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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께 한 젊은 교사가 드립니다.-펀글입니다

| 조회수 : 2,462 | 추천수 : 67
작성일 : 2008-04-01 04:53:59
아래는 퍼온 글 입니다.

대통령님께 한 젊은 교사가 드립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자녀가 있으시죠?? 그래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시겠죠?? 그러나 어려운 아이들의 마음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자녀는 없지만 어렵지 않은 아이, 어려운 아이를 모두 보듬어 안고 있어 대통령님보다는 조금 더 아는 것 같아 한 말씀 드립니다.

저는 이제 갓 서른의 길로 접어든 교사입니다. 저는 대통령님처럼 돈이 많지가 않습니다. 부끄럽게도 저의 모든 월급을 어려운 아이들에게 주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한 달에 10만원, 20만원씩 어려운 아이들에게 주곤 하는 사람입니다. 저도 먹고 살고 장가도 가야 한다는 이유이죠.. 참 미물이지요... 겨우 저 돈 주며 월급 전체를 다 주시는 대통령님게 이런 글을 쓰다니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지키는.. 아니 저말고도 같은 일을 하는 선생님들이 지키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것을 대통령님은 지키지 못하시는 것 같아 한 말씀 드립니다.

저는 매년 제가 담임을 맡은 아이들 중 나라에서 지원도 되지 않는 형편(살다보면 이것 저것 걸려서 실제론 어려운데 지원이 안 되는 학생이 있습니다.)이면서 성실한 아이 중 한, 두명을 선택합니다. 그리곤 책값이라도 하라는 의미에서 도와주곤 하죠.



어떻게 하는지 아시나요? 저는 주로 이렇게 합니다. 부모님께 먼저 전화를 드려 나라에서 나오는 돈이 좀 있다고 합니다. 어렵지만 성실한 학생들에게 나오는 책값 같은 것이 있다고요.. 아이 위해서 잘쓰면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나라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부담 갖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죠. 그리곤 매달 행정실에 부탁을 합니다. 학교 이름으로 대신 아이의 부모 통장으로 송금을 좀 해달라고 합니다. 그래야 학부모님을 제대로 속일 수 있으니까요..



물론 행정실에서는 상당히 남감해 하긴 합니다. 회계하는 사람들이라... 학교 장부하고 농협 거래하고 금액이 다르니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요... 하지만 음료수 사 들고 몇 번 부탁을 하면 모두들 학생을 위한 일이라고 도와주곤 합니다. 이때 제가 행정실 담당분하고 하는 약속이 있습니다. 이건 둘만의 비밀이라고요.....



돈 십만원, 이십만원 가지고 너무 거창하게 하지요?? 왜 그런줄 아십니까? 아이들은 솔직히 공부보다 자존심이 더 큰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면 공부도 안 되죠.. 뭐든 하기가 싫어지곤 한답니다.

꼭 누가 돈을 받았는지 밝혀지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담임이 어려운 누군가를 위해 돈을 지원한다는 사실조차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런 사실이 밝혀지면 반에서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은 제각기 나름의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그 아이가 혹시 내가 아닐까?? 내가 담임에게 지원을 받아야 할 만큼 어려운 아이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마련입니다. 혹이라도 그런 일이 있을까봐.. 절대 누구에게도, 심지어 다른 선생님에게 이야기가 새 나가지 않게 조심하곤 합니다.

저는 대통령님께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드러내서 대통령님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면 좀 그렇게 보인다 하더라도 할 수 없겠죠.. 다만 그런 이득을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우리 아이들 중... 미화원의 자녀는.. 더구나 주변에, 친구들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미화원이라는 것이 밝혀진 자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입니다. 자기가 대통령님께 지원을 받는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자기는, 즉 미화원의 자녀는 대통령님이 신경써서 월급을 지원해 주어야 할 정도로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아이라고 느끼고 있을 겁니다.

대통령님께는 아이들도 하나의 국민으로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에게 아이들은 사랑이자 믿음이자 꿈입니다.

대통령님의 말씀은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아이들이 입은 상처를 되돌린 순 없겠죠..

앞으로도 얼마든 기회가 있으실 것입니다. 그 때는 또다시 아이들을 제물로 삼는 일이 없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상구맘
    '08.4.1 8:57 AM

    이 선생님의 반 아이들은 참 행복한 아이들일것 같네요.^^

  • 2. 산.들.바람
    '08.4.1 11:38 AM

    "진실은 힘이 쎄다!!"
    "구부러진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

    이 아침 음미하고...마음으로 공감하는 글입니다.
    그렇게 힘을 내어 '어깨 겯고 나아가는 심정'으로 오늘을 시작합니다.

    82 쿡의 고운님들!! 힘을 내십시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아자!!...빠샤!!....^^

  • 3. 올리버
    '08.4.1 1:30 PM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한 분들이 많군요...
    감사합니다...

  • 4. 진도맘
    '08.4.1 5:23 PM

    글속에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기에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요?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강력범죄 때문에 정말 우리네 부모들 안심하고 자녀들을 밖에 내놓을수가 없을정도인데 그런 선생님이 계심으로 조금은 위안이됩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 5. 청정
    '08.4.2 10:21 AM

    세상은 이런분들과 같은 맑은 물이 있어서 영존하는거 겠지요!

  • 6. 새댁 냥~
    '08.4.2 1:17 PM

    감동입니다,, 저 선생님 같은분이 ,, 교단에 많이 있었음 좋겠네요

  • 7. 초코봉봉
    '08.4.2 7:51 PM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 살아가는 기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8. 미쉘
    '08.4.3 12:52 AM

    존경스럽습니다
    사실 돈이 없어서 남을 돕지 못하는건 아닐텐데요
    제가 그러구 있네요 ㅠㅠ
    반성합니다....................

  • 9. 냠냠
    '08.4.3 12:13 PM

    감동이네요~~
    님처럼 이렇게 좋은 분들이 많았으면 좋을텐데..
    제가 더 기쁘고 감사할뿐입니다... 쑥쓰~~

  • 10. 일산천사
    '08.4.3 10:13 PM

    선생님... 존경합니다...
    세상은 아직 살 만 한가 봅니다..

  • 11. 잘될거야~~
    '08.4.7 5:04 PM

    주책맞게 전 왜 눈물이 난데요ㅜㅜ 젊은선생님이 생각도 깊고, 정말로 존경스럽네요...

  • 12. 희망사항
    '08.4.11 1:00 PM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네요. 이런 선생님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러나 현실적으로 선생님 월급이 많치 않던데.... 대단하네요. 초임은 적지 않은 듯 하나... 중년40대 가면 회사원들과 비교해 거의 몇 백 아래던데...정말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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