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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뒤늦은 .....그녀 이해하기!

| 조회수 : 5,820 | 추천수 : 83
작성일 : 2007-10-04 10:24:49

아주 아주 옛날에
ㅎㅎ
호랭이 담배태던 시절은 아니구
울강아지들 얼라적에
난 골목대장이었었다 .

엄마 아빠 맞벌이 가정이 많았던 그 골목엔
점심시간 즈음이면 꼬맹이들이 넘쳐 났었다 .
학교를 다녀온 아이들이 하나 둘 엄마 일나가고 없는 빈집 문따고 책가방만 던져둔체
골목으로 골목으로 모여 들었었다 .

대문 열어 제껴두고 깍두기라도 버물린다치면
아이들 달겨 들어
한입만 요 한입만요 하며 제비새끼 먹이 기다리듯 입들 벌리고 대들어
생깍두기 절반은 거덜을 내고 내쳐 달리곤 하던 ...

어느날이었나
역시나 대문 활짝 열어둔체 집안일중인데 건너편집 꼬맹이가
엉엉 울며 아줌마를  외친다
불길한 예감에 맨발로 뛰쳐나가니 역시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지혈도 할줄 모른체 늘어트리곤
애타게 날 부른다
그 손으로 그 경황중에 옆집 아지맬 부를일이지
건널목을   건너 내집까지 찾아온 그애 마음자락이 안스러워 울고
떨어지는 핏방울에  놀라 같이 울며
허둥지둥 애아빠 불러내어 단골 의원으로 오토바이태워 보내고

난 그 와중에 병원비는 또 걱정스러워 내집 보험증 찾아 들고
작은 놈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려가 사정 얘기하니
의원 영감님 두말않고 그걸로 계산해 주신다

감사하다고 두번 세번 인사 드리고는
손가락을 일곱바늘이나 꽤맨 그 아이를 델구 집으로와
놀란 가슴 진정좀 시키고 사연을  물으니
학교 다녀와 밥먹으려 반찬대용참치캔을 따다가
그렇게 손가락이 나가버린거라고  ㅠ.ㅠ

놀란 내 가슴만 생각하고는 아이엄마 일터로 전화를 하니
일이 바빠 올수가 없단다
일도 좋지만 좀 모질다 싶은 생각하며 아이를 델구 있자니
까만 어둠이 훔씬 내려서야  애엄마가 아이를 찾으러 와

고맙다고 고맙다고 ....



내일아침 먹을  감자탕이나 한솥 앉히자 싶어 시장을 가느라
놀이터 지나는데 어떤 남자 하나 술에 쩔어 놀이터 바닥이 안방인양 큰대자로  퍼졌다
어디서 본 남자다 싶어 기억 더듬으니 옛날 옛날
아이들한테 좀 모진 엄마이지 않나 기억해둔 그 아이엄마 남편이다 .

그래
그랬었지

주태백이란 소식은 그렇다 치고 죙일 공장에서 일하고 온마눌
종종 폭력까지 행사하여 옆집으로 피신을 하곤 한다고 ....

그 아이들은 다자라 성인되어 군대도 다녀오고 했던데
아빠란 사람은 아직껏 저 모습이라니
저런 남편에게서 두 남매  지켜 내려니
그럴수밖에
그렇게 강해질수밖에 없던  그녀

요즘 세태에
병들면 병수발 일생 하기 싫다고
부도 맞으면 그 가난 또 일생 싫다고
간단하게 이혼이란 뒷문들 미리 열어두고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녀

얼마나 장하고 감사한건가

이제서야 이해할거 같아

죄스러워 진다 !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즈마플
    '07.10.4 11:27 AM

    가정을 지킨다는말

    '지킨다'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 2. morning
    '07.10.4 12:26 PM

    또한번 김흥임님의 글, 잘 읽고 새기고 갑니다.
    그런데 그 분 생각이 오늘 다시 나신 이유가 뭘까 궁금해지네요... ^ ^

  • 3. 변인주
    '07.10.4 2:19 PM

    또한번 김흥임님의 글, 잘 읽고 새기고 갑니다.

  • 4. 그린
    '07.10.4 3:07 PM

    맞아요....
    제 자신도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이해하고 몰아붙이는 되는데
    사실 전후면을 보게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더라구요.
    서로를 이해하기란 그래서 더 힘든 것 같아요.ㅡ.ㅡ

  • 5. 김흥임
    '07.10.4 4:45 PM - 삭제된댓글

    morning 님^^
    제가 의미전달에 실패?한셈이군요^^
    글말미에 .....근래에 제가 시장을 가다가 도중 놀이터에 큰大로 뒹구는 어느양반 눈에 들어 오기에 어디서 낮이 익은가 살펴보니 그댁에 남편이어서요

    그때 잠시나마 모질다고 여겻던 마음이 죄스러워졌던 겁니다^^

  • 6. 소중한나
    '07.10.4 7:19 PM

    아~..가슴에서 쿵 소리가 납니다..
    울엄마가 그리 사셨더이다..
    눈물이 찔끔 납니다..주태백이 말이 좋아 주태백이지..에휴~ 자식 눈앞에 아른거리지않을 애미가 어디있겠습니까? 사느라 그놈의 웬수같은 남편밑에서라도 내새끼 곰부시켜 나처럼 살지말라고 앙다물고 사는게지요..여성성은 커녕 악만 남은 모성애..
    묵묵히 자식들이 안삐뚤고 제 몫다하는 그 날을 기다리는 게지요..
    님글을 읽다가 목이 메어옵니다..

  • 7. 귀농아짐
    '07.10.4 8:40 PM

    기슴찡한이야기네요.
    남편이 아빠가 ..
    술때문에 가정이 엉망인집이 너무 많지요. 그옛날에...

  • 8. 아자자
    '07.10.5 10:13 AM

    그 옛날 맞벌이 가정의 아이중에 한 아이였던 저는 글 읽는 동안 코끝이 찡합니다.
    만날수 없는 아주 먼곳으로 떠나 버린 엄마가 많이 보고 싶네요.

  • 9. 우향
    '07.10.5 10:47 AM

    사람 냄새가 나는 글입니다.
    김흥임님 잘 읽었습니다. *^^*

  • 10. 브런치샵
    '07.10.5 3:37 PM

    좋아요. 참 좋아요.

  • 11. 오후
    '07.10.5 8:38 PM

    펄펄 살아있는 김흥임님 글 쏴아 ~늘 가슴을 적십니다.
    문득 그 얼굴 한 번 보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 12. 지수맘
    '07.10.6 12:38 AM

    눈물이 그렁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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