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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ook story16-우리의 밤은 아름답다:정미경[밤이여, 나뉘어라]

| 조회수 : 1,142 | 추천수 : 1
작성일 : 2006-07-01 00:03:09
천재를 부러워한 적 있으세요?

천재는 아니지만 제 밑에 동생이 우리 집안에서 머리 좋기로 유명했어요.

얘는 어떻게 된 애가 책만 펴면 자기 일쑤라 교과서건 참고서건 침 때문에 쭈글쭈글하고 독서실 아줌마

가 집에서 편하게 자지 왜 독서실에 와서 새우잠을 자냐고 할 정도였어요.

근데 성적은 늘 상위권, 특히 제가 너무 못했던 수학, 영어, 물리, 화학 이런 과목들을 너무 재미나 하는

거예요.(그에 비해 약간만 노력해도 절반은 맞힐 수 있는 윤리, 국사, 사회 과목 등을 거의 못 풀었지요.)

지금도 전문직에 있어서 시험을 자주 보는데 책 한 번만 읽어도 웬만큼 성적이 나오나 봐요.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나고 그랬는데 아마도 순간적이 집중력이 뛰어난데다 자기의 관심 밖의 일에 대해서

는 철저히 무관심한 게 그 원인이 아닐까 해요.

네 살 박이 조카도 저의 엄마를 닮아 보통이 아닌 걸 보면요.

제 동생이 자기 분야에서 똑 소리 나는 영재 비스무리 한 애라면 팔방미인이라고 불릴 만큼 모든 부분에

뛰어난 사람이 있지요.

후광이 날 만큼 잘난 사람들이요.

예를 들면 공부는 필수적으로 잘 하고 운동에 예술 감각까지 갖춘 사람(여기다가 착한 성격에 미모까지

갖춘 이도 아주 희귀하지만 있더라고요.)을 보면 부러운 걸 넘어서서 존경의 눈으로 쳐다보게 되는데 저

의 덕이 부족한 탓인지 사람에 대해 장점보다는 단점에 주목하고픈 못된 심술이 일어나곤 해요.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은 바로 천재, 팔방미인에 대한 이야깁니다.

정미경 작가의 이상문학상 수상집(2006년)의 수상작, [밤이여, 나뉘어라]입니다. 영화감독인 ‘나’는 함부

르크에서 영화 시사회가 열리는 것을 맞아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옛 친구 P를 만나기로 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모든 부분에 있어 선망의 대상이었던 P 때문에 나는 의대에 입학했지만 영화 일을 하

게 되었고 미국 유명 병원의 외과의로 이름을 날리던 P는 돌연 노르웨이로 거처를 옮겨 신약 개발에 참여

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속으로 짝사랑하던 M과 결혼해서요.

그러나 그의 집에 머무르는 3일 동안 그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극히 짧은 소설이지만

백야가 계속되는 북구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뭉크의 절규에서 이미지를 차용하여 글을 읽는 내내 서늘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특히 M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는데요.


“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지? 백야가 계속되는 동안은, 덧창 없이는 잠들 수가 없어. 밤이 없으면 잠

들지 않고 일하면 썩 훌륭한 인간이 되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더라. 저 사람에겐, 자기 인생이 끝없

는 하얀 밤처럼 느껴졌나 봐. 기억과 욕망이란, 신의 영역이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선택했겠지. 저

사람은, 그림자를 찾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해.”

신의 영역까지 도전하고픈 인간의 욕망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요.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 하다 죽은 사람이 한 둘이겠어요?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만족을 찾는 건 천재에게는 너무나 힘든 숙제였나 봐요.

작가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밤을 주신 것은 밤이 꼭 필요해서이듯, 슬픔이나 고통,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나 성취 같은 것들도 꼭 필요해서 우리에게 주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제 안에 있는 것

들이지만 제 스스로 어찌해 볼 수 없는 기억과 욕망 때문에 상처를 주고받지만, 오히려 그것들이 저희의

삶을 지탱해 주더라는, 그런 얘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는 걸 보면요.

얼마 전에 읽은 워커홀릭이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책처럼 무엇을 성취하느냐 보다 얼마나 삶

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단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작가 서영은씨도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존재의 자기 증명이 가장 극명해 지는 것은, 무엇을 이루었느냐 하는 결과로서 보다 긴장감을 ‘사는’ 바

로 그 때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비범함은 이 메시지에 있다”라고 했나봅니다.

여기서 잠깐 이상문학상 수상집의 매력, 그해에 가장 뛰어난 단편들로만 묶여 있기에 정말 돈 아깝단 생

각이 들지 않을만큼 알차다는 데 있습니다.

어린 시절 뜻하지 않게 찾아온 손님이 건네 준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읽어 보아요^^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다니엘
    '06.7.1 6:24 AM

    너무 읽어보고 싶네요.
    제가 이상 문학상 수상집은.. 정말 꼬박 넘어가거든요.
    여러가지종류의 상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지요.
    이상도 좋아하고..,

    저도 한국에 있을땐 꼬박꼬박 매년 읽고
    몇년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방문하면 사다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정확히는 자기가 읽고 선물로 저에게 주곤 했지요)..,
    지금은 그나마도 없습니다.

    한국에 있을땐 서점에 가는게 취미였는데..,
    외국에 산다고 영어를 잘하는것도 아니고..,
    워낙 책을 좋아해서 지금도 서점엔 자주 가고 이책저책 보곤 하지만..,
    영어소설 만큼은 아닙니다.
    그건...,영어공부하려면 할까..(그나마 영어공부 따로하는것 치운지도 오래되어서..)
    정말 소설만큼은.., 내 언어가 아니고서는.., 소화도 감당도 안됩니다.
    부러울 따름이네요.

  • 2. 무지개
    '06.7.5 12:56 AM

    참 인상적이 었던 소설 지난달에 읽었어요.
    늘 다다를수 없이 월등 했던 매사에 천재적인 1등p
    한참차이나는 2등이던 주인공 결국 의대포기하고 감독이되어버린 주인공
    하복아래 드러난 하얀 팔뚝으로도 자지러지던 첫사랑의 p의 부인인m
    감독으로 성공한 모습으로 만난 친구부부의
    백야와 뭉크의 절규로 표현되는 현실....
    알코올에 취한 천재와 그 아내의 고통 에
    쫒기듯 도망쳐 버리는 주인공의 허무한 아픔.....
    끝없이 다다를수 없었던 좌절을 주던 천재.의 현실.....
    참 끌리는 소설의 맛이더군요.
    정미경씨 대단해요.
    그 큰 남편의 그늘에서 저정도로 소리없이 힘을 키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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