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된 유령회원인데 촛불이 글을 쓰게 하네요...
9,7,3세 세 딸의 엄마에요. 아이들이 아토피안들이라서, 큰 딸만 몇 번 같이 가고, 이번엔
남편과 동네 주민들과만 갔습니다.
혹시 밤을 샐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나름 준비해갔지요.
82쿡 회원에 유모차부대 회원에 레테 회원이라, 어디로 갈까 고민했습니다. ^^
그래도 아줌마인지라, 빛바랜 낡은 고무장갑, 낡은 주전자(삐삐주전자같은 거),앞치마를 넣어갔습니다.
4시경인가 경복궁역에 내리니 이미 세종로는 막혔고...돌아돌아서 시청4번출구 82쿡 진영에서 초록풍선을
얻어서, 대한문앞 유모차부대로 갔습니다.
이 곳에서 한참 있다가 이윽고 밤이 되어 9시도 안된 시간인데, 물대포가 나왔더군요.
남편과 가까이 가 보았지요.
물대포 맞는 분들과 10미터 정도 거리에 있었나?? 너무 가까운 곳인데, 수만명이 지켜보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세게 물대포를 쏘는데...기가 막히고.... 꿈꾸는 것 같았지요. 전경들이 계속 무엇인가를 던지는데,
그게 돌이었더군요. ㅠㅠ
앞은 그렇게 치열한데
뒤는....솔직히 평화로왔습니다.
구호를 외치고, 간식을 먹기도 하고, 유인물 등을 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비가 오는 가운데 아이들도 많았지요.
몇 번 와 보았지만, 이상하게 그 날은 분위기가 달랐어요. 비장함이랄까 그런 게 느껴졌지요.
하여간 소심한 저는 어두워진 후에야 주전자를 꺼내 두드렸습니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목소리가 잘 안나왔는데, 주전자는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나서....
옆에 있는 분은 흥이 나고 힘이 난다고...
그런데 홍보가 덜 되었던지 아줌마 부대는 잘 안 보이더군요.
스텐밥그릇에 국자 들고온 분과 페트병들고온 두 분만 보았습니다. ^^
이윽고.....많은 분들이 가시고, 저는 남편과 저, 동네 지인 두 분과 함께 있었어요.
밤중이 되었는데...앞에서부터 사람들이 뛰었고, 저희는 깜짝 놀라 손을 붙잡고 뛰었어요.
그러자 누군가 천천히, 뛰지마를 외쳐서 정신을 차렸지요.
저는 못 보았는데, 같이 간 분이, 전경이 나와서 방패로 사람을 찍는 모습을 보셨다네요.
무서웠습니다....(그 이후로 주전자는 배낭속으로 집어넣었다는....소리가 커서 표적이 될까봐...
저 엄청 소심하고 겁 많습니다....ㅠㅠ)
(나중에 보니, 그 때 사람들을 진압하면서 수 많은 분들이 다쳤더군요. ㅠㅠ)
2008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았네요.
선두가 아닌 곳은, 위험하지 않아요. 새벽 2시경 유모차도 몇 대 보았구요,
엄마 아빠와 밤을 샌 초등학생도 보았지요.
시위대는 종각으로 옮겨졌고,
밤새 비를 맞으며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다가,
새벽 6시..... 일어나라 2mb를 외치며 흥겨운 길놀이도 했습니다.
모두가 서로의 어깨를 잡고 아리랑을 부르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손을 스치며
그렇게 평화로운 촛불시위는 조금씩 마무리를 했지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국민들을 향해 물대포와 방패와 소화기를 쏴대는 정부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어떻게든, 작은 힘이나마 보태렵니다.
추신 : 82쿡 깃발은 자정쯤에는 볼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강물처럼님은 계셨군요.
혹시 주전자 두드리던 키작은 아줌마를 보셨다면, 바로 접니다.
종각쪽에 있을 때는 빨간 등산잠바를 입고 있었구요. ^^
같은 장소에 함께 했던 모든 분들, 고맙고 존경합니다.
저는 처음 밤을 새서 많이 힘들었는데....
참, 다인아빠님도 보았습니다. 사진과 똑같으시더군요.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집회후기]28일오후4시부터 29일 아침7시까지....
란비마마 |
조회수 : 1,093 |
추천수 : 51
작성일 : 2008-06-30 14:23:42
회원정보가 없습니다- [요리물음표] 습식 배추절일때 소금물.. 4 2009-11-13
- [요리물음표] 초란의 껍질이 녹지 않.. 3 2008-01-03
- [요리물음표] 발효빵 만들 때 2차 .. 2 2006-10-16
- [요리물음표] 떡케이크 만드는 법을 .. 3 2006-05-1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