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책 많이 읽었단 애가 왜 그렇게 실천을 안 하냐? 니가 읽은 책 속에 나오는 거 조금만 따라 해도 그
정도로는 안 살겠다."
그럴 때마다 다소곳이 "네, 제가 많이 부족하지요. 더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답대신에 입을 댓발 내밀면
서 궁시렁궁시렁.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반항을(?)하곤 하니 철들려면 아직 한참 멀었지요?
잘못을 지적해 주는 건강한 아버지가 곁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행복인 줄도 모르고...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막상 아버지와의 언쟁에서 이기려는 저 자신의 못난 부분이 너무 싫고 부끄러워
요.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늘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유하시지만 전 솔직히 딸아이가 책에만 빠져 사는 건
반대예요.
책이 줄 수 있는 여러가지 장점도 너무 많지만 자칫 잘못하면 현실과 멀어져 공중으로 붕 뜬 채 살아갈
수도 있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다 보면 평범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할 수
도 있잖아요.(사회 생활 하기 힘들지요)
또 책은 열심히 읽는데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저같은 사람이 될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BUT 그러나 원초적인 저보다는 열심히 책을 읽은 제가 조금 더 착하다고 착각하며 오늘도 킬킬거리며
책을 봅니다..
저한테 굉장히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저와 같은 괴로움을 겪으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지금 현재 괴로워 하고 있는 분들도 많이 있으신 것 같
아요.
지금 생각하면 옛날 팔자좋은 선비같이 책 읽고, tv보고(축구, 드라마..)퀼트, 뜨개질같은 거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보내고 나니 그 시간들이 참 아깝드라고요.
지금도 뭐 맞벌이 하시며 여러 아이 키우시는 다른 엄마들보다는 비교적 한가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
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내 시간이 많았다는 장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장점은 전혀 못 느
끼시는 악몽같은 시기였어요.)무엇이든 미래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낼 걸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바로 그 시기에 시원한 한 줄기 물이 되어준 책, 바로 장영희님의 "내 생애 단 한 번"이라는 책이예요.
10대때부터 꾸준히 즐겨보던 [샘터]에 고정 칼럼을 맡고 계셨기 때문에 이름이 낯설진 않았어요.
근데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까지 구입하게 된 된 이유는 바로 유명한 번역가였던 장왕록 교수의 따님이라
는 이유가 더 클 거예요.
중학교 때 읽었던 문고판 펄벅의 [대지]를 읽고 너무 많은 감명을 받았거든요.
그 이후로 다른 번역자의 대지를 읽었지만 그 때 그 감동의 발끝도 차지 않더라구요.(다른 번역자분들껜
죄송~장왕록 번역판 대지 집에 있으신 분 쪽지 주세요. 저희 시댁에 화재가 났을 때 같이 한줌 재로 흑흑
흑)
딱딱하지 않고 어떻게 보면 가벼울수도 있는 이 책을 20대에 만났다면 그리 큰 공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요.
마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열심히 듣는 애청자가 여성시대를 들으면 뭐 저런 신파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요.
중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제 더 이상 청춘도 아니라는 위기감이 강하게 느끼고 있을 때!
그 절묘한 타이밍에 내게 찾아와서 지금은 아끼는 책 best5안에 꼽히는 책이예요.
대단한 성공담도 아니고 가슴 벅찬 로맨스도 없고, 돈을 벌게 해주는 눈번쩍 뜨이는 충고도 없지만 이 책
은 그 동안 가슴 속에 처박혀 질식하고 있던 희망을 꺼내준 보석같은 책이랍니다.
그래서 자꾸 여러번 읽게 되요.
하루에 3억씩 벌 수 있는 아름다운 외모를 갖지는 못했지만 300원도 안 되는 아름다운 영혼의 값어치를
아는 삶.
평범한 하루하루가 그 어떤 위대한 순간보다도 소중할 수 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 보면 참
희망이란 것이 우리 가까이에 있구나 하는 소박한 진리를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장애를 가지고 교단에 서기까지의 어려움과 지금 현재의 불편함까지도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가볍게 서술하고 있어서 칙칙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답니다.
그러나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남몰래 흘렸을 눈물을 생각하며 나름대로 반성의 시간을 가져
보았답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누군가를 향해 쏘았던 뾰족한 말 한 마디, 연민을 가장한 비열한 눈초리 등등 나의
잘못을 사해달라고요...
후에 출간된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책 속에 있는 책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업그레이드판 에
세이집이예요.
논술준비하는 자녀들과 함께 보셔도 좋을 것 같구요.
장영희 선생님의 모든 책이 그러하듯 쉽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출간된 [생일]은 저자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책이라고 칭한 책이예요.
영시들이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아름답고 낭만적인지, 영어에 문외한인 저도 그 아름다움에 흠뻑~
선물용으로도 좋고 자투리 시간에 조금씩 읽기에 딱이예요.
김점선님의 그림도 너무 이뻐서 소장용으로도 그만이지요.
요즘 날씨 탓도 있고 뒤숭숭한 사회탓인지 자꾸만 처지려고 하는데 님들은 안 그러신가요?
장영희님 책 읽으면서 희망 충전하시고 오늘도 건강한 여자, 아내, 엄마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차카게
살아 보렵니다.


