 소금, 약간의 효소로 연명하고 계십니다. 옆에 보이는 관은 단식 30일 경 올린 것입니다. 저 관에 무엇을 담아야겠습니까?





촛불문화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둑해진 후 시작되었습니다.





지역 공부방의 선생님과 학생이 마련한 작은 공연이 끝난 후 최근에 제작된 영상을 상영했습니다. 곧 온라인을 통해 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대는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란 요지의 자막과 함께 시작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김소연씨의 모습에서 지율스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노동자로,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으로, 또 그 중에서도 홀대받는 여성으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저는 모릅니다.
지금까지 눈감아왔기 때문에 실상을 몰랐고, 눈을 떴지만 그래도 여전히 저는 그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시는 모른채 하지 않을 겁니다.
옆에 가서 손을 잡고 함께 하겠습니다.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비를 함께 맞는 것이 연대라는 말,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도 함께 맞고 우산도 씌워주고 싶습니다.
미약하지만 동조 단식도 하고, 농성 현장에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어제 현장에서 조합원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난 후 무엇이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김치와 쌀, 밑반찬 같은 물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분들께 이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것이 더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단식 중인 분들께는 어제 집에서 담근 매실 효소를 전해드리고 왔습니다.
물과 소금, 효소만으로 연명 중이신데 그나마도 많이 드시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주 연하게 타서 조금씩만 드신다네요.
언제라도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클릭-> "우린 지금 살아남으려고 굶고 있습니다. 쇼크사로 죽더라도 여길 떠날 수 없어요"

동조 단식은 집에서 혹은 직장에서도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일과를 마친 후 농성장에 합류할 수도 있고 힘든 분은 자율적으로 하셔도 됩니다.
기륭전자분회 카페에 잠시 들러 응원의 메시지도 남기고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해주세요.

http://cafe.naver.com/kiryung/2109

그리고, 하루 날을 잡아 함께 모여 단식도 하고 촛불문화제도 참석하면 좋겠습니다.
이왕하는 오프모임, 농성장에서 함께 해요.

그밖에 현장에서 단식하다 쓰러진 후 회복 중인 분들을 위해 죽과 물김치, 백김치, 밑반찬 등이 필요합니다.
딜라이트님과 의논해서 일단 김치(포기와 백김치) 소량과 쌀을 현장에 배달시켜놓긴 했습니다만, 이왕이면 안전하고 더 맛있는 손맛이 담긴 음식을 드리고 싶습니다. 도움주실 수 있는 분들의 연락 기다립니다.

딜라이트님의 어제 후기는 자유게시판에 있습니다.

http://www.82cook.com/zb41/zboard.php?id=free2&page=6&sn1=&divpage=41&sn=off&...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에코
    '08.8.7 1:48 PM

    에고~ 정말 정말 마음 아프지요...
    82에서 기륭 소식을 나누게 되었으니 반드시 해결될 수 있으리라 믿어요.
    풀빵님.... 고맙습니다.

  • 2. 스머프반바지
    '08.8.7 2:01 PM

    말로만 ..글로만 ..수고하셨다 하기가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멀리 산다는건 핑계일뿐이겠지요.
    그래도 수고 하셨습니다.

  • 3. 홍이
    '08.8.7 2:11 PM

    마음이 무겁네요
    모든 사람이 두루두루 골고루 잘산다는건..불가능한가봅니다 ㅠㅠ
    요즘 안보이던게 많이 보이는데..
    불확실한것
    불공평한것
    옳지않은일들이 너무 많아요
    때로는 절망스럽습니다...

  • 4. 구름
    '08.8.7 2:19 PM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잘 사는 것이 불가능 할지는 모르지만
    모든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수 있도록 할 수는 있습니다.

    정말 안스러울 따름입니다.
    왜 우리들은 우리들의 이웃에 대해 이리도 각박하고 매정하게 대하는지
    인간세상이 아닌것 같습니다.

  • 5. 으쌰으쌰
    '08.8.7 2:20 PM

    '연대는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란 말.. 명심하겠습니다.

    정권이 더더욱 이러하니, 비정규직 문제를 생각하면 명확한 답이 안 보이는 현실이 답답할 뿐입니다..
    코스콤이죠? 법원에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판결이 내렸는데도 사측이 나서지 않고 있다고.
    그래도 첫 단추이니만큼 잘 될 거라는 믿음 하나로 지켜보고 있답니다.

    이 현실이 마음 아프지만 절대로 잊지 말아요.

  • 6. 경민맘
    '08.8.7 2:21 PM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송함에 댓글 달기조차 부끄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까지나 마음속의 촛불을 밝힐 수 있게 깨우쳐 주셔서...

  • 7. 이층버스
    '08.8.7 2:33 PM

    가슴이 먹먹합니다.
    <비스킷 나눠먹기>라는 작품은 왜, 어떻게 하여 저곳으로 옮겨진건가요?
    제가....
    그동안 촛불집회에 못나갔습니다.
    15일날 가려고 합니다.
    그날 오프모임이 있다면 거기에서 뵐게요.
    아니면, 어디든
    거리에서 함께 하는 것으로 죄송함을 대신하겠습니다.

  • 8. 노을빵
    '08.8.7 2:55 PM

    또 마음이 울컥하네요
    얼마나 외로우실까요 1000일간이나 투쟁을 하는동안 누가 관심도 안가져주고..
    기륭전자 정말 대단한 회사네요 이렇게나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데..해결이 안되다니.
    마치 명박스럽습니다.
    힘내라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 9. spoon
    '08.8.7 3:08 PM

    어제 끝까지 함께 못하고 중간에서 돌아와 아쉬웠어요..
    잘 다녀 오셨군요~^^

  • 10. 따주리
    '08.8.7 3:36 PM

    풀빵님 님의 넉넉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토욜날집회후 초등생 연행뉴스를 들으시고 저의를

    걱정해주시고 전화까지 주셨는데 이제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풀빵님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끝까지 힘내자구요*^^*

  • 11. 김아리
    '08.8.7 3:46 PM

    마음이 짠합니다..
    카페 즐겨찾기에 등록합니다..
    풀빵님 딜라이트님 늘 감사드립니다..

  • 12.
    '08.8.7 4:23 PM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한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네요.

  • 13. 에헤라디어
    '08.8.7 8:29 PM

    정말 고맙습니다.
    우산도 씌워주고 함께 비를 맞아주는 연대.. 부끄럽네요.

  • 14. 사과나무 우주선
    '08.8.7 9:09 PM

    이런 모습을 접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 ㅠㅠ

  • 15. 천하
    '08.8.8 7:11 AM

    뭐가 그리 어려운지..
    제발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16. 은달
    '08.8.10 11:55 AM

    여러분님들이 제가 해야할 일들을 대신 해주고 있는것 같아 송구하고 죄송하고 그렇습니다......감사합니다. 저는 마음은 있으면서도 왜 이리 추진력은 없는 걸까요...많은 사람들이 안고 있는 모순이며 극복해야 할 문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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