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상, 당, 히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조선일보 앞의 녹색 풍선들을 보니 어쩐지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임신 때문에 감정 변화가 심해진 것인지, 진심이 통해서 그런 것인지...
원래는 '이라이자'과인데 어제만큼은 '캔디'로 변신~
씩씩하게 웃으면서 구호를 열심히 외쳤다지요.
출발하기 전에 집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어요.
원래 혼자 가려고 했는데 신랑이 따라 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랬더니 이것이-.-+ 늦잠을 자지 뭐예요.
집 앞에서 차를 가지고 가네마네 하다가 주차 때문에 결국 버스를 탔죠.
저는 한 삼십 분쯤 먼저 가서 인사도 하고 뭐 좀 도우려고 했는데 정시에 딱 맞게 생겼더라구요.
버스 안에서 "늦으면 오빠하고 이명박 때문이야!" 이러면서 구박했는데
늦지는 않았어요. 인사 나누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눈 인사만...
(여보, 너무 심한 말 미안해~ 모모씨랑 동급으로 놓다니!)
저희도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중복이 많아서 그냥 몇 가지 소소한 사진만 올립니다.
일을 주최하시던 분들이랑 낯익은 얼굴 몇 분 찍어 두었는데
거의 독사진이라 여기에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 합니다.
나중에 보여드리면서 소회할 날이 있겠지요.
동영상도 있는데 다시 보니 분위기가 정말 화기애애~^^

기자 회견 전
조선일보 칭찬해주러 모였어요~

현수막 정리 중
아이들 데리고 나오신 어머니들, 정말 존경합니다.
저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었는데...

항의서 낭독
배운녀자는 항의서도 교양있게 읽는다우~

여기 어딘지 아시죠?
코리아나 호텔 바로 옆에 조선일보라고 써 있는 정문이에요.
여기, 대부분 열려있거든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예식이 있어서 더더욱.
그런데 어제는 어땠을까요?

이렇게 각목으로 막아놓았네요.
열쇠로 잠그는 것만으로 부족했나봐요.

요렇게~
아줌마가 힘이 좀 쎄긴 하지만...
그렇다고 뚫고 들어갈 것도 아닌데!
그들의 심리 상태가 반영된 듯 해서 너무 웃겼어요.
"오빠, 이거 꼭 찍어!" 그랬더니 남편도 이거 보고 웃더라구요.
집회 중간에 약간의 돌발상황도 있었어요.
기자회견 마치고 구호를 외치는데(조선일보! 폐간하라, 조선일보! 쉬레기다... 기타등등)
조선일보의 관계자로 추정되는... 나이 지긋한 남자분이 저희들 사이를 비집고 나타나서
"안 보면 될꺼 아니야!" 이렇게 큰 소리를 치시는 거예요.
순식간에 분위기 싸늘해지고 격해져서 이거 몸싸움이라도 나면 어쩌나 했는데...
그냥 그렇게 한 마디 뱉고 바로 가시대요... -.-;
그 분이 한 마디 하시는데,
왜 이 각목이 떠올랐을까요?

조선일보 본사로 행진하는 중
(코리아나 호텔 뒤쪽에 있어요. 성공회대 교회?옆)

여기는 동아일보 앞
동아일보로 행진하는 동안 구호는 "조선일보, 폐간하라!"에서 "조중동은 폐간하라!"로 진화됨.
광화문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중간에 아고리언들과 마주쳤어요.
서로 환호로 응답해줬답니다.
이심전심이라는 말, 이런 때 쓰는 거겠죠?^^

이건 82cook 집회만의 특징!
홈메이드 음식~~~
얼른 가서 샌드위치 하나 집어왔는데 너무 맛있었어요.
그러고보니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한 조각 먹었는데도 열 조각 먹은 것처럼 든든했어요.
이것이 말로만 듣던 오병이어의 기적?ㅋㅋ

커피와 떡, 메론에 방울 토마토까지...
오밀조밀 참 다양하게도 챙겨오셨죠?
이런 집회라면 정말 출석도장 찍고 싶습니다.
동아일보 앞에서 어떤 노인 분이 제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애기 엄마!"
"예?"
조선일보 앞에서의 일도 있고 해서 저는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줄 알았어요.
저희 신랑도 경계하면서 제 옆에 붙어 섰구요.
그랬더니 그 분이 그러십니다.
"내가 무식해서 영어를 잘 몰라. 그런데 굳이 얘기하면 영파워만 대단한 줄 알았더니 우먼파워는 더 엄청 나네, 허허!"
이러시는 거에요.
다 같이 나이드신 분이지만... 이렇게 달라요.
같은 일을 겪어도 이렇게 다른 시각이 존재하잖아요.
어느 쪽이건 자신이 맞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나"를 생각하는 사람과 "우리"를 생각하는 사람...
어느 쪽이 더 옳을까요?
우리는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는대로 나가면 됩니다.
진실이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그들이 버텨 온 세월이 얼만데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겠습니까.
시집살이를 견디는데도 눈 닫고, 입 닫고, 귀 닫고 총 9년의 세월이 필요하다는데
조중동을 이겨내는데 하루 이틀로 되겠습니까?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나갑니다.
우리는 힘이 없습니다.
다만, 은근과 끈기를 믿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